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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윤채(가제)]

19화 "내가 경험하고 느꼈던 디지털 리터러시는?"

알립니다.

본 글은 저와 개인적으로 '51주 챌린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린 이야기를 당사자의 동의 하에 공유합니다. 실제 발달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사회이슈와 일상을 여과없이 드러낸 이야기인 만큼 편견없이 봐주시길 권합니다.

현대 생활에서 디지털과 멀티미디어는 필수입니다. 세상은 편리해졌으며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여 얻은 지식과 정보는 우리 삶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안전 및 윤리 또는 일명 가짜 뉴스로 인한 피해 등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바른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은 제가 경험하고 느꼈던 디지털 리터러시 이야기를 다루고자 합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개인의 삶과 사회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보 사회에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갖추는 역할도 있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등의 참여를 그리고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데에 필수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리터러시의 핵심 요소에는 정보 탐색 및 활용·정보 평가 및 분석·디지털 기술 활용·디지털 콘텐츠 제작·온라인 안전 및 윤리가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한국PC통신의 ‘하이텔’이나 데이콤의 ‘천리안’으로 대표되는 PC통신을 접해본 경험이 없습니다. 청소년 시기에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와 같은 게임과 초고속인터넷을 경험한 Y세대에 들어갑니다. 


당시 또래 애들이 스타크래프트를 많이 즐겼던 기억이 생생한데요. 의외로 스타크래프트보다는 도시를 건설하는 게임인 심시티 시리즈(주로 3000, 4를 즐김)와 레이싱 게임 등을 즐겼습니다. 그리고 <인디아나 존스 3 : 최후의 성전>처럼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느낌으로 인터넷 삼매경에 빠졌던 때도 있었죠.


1996년 늦여름에 개인용 PC를 처음 접했을 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집에 있던 컴퓨터를 ‘컴팩’ 브랜드의 멀티미디어 PC로 바꾼 지 얼마 안 되었던 시기였는데요. 당시 컴퓨터에 설치되어 있던 운영체제인 ‘윈도우 95’가 인상적이었습니다.


MS-DOS를 많이 사용하던 시기에 PC를 사용할 때 영어와 숫자 등의 복잡한 수식어로 입력해야 했지요. 초보자 시절에 명령어를 외우거나 혹은 명령어를 적어서 사용했던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으시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90년대 들어 사무실과 학교에서 PC가 보급되면서 사용이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1995년 11월 말에 PC 사용의 패러다임을 바꾼 ‘윈도우 95’ 한글 버전이 출시되었을 때 사용자 친화적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는데요.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하면 프로그램이 실행되며 시작 버튼과 작업 표시줄이 생겨서 사용이 편리해졌습니다. 


게다가 화려해진 색상과 멀티미디어 성능도 좋아졌는데요. CD를 활용한 게임이나 미디어 기능이 강화되어 정말 새로운 세상을 보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이후 음성 등으로 문자를 읽어주는 프로그램과 같은 PC 활용을 돕는 프로그램이나 보조공학기기(ICT 보조기기)가 개발되면서 장애인의 PC 활용에 대한 관심도 늘었습니다.



관련하여 하나 떠오릅니다. 한동안 게임 등을 종료한 후 ‘시작’ 버튼 대신에 멀티탭의 전원 스위치를 꺼서 PC 전원을 껐던 웃지 못할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1999년 여름에 인터넷과 막 보급되기 시작한 초고속인터넷을 처음 접해봤습니다. 당시 집에 사용하는 PC를 인텔 펜티엄Ⅲ 초기형으로 바꿨을 때였지요. 전에 사용하던 컴퓨터보다 전반적인 성능이 좋아져서 한동안 게임뿐만 아니라 인터넷 삼매경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 집에 부모님이 외출하거나 혼자 있을 때 몰래 PC를 많이 사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대학 학사 전후로 여러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비 신입생일 때 ITQ(정보기술자격) 자격증 3종인 ‘아래 한글·한글 엑셀·한글 파워포인트’를 취득했습니다. 나중에 레포트를 작성하거나 대학에서 조별 및 개인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지요. 이 무렵부터 모바일 시장의 변화로 무선 랜이 지원되는 이동통신 단말기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시장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그리고 무선랜이 설치된 장소가 크게 늘었고요. 


