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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윤채(가제)]

21화 "지역의 ‘장애인 취업박람회’를 방문하여 느낀 점들"

알립니다.

본 글은 저와 개인적으로 '51주 챌린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린 이야기를 당사자의 동의 하에 공유합니다. 실제 발달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사회이슈와 일상을 여과없이 드러낸 이야기인 만큼 편견없이 봐주시길 권합니다.

2025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요 쟁점으로는 처음으로 최저임금 1만 원 돌파 여부 및 업종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부분이고요.


특히 업종별 최저임금 문제가 뜨거운 감자인데요. 지난 3월 5일에 한국은행에 나온 한 보고서에서는 외국인 돌봄 노동자에 대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의견이 나와 논란이 있었습니다.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최저임금 예외를 만들어낼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고요. 


지난 4월 19일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에서 발표한 ‘2023년 하반기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를 보면 비장애인보다 현저히 낮은 편이었습니다. 2023년 하반기 기준으로 경제활동참가율은 35.4%, 고용률은 34%였습니다. 장애인 임금근로자의 최근 3개월 월평균 임금은 202만 8천 원으로 조사되어 장애인 일자리의 양과 질 모두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주는 업종에서 악순환이 이어질 우려도 있습니다. 구인난이 더 심해지고 저임금 구조가 계속된다면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우리 사회 모두 손해입니다. 개인적으로,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삶이 나아지는 것과 더불어 국가와 기업의 백년대계를 위한 최저임금 결정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오늘은 지난 5월 22일에 ‘장애인 취업박람회’를 방문하여 느낀 점과 아쉬운 부분을 이야기합니다.




혹시 ‘장애인의무고용제도’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국가·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50인 이상 근로자 고용)에서 일정 비율 이상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의무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지난 1991년부터 시행되었으며 의무 고용률 기준이 점점 강화되었습니다. 


공공은 3.8% 이상이며 민간은 3.1% 이상 고용 의무가 있습니다. 만일 의무고용인원을 채우지 못하면 장애인 고용부담금이 부과되며 고용이 현저히 저조하면 매년 명단을 공표합니다. 반면에 의무 고용률을 초과한 기업엔 고용장려금을 지급합니다. 

 


퇴사 후 먹고 사는 문제, 한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되실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퇴사한 지 8개월이 넘었는데요. 작년 여름에 다시 찾아온 우울증과 공황장애 상담 치료를 받고 있어서 구직활동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통장 잔액이 서서히 줄어드는 부분도 걱정스러웠고요. 지출되어야 할 부분이 생각보다 많아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대구지사에서 안내문이 하나 와있더라고요. 내용이 궁금하여 열어보니 5월 22일에 개최하는 ‘장애인 취업박람회’ 안내 홍보물이었습니다.


장소와 일정 안내는 잘 되어 있었으나 참여하는 기업은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어느 정도 나아진 상황이라 취업을 서서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은 전부터 들었었습니다. 일자리가 바로 구해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대비해야하니까요. 박람회 방문 경험을 강의에 활용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사’로 선임된 이후 취업박람회 현장에 처음 방문하는 것을 의미로 두면서 말이죠.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마음에 드는 일자리가 있다면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자 고민 끝에 직접 박람회에 방문하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어느덧 박람회 당일, 대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고쳤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5부를 복사한 후 박람회장으로 향했죠. 박람회장에 도착하니 야외에 운영 부스와 부대행사를 진행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많을 것 같아 부대행사를 하는 곳은 제대로 보지 못했죠. 체육관 문 앞에 있는 운영 부스에서 사전 등록을 마친 후 박람회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참여한 기업은 총 24곳이었는데요. 이 중 18곳은 직접 참가했으며 나머지 6곳은 간접 참가하여 실내에서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운영 부스와 부대 행사장은 외부에 있었습니다. 부대행사로 모기 퇴치제 만들기와 캘리그라피(손글씨) 체험을 진행했습니다.


행사가 시작한 지 15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많은 구직자가 있었습니다. 고등학생부터 장년층까지 박람회장을 찾았는데요. 그중에서도 청년층이 많이 보였습니다. 다수의 구직자는 면접을 보거나 대기하면서 취업에 대한 의지가 이글이글 강하게 타오르는 느낌이었습니다.


