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내 한마디에 눈물을 머금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던 당신

by 신하영


친구는 내 한마디에 눈물을 머금었다



1.jpg 여름이 물들어간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친구는 눈물부터 머금었다. 그리곤 참 많은 일이 있었다고 말하는데 어찌나 인간냄새가 나는지. 나는 자세를 고쳐 앉고 팔짱을 낀 채 몸을 앞으로 내밀고 친구의 눈동자를 아주 깊숙이 들여다보았다. 이슬이 범람하려다 멈추어 눈망울 끝에서 짧게 요동을 치고 몸을 숨긴다.


-그래,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


친구는 고개를 올려 눈을 끔뻑이며 남은 눈물을 밀어 넣는다. 그리곤 푸스스하고 웃는데 내 짧은 한마디에 울음이 차올랐던 자신이 우스웠나 보다. 분명하고 싶은 얘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어떠한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망설이는 거겠지.

나는 편히 기다릴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 팔짱을 낀 것이었으니까.


2.jpg 일상 속 한 장면


-그랬구나.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아주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치열히 살다 말이다. 조금 늦은 밤. 그러니깐 9시와 열 시 사이쯤 우리는 음료 두 잔을 홀짝이며 어느 한 카페에서 남은 일상의 잔열을 식히고 있다. 친구는 슬픈 이야기를 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아마 내가 좋아서겠지. 나도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중간중간 내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만큼은 적어도 아무런 걱정이 없는 사람임에 분명했다.



4.jpg


여름밤이다.

그토록 어렸던 우리가 이제는 제법 성숙한 이야기를 하다니. 그 사실을 깨달으니 새삼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니 다시 열렬히 살자 친구야. 힘들면 언제든지 연락해도 좋으니까. 즐거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