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순간을 휘갈기다

by 가가책방

오래 전에는 이 집에도 사람이 살았다.
더러는 세상을 떠났고,
남은 이들은 다른 자리에 집을 지었다.

“빈 집은 쉬이 무너진단다.”
아버지였던가 어머니였던가,
둘 다였는지도 모를 누군가가 해준 말이다.

빈 집에 붙은 번지 표지는 유난히 파랗다.
시린 하늘보다 더 시린,
공허한 울음의 색깔이 그럴까.

사람은 떠나면 좀처럼은 돌아오지 않는다.
막상 돌아온대도 그때는,
오래 기다린 빈 집을 헐고 새 집을 들이겠지.

말도 생각도 없는 집,
말도 생각도 많아지고 마는 나.

사람을 잃은 건 집, 너인데,
왜 오늘 우는 건 나, 떠나온 나였을까.

세월은 멀고 또 멀고,
우리는 가까워지지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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