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치과 진료에 대한 추억과 생각들"
알립니다.
본 글은 저와 개인적으로 '51주 챌린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린 이야기를 당사자의 동의 하에 공유합니다. 실제 발달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사회이슈와 일상을 여과없이 드러낸 이야기인 만큼 편견없이 봐주시길 권합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납니다. 미리 몸을 챙기면 각종 통증과 질환으로 인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니까 좋죠.
우리는 몸과 마음이 아프면 병원을 찾습니다. 병원에 방문하여 적절한 진료를 받으면 질환 및 통증을 예방할 수 있거나 혹은 아픈 곳의 통증이 완화되어 생활의 불편함이 줄어듭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좀 삶의 질이 높아지며 의료비 지출까지 줄어드는 장점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진료과목에 따라 다르겠으나 가기 싫은 병원도 있겠죠. 그중 하나가 바로 치과입니다. 입을 벌린 채로 해야 하는 고통 등으로 인하여 치과 진료가 무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적절한 진료를 받는다면 삶의 질뿐만 아니라 먹는 즐거움까지 오래 누릴 수 있습니다.
오늘은 치과 진료에 대한 추억 및 견해 등을 다루고자 합니다.
치아는 이가탄의 광고 문구와 같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역할을 도와주는 기관입니다. 저작기능을 통해 음식물을 소화하기 쉽게 잘게 부수고 소화액이 잘 섞이게 하여 돕기도 하고요. 발음을 정확하게 형성해주는 역할까지 합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풀어본 경험은 다들 한 번쯤 있으셨을 겁니다.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있어야 삶의 질도 높아지고 살아가는 힘도 생기죠. 그런데 만일 치아 상태가 좋지 못하다면 어떨까요?치아 관리를 제때 하지 않으면 구강 상태에 따라 진료비가 수백만 원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치아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낫지만, 그래도 경제적 부담이 커질테죠.
온몸이 통증으로 인해 아프기도 하고요. 물을 마실 때 이가 시리기도 합니다. 충치가 생겨서 염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기가 어려워지니 삶의 만족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치아 건강이 정말 중요합니다.
2023년 12월에 발간된 국립재활원 ‘2021년도 장애인 건강보건 통계’ 320~326페이지에 나와 있는 ‘장애인 구강검진 종합 소견 현황’ 표를 보면 전문가구강위생관리 및 치주관리와 충치 치료가 필요한 비중이 높았습니다. 해당 통계 21페이지에 2021년 장애인 일반건강검진 대상자 119만 3,333명 가운데 75만 2,157명(63.0%)이 검진을 받았다고 나옵니다. 하지만 구강검진을 받은 사람은 10명 중 2명이 채 안 되는 21만 9,202명(18.4%)만 받았다고 296페이지에 나와 있습니다.
환경적 요인뿐만 아니라 당사자 또는 보호자가 관리를 소홀히 하여 치주관리 및 충치 진료가 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참고로 제때 이를 닦지 않으면 이의 표면의 산도가 pH 5.5 이하로 낮아지는데요. 이때 충치를 유발하는 박테리아와 세균의 활동이 왕성하게 일어납니다. 만일 당분이 많은 음식을 먹었다면 3분 이내에 닦는 것이 좋으며 커피나 홍차를 마셨다면 바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맥주·탄산음료·주스·비타민 음료를 마시거나 식초가 들어간 음식을 섭취했다면 30분 후에 양치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입안의 건조함은 치아와 구강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건조한 구강은 침샘의 분비량이 감소하거나 침샘의 기능이 저하되어 침의 양이 줄어듭니다. 이에 따라 침의 청결하고 보호적인 기능이 줄어들어 구강 내 산성 정도가 높아집니다. 그래서 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을 통하여 구강이 건조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잠을 자기 전에 양치하는 습관도 중요하겠고요. 잠을 자는 중 침 분비가 줄어들어 잠들기 전에 이를 닦지 않으면 이가 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잘못된 양치 방법으로 인해 치아 상태가 더 나빠지기도 합니다. 우리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이 있죠. 어릴 때부터 이를 닦는 습관을 올바르게 들여야 구강 질환을 예방할 수 있고요. 진료 비용 부담까지 줄여서 재테크를 할 여력까지 생깁니다.
(저도 종종 실천하는)올바르게 이 닦는 다섯 가지의 방법을 기억하셔서 건강한 치아를 꼭 유지하세요.
#올바르게 이를 닦는 방법 5가지
① 너무 딱딱하지 않은 부드러운 모를 가지면서 치아 두 개에 걸칠 수 있는 칫솔을 사용하기
② 모든 치아의 씹는 면, 바깥면, 안쪽 면을 빠짐없이 닦기
③ 잇몸과 치아 사이, 치아와 치아 사이를 잘 문질러서 닦아 주기
④ 마지막에는 반드시 혀까지 닦아 주기
⑤ 칫솔로 혀를 쓸어내리듯이 닦아주거나 혀 클리너를 사용하기
혹시 ‘권역별 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들어보셨는지요? 제가 치과 진료를 받으러 가는 곳이 있는데요. 경북대학교치과병원 안에 있는 ‘대구권역 장애인구강진료센터’입니다. 2010년 12월 30일 단국대학교치과병원 안에 ‘충남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개소한 것을 시작으로 2024년 6월 말 현재 15개 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해당 센터가 담당하는 역할은 하단의 줄글로 표기했습니다.
#권역별 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하는 주요 업무는?
