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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샐리 Jan 25. 2020

당신과 나누고 싶은 순간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



사랑,

두 음절의 단어가 나타내는 우리의 감정은 때로는 발에 채이듯 상투적이고 때로는 너무나도 본질적이라 당황스러울 만큼 마주하기 부끄러워진다. 나는 아직도 2년이 넘도록 함께하고 있는 연인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하기가 부끄럽고, 그 말을 내뱉을 때마다 나의 마음이 온전히 전달되기보단 조금은 부풀려져 있거나 장난스럽다고 느껴진다.(심지어 나나 상대나 이 말을 할 때면 목소리톤이 살짝 바뀌는데, 그렇게 바뀌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스스로 더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나만 이런가?)



반면, '내가 정말 이 사람을 사랑하는구나.'라고 느낄 때는 오히려 그렇게 입 밖으로 꺼내놓지 못할 때인 것 같다. 너무 맛있는 걸 먹었을 때나, 친구랑 떠난 여행에서 너무 예쁜 풍경을 봤을 때, 또는 정말 배가 아프게 웃을만 재미있는 일이 있었을 때, 나는 내 연인을 떠올리기 바쁘다. 그가 이 음식을 먹었을 때 지었을 표정이 상상되고, 정말 예쁜 풍경을 봤을 때 내뱉을 감탄사나 반응, 또 얼굴을 구겨가며 짓는 표정과 웃음소리까지. 그런 순간들에 나는 내 연인이 그립고,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끼게 된다.



함께하지 못하는 순간들에 문득문득 상대방이 노오란 병아리처럼 떠오를 때,

'우리가 지금 함께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아쉬움이 물밀듯 몰려와 나조차 놀랄 때,

나는 사랑이라는 이 가장 본질적인 감정이 내 존재에 가장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느낀다.



사랑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테고, 그 양상도 천차만별이겠지만 요즘 내가 느끼는 '사랑해'의 정의는

'당신과 나누고 싶은 순간들이 가득해.' 정도가 아닐지.


또 어쩌면 이 모든 게 결혼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기에 앞서 어떻게든 정리해보고 싶었던 내 마음이었는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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