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 있으리라, 막연한 그리움이 더 그리웁다.
오늘은 이성은 잠시 재우고 감성에 기대어.
불현듯,
혹은 문득,
그리움이 아득히 밀려듭니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무엇이 그리도 그리웠는가 되짚어봐도 알 수가 없습니다.
무엇이 그리도 그리운지 알지 못하니 그리움이 흐려져야 할 텐데 오히려 그 알지 못함이 안타까워 더 까마득해집니다.
네, 무엇이 그리운지 알지 못해도 그리워할 수 있습니다.
나는 그리워합니다.
무엇이 그리운가 곰곰 생각해봅니다.
사람 같기도 하고, 시간 같기도 하고, 그 어느 순간 같기도 하고, 공간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 모든 걸 섞고 아우르면 완성되는 무엇을 그리워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조금 겁이 나기도 합니다.
때가 되기 전에는 도무지 이겨낼 수 없는 불면의 시간처럼, 의지로도 마음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그리움에 휘둘릴까 겁이 나기도 합니다.
나의 마음은 느리고, 더디고, 게으른 편입니다.
아마도 그런 까닭에 그리움을 늦게서야 알아차리고는 하는 것이겠지요.
뒤늦어서야 겁을 내는 것도, 무엇이 겁이 났던 건지 알지 못할만큼의 시간이 지나서야 깨닫기 때문이겠지요.
지나간 시간을 지키는 병사가 있습니다.
이 병사는 시계의 분침만큼이나 긴 창을 들고 초침만큼이나 빠르게 돌고 돌며 작고 더딘 시침을 지킵니다.
그리움에 시달리는 나는 시계 추와 같아서 다만 오래 그리워할뿐 다가가지 못합니다.
멈추기 전까지 제자리걸음일뿐 손내밀지 못합니다.
그리움의 실체에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 멀리서 흔들리는 마음만 달랠뿐입니다.
오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멀리서 빛나는 빛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빠르게 움직이건만, 그 빛은 멈춘듯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실제로는 느리게 움직이듯 보였습니다.
내 가까운 데서 빛나는 빛은 순간순간 지나치건만 그 먼 데서 빛나는 빛은 어째 그리 오래 머물던지요.
내 가까운 데서 시간은 그리도 빨리 지나면서, 내 먼 데서 시간은 그리도 느긋하던지요.
나는 그리워합니다.
무엇이 그리운 줄도 모르고 그리워합니다.
그리운 게 사람인지, 시간인지, 순간인지, 공간인지도 모르고 그리워합니다.
내 가까운 데서만 빨리 지나던 빛보다 먼 데서 오래 머무르던 빛을 그리워하듯 희미한 무엇을 그리워합니다.
그리워하며 잠이 들면 꿈에서 다시 만난다던가요.
그러나 나는 한번도 불면의 시간을 이긴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지쳐 나가떨어지듯 잠들었다 꿈도 없이 깨고는 할뿐이었습니다.
오늘 밤은 또 어떨른지요.
나의 이성은 잠이 들었습니다만, 꿈을 꾸지 않습니다.
나의 감성은 꿈을 꾸지만, 잠들지 못합니다.
다만 나는 무엇을 그리워하는 줄도 모르고 그리워할뿐입니다.
어제인지, 그제인지, 그 언젠가인지, 만났던지, 만나지 못했던지, 만날 것인지 알지 못하는 그 무언가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