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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윤채(가제)]

20화 "요리하는 즐거움"

알립니다.

본 글은 저와 개인적으로 '51주 챌린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린 이야기를 당사자의 동의 하에 공유합니다. 실제 발달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사회이슈와 일상을 여과없이 드러낸 이야기인 만큼 편견없이 봐주시길 권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이 있었습니다.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많은 시민이 비대면으로 재택근무를 하거나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으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저도 코로나19 때 집에 있는 시간이 좀 더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상실감을 느낀 부분도 있었죠. 직장의 구성원과 고객을 계속 봤으나 정작 소중한 친구나 지인을 만나지 못하니 우울한 부분을 더욱 느꼈습니다. 


그럴 때면 평소에 좋아하고 즐거워했던 부분을 생각했죠. 그중에서도 요리가 생각났습니다. 특히 집에 있는 식재료를 가지고 요리하면서 우울감을 일부 해소하면서 회사 생활을 겨우 버텨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번 시간은 요리하는 즐거움을 다루고자 합니다.





여러분 혹시 평일과 토요일 아침 시간 TV에 나왔던 요리 프로그램을 기억하시는지요? 


KBS에서는 ‘가정요리’, MBC에서는 ‘오늘의 요리’가 인기리에 방영되었습니다. 두 요리 프로그램 모두 컬러TV 방송이 시작된 직후인 1981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시청자와 함께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각종 식재료와 음식을 TV 브라운관 앞에 나오는 요리 프로그램의 파장은 참 대단했습니다. 당시 요리 프로그램이 끝나면 저녁마다 TV에 나온 요리의 재료들을 구매하고는 가족들과 먹었던 일도 적지 않게 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서울올림픽 전후로 해외여행 자유화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되면서 외국 생활을 경험한 국민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식문화가 서구화되는 것과 ‘매직쉐프’로 대표되던 가스오븐레인지를 설치하는 가정이 늘어났죠.



제가 처음으로 요리에 흥미를 갖게 된 시기는 7~8살 무렵이었을 겁니다. 미용실·병원과 같은 장소에 있는 여성지의 요리 부문과 각종 요리책을 보는 것을 좋아했답니다. 책을 보면서 이미지 속에 있는 다채롭고 화려한 요리 사진을 보니 보는 맛이 느껴졌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특히 양식 요리일수록 그랬죠. 


1999년에 처음 출판된 웅진생활요리무크 시리즈 ‘워킹우먼의 스피드 쿠킹’이라는 책을 보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집에 있는 재료를 활용하여 색다르게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이 소개된 부분도 좋았고요. 당시 서울에서 유행하고 있는 레스토랑과 해당 음식점의 요리법을 다룬 부문이 더 좋았습니다. 


특히 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로 유명했으나 지금은 추억의 장소로 남은 ‘베니건스’도 있었고요. 당시에 국내에서 생소한 채소인 루꼴라가 들어간 피자가 소개된 한 이탈리아 음식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먹어본 적이 없었던 멕시코 요리와 튀긴 은대구를 올린 샐러드와 같은 퓨전 일식이 소개된 부분도 신선한 충격이었죠.


그러다가 2008년 말부터 부모님이 차려준 집밥이 질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재료를 준비 및 조리하여 먹어보기 시작했는데요. 주로 여러 가지 원하는 재료를 넣고 식빵이나 바게트를 이용해서요. 가스레인지의 하단 그릴에 넣어 피자 토스트나 바게트 형식으로 만들었죠.


원하는 재료를 넣으니, 음식을 낭비하는 일이 줄어들었고요. 언젠가는 혼자 살 수도 있으므로 혼자 살아갈 때 많은 도움이 되어 직접 요리하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다만, 처음에는 온도 및 화력 조절이 익숙하지 않아 음식을 태울 때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속상할 때도 있었는데요. 결국에는 더 많이 해보면서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답이었습니다.



이 무렵 결정적인 일이 생깁니다. 나중에 코스트코 회원으로 가입하게 된 것뿐만 아니라 요리하는 즐거움에 더욱 빠져들게 한 사건이었죠. 어머님께서 ‘코스트코홀세일’의 푸드코트에 있었던 콤보피자(콤비네이션 피자)의 여러 조각을 집에 갖고 오신 것이었습니다. 


청피망·양파·블랙 올리브·페퍼로니와 같은 푸짐한 토핑과 압도적인 크기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 ‘코스트코홀세일’의 식품의 질이 좋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죠. 그리고 2011년 7월의 어느 날, 비가 세차게 내렸을 때 코스트코홀세일 양재점에 방문하여 회원가입을 했습니다.


처음에 매장 안으로 들어갔을 때 새로운 세상을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일반 대형마트보다 가격 대비 질이 좋은 각종 식자재를 볼 수 있어서 좋았고요. 특히 초밥이나 로스터리 치킨 등으로 대표되는 델리 코너도 가격 대비 질이 우수했습니다. 외식업체에서 사용하는 식재료 또한 더욱 관심 있게 봤었습니다. 초창기에 씨 없는 그린올리브·토르티야·블록 모짜렐라 치즈를 많이 구매했죠.


씨 없는 그린 올리브는 조금씩 꺼내고는 생으로 먹기도 했지만요. 대부분 요리에 많이 사용했습니다. 부리토나 타코와 같은 멕시코 요리에 많이 사용하는 ‘토르티야’와 무려 2.72kg의 ‘블록형 모짜렐라 치즈’ 등도 유용하게 사용했답니다. 특히 파스타·피자·퀘사디아·볶음밥 등을 만들 때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은 물론입니다.


