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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회복지사입니다만?

문학소년에게 닥친 절대절명의 위기, 슬픔(결-1)

어떻게든 먹고 살려고 발버둥 중이다.


끊임없이 증명해야하거든, 유능하다는 걸.


조직을 나온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알면서도, 또 이번이 처음이 아님에도 늘 버거워.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

나의 자서전같은 이야기도 곧 끝을 향해 달려간다. 넓게보면 이제 챕터 하나 끝난 것이지만.




갑작스레 그 날이 다가오다.


화창한 날이었다. 흐릿하지만 그 날의 감정은 여전히 내 마음 속에 남아있다. 집에 있던 차 받은 연락. 단순한 연락이 아니었다. 어머니랑 형이랑 정신없이 병원으로 향했던 듯 하다.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아버지. TV에서만 보던 산소호흡기하며 바이탈 사인 모니터 등, 예사롭지 않았다. 그런데 날은 이상하리만큼 평온하고 밝았다.


살아계셨다. 사경을 헤매고 계셨지만 우리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조금씩 움직이는 발가락과 미세한 눈떨림. 그럼에도 위태로웠다. 불안했다. 이제 갓 중학교에 입학한 나는 이 상황의 심각성을 모른채 병문안을 온 다른 보호자가 가져온 게임잡지를 보며 애써 외면하려했다. 미친 소리 같겠지만 지루하게 느껴졌기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시든 숨을 거두시든 무언가 결정이 났으면 하는 마음이 커서. 갓 중학교에 입학한 막내아들의 철 없는 바람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부산에서 큰아버지가 올라온다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든 가는 숨을 내쉬며 버티시는 듯 했다. (내 눈엔 움직임이 없는데)발가락이 움직였다며 아이처럼 좋아하는 형의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중이었다. 


삐-----------------------


실감이 안 났다. 어머니도, 형도, 나도 울었다.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바닥에 주저 앉아 엉엉 울었다. 그러지 말라며 다시 일으켜 세우는 어머니의 이야기에 아랑곳 않고 울었다. 슬픔보다는 분위기에 휩쓸려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울었다. 죽음이라는 개념이 실감이 안났다. 어린 나에게는 너무나 크고 이해할 수 없는, 무한한 개념이었다. 가슴 속 한 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진정으로 슬픔을 겪게 되는 건 그로부터 며칠 후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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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년에게 닥친 절대절명의 위기, 슬픔(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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