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결혼과 관련한 생각들"
알립니다.
본 글은 저와 개인적으로 '51주 챌린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린 이야기를 당사자의 동의 하에 공유합니다. 실제 발달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사회이슈와 일상을 여과없이 드러낸 이야기인 만큼 편견없이 봐주시길 권합니다.
2024년이 시작되었던 게 엊그제 같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빠르네요.
20대 중반부터 결혼이라는 단어를 정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지난 6월 8일에 같은 지역에 사는 친구의 결혼식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부케(결혼식의 꽃다발)를 보며 일명 품절남이 된 친구를 보니 잠시나마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죠. 하지만 막상 결혼식이 끝난 후에 들었던 생각은 달랐습니다. 아직은 혼자 사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이번 주제는 결혼과 관련된 생각을 다루고자 합니다.
제가 다른 사람에게 시집이나 장가뿐 아니라 “언제 결혼하실 건가요?”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은 2015년 초의 일이었습니다. 이제 막 문경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였죠. 당시 복지관 담당자를 비롯한 복지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저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시더라고요. 대개 나이를 물어본 후 서로 결혼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었습니다.
2018년 2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롯데하이마트의 구성원으로 있었을 때의 일입니다. 가전제품을 종합적으로 판매하는 곳이라 혼수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온 것도 있었고요. 같이 일했던 사람들의 연령대(대부분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태어난 세대)가 다양하다 보니 결혼 이야기가 나올 때도 있었습니다.
시기상 제가 결혼한 나이에 접어들기도 해서 여러 직원이 저에게 여자 친구나 결혼에 관련된 이야기할 때도 있었습니다. 특히 결혼한 자녀를 둔 부모님 나이대의 직원도 있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자녀처럼 많이 아껴주셨습니다. 종종 결혼과 관련된 이야기도 하셨었는데요. “장가를 언제 갈 것인가요?”, “여자 친구는 있으세요?”라고 물어보셨죠.
당시 해당 질문을 들었을 때 불편함 없이 비교적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었습니다. 특히 혼수 준비로 예비 신혼부부들이 가전제품을 보고 각종 부가서비스 등을 알아보기 위해 매장을 찾는 경우가 많았기도 하고요. 혼수 상담을 한 경험은 없지만 대기 중인 예비 신혼부부 고객을 위해 음료나 차를 대접할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문득 생각해 보니 지난 10년 사이에 결혼한 친척뿐만 아니라 지인이나 친구도 많았습니다. 대학 학사를 졸업한 시점인 2013년 상반기부터 주변에서 결혼한 사람을 보니 25살 이후에 결혼하여 30대까지 결혼하는 경우가 많았죠. 당장 제 친척들만 하더라도 2014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친가의 경우 두 명이 모두 서른 살 전후로 결혼했고요. 참고로 외가는 네 명이 결혼했는데, 모두 30대에 결혼했습니다(지난달에는 두 명의 친구가 결혼에 골인하여 일명 품절남이 되었다는 후문이!).
2018년 이후 방문했던 결혼식에 가서 느낀 건데요. 가족·친척만 초대하여 진행하는 간소한 결혼뿐만 아니라 주례 없는 결혼식도 많아졌다고 느꼈습니다. 심지어는 색다른 결혼식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더라고요. 지난 4월 초에 방문한 동생뻘 되는 지인의 결혼식에서는 지역주민을 초청하여 우쿨렐레 악기 공연을 했으며 결혼식 끝 무렵에는 단체 사진 촬영 후 드론 이벤트까지 해서 정말 인상적이었던 결혼식이었습니다.
그리고보니 어느 순간부터 결혼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더라고요. 제 부모님 세대인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만 하더라도 결혼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정반대가 된 것처럼요. 과거보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어지고 결혼문화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하면서 요즘은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란 인식이 팽배해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 5월 2일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2023년 청소년 종합실태 조사 결과’ 자료를 보면 60% 정도의 청소년이 결혼은 선택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7년에는 50% 정도의 청소년이 결혼은 필수라고 응답했는데요.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5월 10일 나우앤서베이가 20대 이상의 전국 미혼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국 미혼 남녀 결혼 계획’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결혼관과 관련된 질문을 보면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는 응답이 75.4%로 높게 나왔는데요. 데이트하는 부분과 상관없이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결혼이 필수라는 응답은 24.6%로 나왔습니다.
왜 그럴까요?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 TOP 3>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1위 : 경제적 문제 (53.6%)
2위 : 사생활 제약 (12.8%)
3위 : 배우자와의 갈등 (12.8%)
지금 대한민국 가구 수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지난 4월 초에 나온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1인 가구가 1,000만 가구를 돌파했으며 비중은 41.8%입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시작된 장기 불황으로 미혼·만혼·비혼 등이 증가한 것도 있고요.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개인주의가 확대된 부분도 1인 가구의 증가에 영향이 있었습니다. 비혼을 존중하자는 사회적 풍토는 기업 문화에도 영향을 미쳐 조금씩 변화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에서 비혼금을 지급하는 기업도 나왔습니다. 대표적으로 통신기업인 LG유플러스가 있는데요. 2023년에 근속기간이 5년을 넘는 만 38세 이상 직원이 비혼 선언을 하면 기본급 100%와 휴가 5일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결혼하는 직원들이 받는 혜택과 같습니다. 참고로 LG유플러스 노동조합이 경영진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비혼금 도입을 요구하여 결과로 만들어진 거라고 하네요.
이외에도 금융사인 NH투자증권과 SK증권뿐만 아니라 롯데백화점(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등에서도 비혼을 선언하면 축하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있고요. 올해 들어서는 IBK 기업은행·대신증권과 같은 금융사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도 비혼 선언 시에 지원금을 주는 제도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위의 사진처럼 반론 또한 적지 않습니다. 저출산의 책임이 큰 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비혼을 장려한다는 이야기가 있었고요. 관혼상제와 무관한 경조금을 주는 부분은 좋지 않다는 여론도 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지난 6월 19일에 각 정부 중앙부처에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죠. 뒤이어 7월 1일에는 ‘정부 조직 개편 방안’을 발표했는데, 조만간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한다고 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으며 내년에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게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결혼하는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왜냐하면 결혼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대학원 석사과정과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전문 강사’ 활동도 그렇고요.
아직은 함께 사는 것보다는 혼자 사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간섭이 덜하니 일정을 짜는 것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고, 자유롭게 다니니 여러 가지 경험하는 부분이 편합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결혼 전 “가장의 역할까지 수행해야 하는데, 역경을 잘 이겨낼 것인가?”라는 고민이 들기도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결혼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제가 결혼하게 된다면 동갑내기랑 하고 싶습니다. 부부로서 인연을 맺는다면 때때로 의견 충돌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소한 부분인데요. 배달 주문하기 전에 어느 음식을 먹고 싶은지 고민하다가 서로 의견이 달라서 사소한 의견 충돌이 생기기도 하고요. 때로는 재테크와 같은 금전적인 문제로 의견 충돌이 생길 때도 있겠죠.
(의견 충돌이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만일 의견 충돌이 생겼을 때는 서로 공통점을 찾아간 다음 슬기롭게 의견을 잘 조율해서 한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다이아몬드 기업인 드비어스의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광고문구처럼 서로 사랑하고 아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