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경험이 많지 않은 나로서는 지금까지 그리움이나 사랑으로 인한 아픔이 가장 큰 심적 고통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이 순간 나는 그리움이나 상심보다도 더 쓰디쓴 고통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원치 않는 사랑을 받는 고통 그리고 그 집요한 열정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고통이었다. 옆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욕망이 뿜어내는 불꽃에 타버리는데도 그것을 지켜보기만 할 뿐, 그 불꽃을 꺼줄 힘도 능력도 없다는 무력감에서 나오는 고통이었다.
스스로 불행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열정을 통제할 줄 알게 된다. 그것은 자신이 불행을 당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불행을 야기하는 장본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는 사람이 스스로의 열정을 통제하지 못해 겪는 고통은 결국 자기 자신의 책임인 것이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는 사람이다. 자신이 상대의 열정을 통제할 수 없을뿐더러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지가 있다 할지라도 자신을 탐하는 상대의 욕망 앞에서는 그 의지조차 무기력해지는 법이다.
<슈테판 츠바이크 ㅡ 초조한 마음, 281 -282p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