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 형준씨의 일일⑤ - 문학소년에게 닥친 절대절명의 위기, 방황(전)
어떻게하다보니 내 이야기 중심으로 전환되긴 했는데 본질은 "찐~사회복지"를 알리기 위함이야. 그런 관점으로 이번 글 바라봐줘. 빌드업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6개월 판정, 그러나 2년넘게 투병생활을 이어오며 삶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으신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보며 어머니와 형, 나 또한 포기하지 않고 전처럼 지내려 애썼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완치하여 다시금 건강한 아버지의 모습을 매일 같이 소원하고 또 빌었다.
그럼에도 전과 다른 몇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가게는 운영했으나 전처럼 출장공사나 현장업무를 보지 못한다. 또 어머니를 비롯한 할머니가 아버지의 돌봄을 전적으로 담당하였다. 안방을 거점삼아 아침부터 밤까지 아버지 곁에 머무르며 말동무와 수발 등을 자처하셨지.
아버지가 아예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셨다. 하지만 많이 약해지신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조금씩 몸을 움직이시며 잔존기능을 유지하고자 노력하셨다. 그러면서 발견된 아버지의 취미활동, 그건 바로 "온라인 바둑"이셨다. 원래 바둑을 좋아하셔서 가게에 바둑판과 바둑알, 기보까지 따로 놓여있을 정도였다. 또 우리 가게에 잠시 기원이 운영된 적이 있었다. 건물주 아저씨가 운영하셨었는데 아버지는 단골 중의 단골이셨다.
어린 내 눈에 보여진 바둑은 그저 흰검의 불규칙한 패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돌아가신 후에 아버지의 대국을 떠올려보니 모든 게 담겨져 있었다.
어쨌거나 아버지가 현 상황을 잠시 잊고 즐길 만한, 집중할 만한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이 그저 기뻤다. 컴퓨터를 사용할 줄 몰라 매번 나나 형에게 대국 매칭해달라 요청하셨던 아버지. 어느새 스스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직접 매칭버튼을 눌러 대국신청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건강상태도 조금씩 호전을 보이던 중, 어느날 아버지의 어둠을 우연찮게 보게 되는데..
한번은 평소 안방에 계실 아버지가 보이지 않아 어머니가 나보고 가게로 가보라고 하셨다. 가끔 집근처를 산책 겸 나가시기도 하셔서 당연히 산책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길어봤자 30~40분이었단 아버지의 외출이 한 두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으시자 어머니도, 나도 걱정이 되었다.
일요일 오후로 기억한다. 가게로 가니 반쯤 열린 문, 불도 켜지 않은 내부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가게에 쪽방 하나가 있는데 그곳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놀래켜줄 생각에 슬며시 안으로 들어왔다. 새어나오는 불빛과 TV소리, 아마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워터월드(Water World)"의 마지막 장면으로 기억한다.
TV를 응시하는 아버지의 뒷 모습이 이상하게 왜소해보였다. 약간 축 늘어진 어깨, 짙은 우울과 어둠이 그림자에 섞여 아우라를 내뿜는 듯 하였다. 쪽방 앞에서 머뭇거리며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도 죽는게 두려우시구나'. 곧 졸업을 앞 둔 초등학교 6학년 둘째 아들이 이제서야 아버지의 진짜 마음과 감정을 이해하는 순간이었다.
문학소년에게 닥친 절대절명의 위기, 슬픔(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