이외에도 육가공품(피자나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토핑류·소시지·베이컨·훈제 등)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초창기에는 국내 육가공 브랜드 중의 하나인 ‘오뗄’을 많이 이용했는데요. 지금은 각종 토핑과 킬바사 소시지로도 유명한 ‘에쓰푸드’와 소시지로 유명한 ‘존슨빌’ 브랜드를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방금 소개한 세 육가공 브랜드 모두 외식업체 관계자뿐만 아니라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적어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지금도 종종 여러 육가공품(주로 소시지·페퍼로니·베이컨·훈제)을 인터넷으로 주문하여 먹고 있습니다. 물론 구워서 먹을 때도 있는데요. 요리에 사용하니 더욱 맛이 풍부해지는 느낌이 들어 만족스럽습니다.



20대 중반 이후에는 직접 고기를 굽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대학교 4학년 때의 일입니다. 한가한 오후 시간대에 혼자서 고기 뷔페에 갔던 일이 있었습니다. 취향에 따라 다양한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점도 좋았지만, 사회생활의 꽃인 회식 때 분명히 고기를 구워야 하는 일도 있기에 고기를 굽는 법을 익혀볼 필요도 있었죠. 다양한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고기를 구워봄으로써 사회생활을 대비한 연습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집에서 구이 요리를 할 때는 주로 가스 불에 올린 프라이팬이나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합니다. 보통은 일상에서 많이 접하는 삼겹살·목살·닭가슴살·오리 훈제 등을 굽고요. 특별한 날이나 쇠고기를 받았을 때는 쇠고기를 구워서 먹습니다.


구이요리를 할 때 두 가지의 팁을 잠시 소개하겠습니다. 에어프라이어로 할 때 접시형 종이호일을 깐 후 고기·버섯·피망·양파 등을 올리고 구우면 뒤처리가 좀 더 편합니다. 프라이팬으로 조리할 땐 프라이팬 지름보다 살짝 큰 프라이팬 뚜껑을 덮어서 조리하는 것이 좋더라고요. 각종 기름이나 양념이 튀는 부분을 줄일 수 있어서 요리 후 뒤처리도 더 편하기 때문입니다.


아, 문경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장애인행정도우미를 막 시작했었을 때는 중고로 제빵기를 하나 샀습니다. 그리고 약 4개월 정도 퇴근 후 집에 귀가하면요. 제빵기능사 실기시험 연습을 하며 만든 빵을 복지관 직원과 함께 나눠 먹기도 했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쉽지 않았던 문경 생활을 할 때 요리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오븐 파스타를 가족들에게 만들어줬던 기억도 나고요. 때에 따라 재료의 차이는 있었으나 스파게티 면을 넣은 후 토마토소스를 베이스로 한 파스타를 주로 만들었습니다. 요리할 때 손이 커서 비교적 넉넉하게 각종 재료를 넣어 만드는 편입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제가 만든 파스타를 먹었을 때 해당 음식을 밖에서 사 먹기 아까울 정도라고 말했고요. 


무엇보다 사 먹는 것보다 재료를 푸짐하게 넣은 편이라 정성이 많이 담겼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리고 직접 음식을 팔면 3인분으로 판매하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맛있게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음식을 한 보람도 있었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릅니다. 가족뿐만 아니라 몇몇은 제가 만든 요리를 먹어본 후 창업해도 되겠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죠. 그리고 대구에 있는 한 외식연구소에 방문하여 조언받은 경험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2018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대구 생활을 하면서 여러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사이 가전제품 양판점에서 일하면서 주방가전에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에어프라이어와 오븐을 두 차례나 바꿨고요. 이 시기에 납작한 직사각형 형태의 파스타인 라자냐를 처음 만들어봤고요. 유튜브로 외국 음식이나 요리 관련 채널에서 다양한 요리법이나 음식 문화를 본격적으로 접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12월 말부터 다시 혼자 살게 되면서 약 1년 정도 요리해서 먹는 일이 드물었습니다. 출근하는 날이면 오후 9시 반 이후에 귀가하는 일이 많으니 요리하기 쉽지 않았던 것도 있고요. 요리한 다음에 식사하면 밤 10시 30분 이후로 늦기 때문에 포장 주문하거나 퇴근 후 사 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롯데하이마트 퇴사 이후 집밥을 먹는 일뿐만 아니라 시간이 좀 더 여유로워져서 다시 요리하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지금은 볶음밥이나 스팸 무스비(주먹밥의 일종)와 같은 밥 종류와 파스타(주로 토마토소스나 크림소스)를 요리하는 일이 많습니다.


요리할 때 많이 사용하는 여러 가지의 식재료를 집에 보관하면 편합니다. 대표적으로 파스타나 양식 요리에 주로 사용하는 ‘올리브’와 화끈하게 올라오는 맛과 느끼함을 좀 더 잡아주는 ‘할라페뇨’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단백질이 들어간 식재료도 있는데요. 볶음밥이나 각종 토핑으로 좋은 ‘베이컨 크럼블’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특히 1인 가구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식재료인 참치와 스팸도 항상 보관하고 있는데요. 그냥 먹는 것도 좋지만, 볶음밥이나 무스비 같은 밥 요리나 찌개·반찬 등을 할 때 넣으면 맛을 풍부하게 해줘서 좋습니다.




앞으로도 특별한 일이 없다면 요리하는 부분은 계속 이어질 겁니다. 요리를 좋아한다고 해도 아직은 다소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요리의 세계는 태평양보다 훨씬 넓습니다. 요리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지금도 새로운 요리가 개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직 도전하지 못한 요리도 많습니다. 그래서 조만간 오일 파스타와 해물 파스타뿐만 아니라 다른 서양 요리에 도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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