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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아들이 코로나 양성이다.

한 명으로 끝나길 간절히 바라본다

여섯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이 좁은 집에서 아들이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평화로웠던 3월 4일 밤, 아들이 퇴근을 하고 집에 온 나를, 꼭 안아주며 굿 나이트 뽀뽀를 했다.

"엄마 목이 살짝 아파"

라는 아들의 말에.. 그렇구나 생각했다.


3월 5일 토요일 아침은 좀 느긋했다.

특별한 계획이 없었다. 12시에 운동을 간다는 것 외에는... 평소보다 늦은 9시에 일어나 뜨끈한 물에 반신욕을 했다.


느긋하게 사과를 깎고, 아침을 먹으려는 내 옆에 온 아들이 헛구역질을 한다.

애가 좀 기운이 없어 보이긴 했다.


12시 운동을 끝내고 귀가하니 1시 30분.. 집에 오니 10살짜리 큰 아들이 춥다며 이불을 몸에 돌돌 감은 채, 책을 읽고 있다.


춥다는 말에 체온을 재보니 열이 있다. 애드빌(해열제)을 챙겨 먹였다.




한글학교 노트를 사러 가기 위해 나가며, 좋은 날씨 핑계를 댄다. 귀찮다는 신랑을 굳이 끌고 나갔다.

날이 좋아 막내와 둘째는 친구들이랑 논다 하고, 아들은 아파서 집에서 쉰단다. 큰 딸은 공부한다 바쁘다. 오래간만에 남편과 단 둘의 시간이다.

 

괜히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 한 잔을 사 들고 괜히 밖에서 몰 밖을 걸어보며 천천히 집에 왔다.


아들이 기침을 살짝 해 댄다. 왠지 기분이 싸해진다..

지나가는 말로, 큰 딸이 고등학교에서 받아온 셀프 코로나 진단 키트를 사용해 검사해 봐야겠다는 말을 꺼냈다.


딸이 학교서 받아온 진단 키트, 한 박스에 5개가 들어 있다.

나의 지나가는 말을 흘려듣지 않은 신랑은 내가 살짝 졸고 있는 사이에 검사를 했나 보다.


"예성이 양성 나왔어"라는 신랑의 목소리에

꾸벅꾸벅 졸던 나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말 헐.. 헐..이다. 왜?? 어디서??

정말 비상 상태다.

방 고작 3개인 집에서 사는 우리 어쩌지?


양성 결과가 나오자마자 아들 입을 마스크로 덮어놨다.

"미안하지만 너 집에서 마스크 쓰고 있어라"


10살짜리 아들은 그렇게 마스크가 씌여진 채, 자기 방으로 격리되었다.


저녁 시간 밥상을 차려, 아들이 먹을 밥을 따로 준비해서 방에 갖다 주었다.

"미안하지만, 너 혼자 방에서 먹어야 해"


다섯 명이 앉아 밥을 먹는데, 방에서 혼자 밥을 먹을 고작 10살짜리 아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진다.

'아고.. 참 엄마 맘이 무겁다 아들아'


그래도 나에게는 세 명의 아이들이 더 있으니 이 세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기에, 냉정하게 해야 한다.


둘째 딸이 와서는 "엄마 목 아파"... 왜?? 너마저 왜??

혹시 몰라 둘째도 검사를 해 봤다. 다행이다.. 음성이다.

둘째 딸 결과 음성! 두 줄이 나오면 양성이다.

코로나 확진을 받으면 보건 관련 부서에 온라인으로 보고를 해야 한다.

Covid report website

관련 부서 웹사이트에 가면 Complete the COVID Positive Result Reporting Form을 적어서 내야 한다.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나이다 보니, 학교에도 알려줘야 하는 의무감으로 보고를 했다.


그리고 나머지 아이들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의 이메일을 찾아(학교 홈페이지에 나와있다) 각 선생님들께 연락을 드리고 일주일간 집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자료들을 부탁드렸다.


아들 덕분에 내일 모두가 교회를 못 간다. 그래서 교회 일을 하는 아빠도 피해를 보고, 엄마는 한글학교 관련 일을 정리해서 내일 스케줄을 정리해 전달하느라 또 진땀을 뺐다.


이제는 오래 겪은 코로나 생활을 다 알기에, 갑작스러운 나의 결석 예고에도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의 격려와 위로로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내일 잘 될 거니 걱정 마시라는 선생님들의 말씀에 기운이 난다. 이제 코로나 확진은 더 이상 비난의 대상이 아닌, 삶의 일부가 되어 서로 이해해줘야 할 부분이 되었음이 느껴진다.


어디서, 어떻게, 왜? 이렇게 확진이 되는지 모르게 되었다. 오미크론의 빠른 확산과 가벼운 증상들이 매 해 겪었던 감기처럼 우리의 삶의 일부분이 되어가는 듯하다.


아이의 증상은 다행히 심하지 않다.

열이 오르고, 간간히 기침을 한다.

2월 24일 2차 예방 접종을 했지만, 9일 만에 확진을 받았다.


그래도 2차까지 맞아서 심하지 않게 이렇게 넘어갈 수 있는 거라 믿는다.

3차까지 완료한 우리 부부와, 딸 둘, 그리고 2월 24일 같이 2차 접종을 받은 막내아들까지 무사히 넘어가길 기도한다.


일주일 간, 기대도 않았던 방학을 갖게 된, 우리 가족! 제발 한 명으로 끝내자. 우리 옮지 않게 입 잘 틀어막고 지내보자.

제발 아프지 말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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