박람회에서 좋았던 부분은 박람회장 바깥이었습니다. 주로 교통과 운영 부스의 응대에서 만족했는데요. 우선 주차 안내가 신속하고 친절하여 어려움 없이 차를 주차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는 부분도 장점이었죠. 이외에도 운영 부스(안내·등록·접수) 담당하시는 분들의 안내도 비교적 친절해서 기분 좋게 박람회장에 들어갈 수 있었답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더 많이 보였습니다. 크게 두 가지 정도였는데요.


우선 행사 시간이 짧았던 부분입니다. 특히 일부 기업은 면접을 보려면 최소 50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였습니다. 대표적으로 이불 브랜드 ‘아망떼’로 유명한 기업인 ‘㈜평안’의 면접 부스에는 대기 번호가 20번 이상이 될 정도로 길었습니다. 세 곳의 직장에서 면접을 보고 나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대구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상담 및 안내를 받은 후 부대행사까지 체험하면 적어도 2시간을 잡아야 할 정도였죠.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의 숙제라고도 볼 수도 있는 '장애인 고용'과 관련된 겁니다. 기업에서 장애인 직원을 채용하고 싶어도 적합한 직무가 부족하거나 혹은 없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요. 업무능력을 갖춘 인력이 부족하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장애인 고용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2023년 12월 29일에 나온 고용노동부와 장애인고용공단의 ‘2023 기업체장애인고용실태조사’를 보면요. 기업의 장애인 채용이 쉽지 않은 이유는 업무능력을 갖춘 인력의 부족(16.5%), 장애인 지원자가 없어서(12.7%),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가 부족해서(10.1%) 등이었습니다.


박람회에서 선발하는 직종이 가장 많았던 것은 단순노무직·생산직·조립직 등이었는데요. 실제로 장애인 일자리 중에서 생산직과 노무직이 많은 이유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지난 4월 19일에 공개한 ‘2023년 하반기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 자료에서 나타납니다. 


17페이지를 보면 “〈표 10〉장애인 취업자의 직장(일자리) 산업(전체 인구 비교)”이 있는데요. 장애인 취업자가 가장 많은 곳은 바로 13.6%를 차지한 제조업이었습니다. 그다음으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 12.7%를 차지했습니다. 또 19페이지에 장애인 취업자의 직업을 이야기한 부분이 있는데요. ‘단순 노무 종사자’가 31.1%였으며 다음으로 ‘사무 종사자’(13.6%),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12.2%)순으로 많았습니다.


앞으로 장애인 고용은 계속되어야겠죠.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모두 장애인 직업교육 및 훈련을 통한 인재를 육성하여 채용하는 것도 필요하겠고요. 전국 각지에서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직종을 발굴하면서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이어갈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앞으로도 국가·고용노동부·한국장애인고용공단·지역자치단체·기업에서 장애인 일자리 개발에 더욱 노력해주셨으면 합니다.


한 사례로, 이번에 외국계 기업인 T모 사가 박람회에 참가했는데요. 해당 기업은 작년 매출이 6,500억 원 정도이며 자동차·모바일·가전제품에 쓰이는 전기·전자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2023년 12월에 고용노동부에서 장애인 법정 의무 고용률보다 낮으면서도 장애인 고용에 소홀한 일반 기업으로 공표되었습니다. 반가운 소식이 있다면 이번에 생산직으로 5명을 추가 고용할 예정이더라고요.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부분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이번 박람회를 보면서 앞으로 제가 바라는 장애인 일자리 정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직종이 많아졌고요. 인공지능과 자동화 등으로 인하여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으므로 이를 잘 대비하여 일자리 정책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유망한 업종이나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을 이끌어 갈 업종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종의 장애인 고용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장애인 당사자도 장애인 일자리 개발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산업구조의 변화까지 대비하여 장애인 일자리의 지속가능성도 높였으면 합니다. 지역마다 다양한 업종의 일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삶의 균형뿐만 아니라 양과 질 모두 좋아진 일자리를 희망합니다. 




이 글을 빌어 내 삶까지 나아지는 일자리까지 희망해봅니다. 이와 동시에 궁극적으로 장애인의 삶에서 큰 힘이 될 수 있는 사회생활까지 함께 이뤄지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오늘 이야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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