문자 대신에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등을 통하여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2010년 8월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막 교체했을 때 처음 경험한 카카오톡은 신세계였습니다. 문자와 달리 각종 사진·동영상을 여러 개 보낼 때 좋았지요. 그리고 스마트폰의 성능이 점점 높아지면서 MP3와 디지털카메라 기능까지 대체하니 짐도 가벼워졌습니다. 증강현실이나 앱 시장의 성장이 우리 생활에서 유용한 앱이 많이 개발되어 더욱 편리해졌죠. 예를 들면 QR코드나 증강현실을 이용한 쇼핑이나 교통 및 지도·학습·요리·자기 개발·명함관리 등과 같은 것이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더 많은 디지털 세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좀 더 다양한 디지털 기술 활용과 디지털 콘텐츠 제작 능력이 많아졌지요. 파워포인트 대신 사용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 도구 ‘프레지’로 만든 발표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고요. 카카오의 소셜 오디오 플랫폼인 ‘음’과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렌즈’ 등을 통하여 색다른 소통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모바비’를 통해 지난 3월에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무조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더군요.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인터넷과 게임 중독으로 인하여 컴퓨터를 하지 않으면 한동안 불안 및 초조한 증상 등이 나타난 일이 있었습니다. 아이템을 사고팔 수 있는 게임을 하진 않아서 다행이었죠. 최근 10년 동안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사이버도박을 하다가 적발된 청소년과 청년도 있었다고 합니다. 지난 4월 25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작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청소년 대상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을 벌여 2,925명을 검거했습니다. 이 중에서는 1만 원을 걸고 도박한 9세의 초등학생도 있었다고 하네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동영상 플랫폼뿐만 아니라 각종 SNS에 올라오는 낮은 질의 영상이나 가짜 뉴스도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사망했다거나 결혼한다는 가짜 뉴스가 유튜브에 올라가기도 하고요. 유명인을 불법 도용한 채로 나오는 광고로 해당 유명인의 고충과 피해자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회 이슈를 아주 잠시 전한 다음 주식 투자를 권유하는 광고형을 가진 유튜브 채널도 간간이 보입니다. 이런 부분을 보니 이런 낚시로 관심을 끌어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참 씁쓸하다더라고요.



지난 3월 말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표한 ‘2023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의 21페이지 표 2번을 보면요. ‘계층별 디지털정보화 수준’이라고 나오는 부분이 있습니다. 일반 국민이 100을 기준으로 하면 장애인은 82.8로 나왔는데요. 전반적으로 최근 5년 동안 계층별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 나아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장애인의 디지털정보화 활용 수준’도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PC 이용 능력이나 정보생산 또는 공유 활동률 등에서는 일반 국민보다 전반적으로 부족한 편입니다. 앞으로도 장애인·장년층을 포함한 정보소외계층의 정보 격차를 줄이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복지관이나 장애인복지시설 등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요. 최근에 부산의 한 종합복지관에서는 자조모임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이전에 만들어둔 ppt 자료를 보면서 한글을 사용하여 대본을 만들었죠. 그런 다음에 사회복지사 선생님의 메일로 파일을 직접 전송하고 인쇄물을 출력한 후 직접 발표까지 한 사례가 있습니다.


컴퓨터를 활용한 발표·사무·문서 작성과 관련된 교육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사용법이나 키오스크 사용법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챗 GPT’ 교육과 하나 이상의 관련된 추상알고리즘을 특정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 구체적인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코딩 교육도 늘어날 거라 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좋은 디지털 리터러시는 어떤 부분이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생각하는 디지털 리터러시의 전제조건은 디지털에 익숙한 사람뿐만이 아니라 디지털 소외계층도 사용하기 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사용 방법을 습득하여 나중에 편리한 사용이 가능하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최근에 카카오에서 발달장애인과 시니어, 저시력자 등 디지털 약자들이 편리하고 손쉽게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있도록 ‘더 쉬운 카톡설명서’를 제작했습니다. 기존의 ‘카톡설명서’의 접근성을 높인 것이 특징인데요. 디지털 약자의 이해를 돕는 쉬운 말과 그림으로 설명하는 이지리드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디지털 소외계층 사용자들의 실제 경험과 목소리를 반영했다고 합니다.


비영리 교육기관인 피치마켓과 협업해 세 차례에 걸쳐 발달장애인과 보호자·교육자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6월에는 ‘더 쉬운 카톡설명서’를 커리큘럼으로 활용해서 발달장애인과 시니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오프라인 교육을 통해 카카오톡 사용법을 알릴 계획이라고 하네요.


다른 한편으로는 오프라인 채널에서 선택권을 주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2024 프로야구’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데요. 지난 4월 19일부터 KBO 10개 구단 최초로 롯데자이언츠 구단에서 디지털 소외계층의 관람을 돕는 티켓 구매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올해부터 티빙에서 프로야구를 독점 중계하게 되면서 디지털 소외계층의 야구 접근성이 더욱 나빠졌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일정 수량의 티켓을 확보해 디지털 기기를 통한 예매가 어려운 팬들에게 현장 판매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네티즌은 환호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만든 팩트체크 사이트 "빅카인즈"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출처나 저작권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종 발표 자료를 만들 때 각종 자료나 사진, 동영상 등을 활용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도 각종 저작권을 무단 사용하다가 경고를 받거나 심하면 소송까지 가기도 합니다. 얼마 전 ‘소니 뮤직 그룹’에서 무려 700개가 넘는 회사에다가 AI 모델 학습에 지적 재산이 사용되지 않도록 보호해달라는 서한을 보낸 뉴스가 있었습니다. 저작권도 기업의 소중한 지식재산권에 들어가므로 개인과 기업 모두 신중한 사용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가짜 정보들을 잘 거르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기사 같은 광고를 인터넷 환경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미 파리·모기·바퀴벌레(일명 타이어 버그)보다 더 나쁜 정보를 보셨다면 철저하게 검색한 다음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각종 정보와 지식을 잘 습득하는 것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부분을 지켜서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그리고 정보 격차가 줄어들려면 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우면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용할 때 신체적인 제약도 없어야 이뤄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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