⓵ 장애인 환자에 대한 치과 진료 및 공공보건 사업을 담당하는 거점기관의 역할 담당
⓶ 1차 진료뿐만 아니라 중증장애인에 대한 진정·마취 후에 치과 진료 시행
⓷ 구강검진 및 구강 보건교육뿐만 아니라 권역 내 치과 종사자에 대한 교육·훈련 진행
⓸ 지역보건소 등과 연계한 공공 보건사업 수행
제가 다니는 권역별 장애인구강진료센터는 대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광역자치단체인 경북까지 담당합니다. 그래서 경북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도 진료를 위해 많이 방문합니다. 병원의 지하주차장 혹은 인근에 ‘부름콜’과 같은 경북 지역 교통약자 이동수단이 심심찮게 보이는 이유죠. 참고로, 대구·경북 권역이 약 20,000㎢ 정도 됩니다. 그래서 예약 후 초진 진료까지 받는 데까지 대략 6개월이 걸렸었습니다.
유년기 시절, 가장 싫어했던 병원은 바로 치과였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치과 진료가 있는 날이면 진료 시작 직전에 가족들 몰래 도망쳤던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고요. 중간에 너무 무서워서 발버둥을 친 적도 있었습니다.
‘윙~’하는 치과 기구인 드릴과 같은 기계 소리도 무섭기도 했고요. 비염이 있다 보니 진료 중에 숨을 내뱉고 쉬는 것이 어려울 때도 많았습니다. 입을 벌리면 나도 모르게 헛구역질이 나올 때가 생각보다 많았거든요. 비유하자면, 돼지나 소를 잡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한 번은 치과 진료받을 때의 고통을 덜 느끼게 하려고 마취를 받은 경험이 있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치과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곳이라는 것을 아셨기 때문에 진료를 마치면 맛있는 음식을 사주셨을 때가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충북 청주에서 유치원을 다니던 시절에 치과 인근에서 먹었던 돈까스가 아직도 생각이 나네요. 치과는 무서웠지만, 그래도 진료가 끝나면 맛있는 음식이 기다렸던 기억이 난답니다.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치과 진료를 좀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세 가지의 방법을 소개해드립니다.
⓵ 치과 방문 하루 전날에 잠을 적게 자면 입을 벌리기가 더 좋았습니다. 잠을 못 자면 피곤하기도 하지만, 하품이 더욱 많이 나오기 때문에 입을 벌리기가 더 좋았던 것이죠.
⓶ 블루투스 헤드셋을 귀에 꽂은 채로 음악을 들으면서 진료를 받는 겁니다. 치과에서 드릴 소리가 참 시끄럽고 귀에 거슬릴 때가 많죠. 그래서 좀 더 쾌적하게 받기 위해 클래식 음악이나 영화 OST 등을 들었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⓷ 진료 중에 숨을 쉬기 어렵다면 손을 들어서 잠시 숨을 잠시 쉴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전보다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치과는 많아졌지만, 아직도 장애인 구강진료 접근성은 낮은 편이라고 합니다.중소도시의 경우에는 장애인에게 치과 진료를 해주는 곳이 잘 없기도 하고요. 병원 접근성이 제한되어서 또는 아픈지를 보호자들이 몰라서 등의 여러 이유로 치과 진료를 미룬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일부 지역에 앞서 소개드린 ‘권역별 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있으나 이마저도 예약 후 첫 진료까지 2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같은 질환이라도 정도가 심해져서 내원하는 일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충치도 진행이 심하게 되어 신경까지 하는 경우도 많고요. 치주질환이 중증으로 진행되어 스케일링만으로 안 되어 잇몸치료를 여러 번 하거나 발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쉽게 완치가 가능한 치아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진료가 제때 이루어지지 못해 나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진료 시간이 길어지는 것과 동시에 진료비가 더 나오죠(참고로, 일반 치과에서 장애인 진료가 생각보다 어려운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특히 중증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진료 난도가 높습니다. 당사자의 의사소통이 어렵다 보니 어디가 아픈지 알기 어려워서 보호자의 이야기를 듣고 진료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료할 때 위험 부담 또한 적지 않습니다. 만일 사고가 나면 진료 업무가 차질을 빚고 소송까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죠. 예를 들면 장애당사자가 너무 무서워서 발버둥을 치다가 예리한 도구에 찔려 다치기도 합니다. 행동 조절을 위한 전신마취를 하여 의료사고를 방지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마취전문의가 있는 병의원과 장애인을 전담하는 의사나 간호사 인력이 많지 않으므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외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진료에 불이익을 주거나 거부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4월 18일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내린 치과 진료에 관한 권고문이 있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임플란트 시술을 위해 배우자와 활동지원사가 함께 방문한 휠체어 이용 지체장애인 B 씨의 진료를 거부하고 상급병원으로 안내한 A 치과에 “장애인 환자 의료서비스 제공 관련 업무 매뉴얼을 마련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장애인식 개선교육 내용을 포함한 인권교육을 하라"는 권고가 있었습니다.
결정문에 따르면 B 씨는 몇 년 전부터 다른 치과의 유니트체어에 스스로 앉아 진료를 받았으며, 배우자와 활동지원사의 보조를 받아 안전하게 움직일 수도 있었음에도 A 치과는 임플란트 시술을 위해 배우자와 활동지원사가 함께 방문한 B 씨의 진료를 거부하며 상급병원으로 안내했습니다. 인권위는 A 치과가 B 씨를 진료하는데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나 지나친 부담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 진료거부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31조 제1항의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장애인 구강건강 정책의 변화는 참여하고 있는 병의원의 인센티브 확대·의료 인프라 및 전문 인력 확충·장비 확대와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장애인 전담 인력을 확대하여 여러 특성에 따라 여러 가지 상황을 대비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장애인 중에서도 골격 질환·휠체어·장년층·운동장애가 있다면 낙상 사고를 조심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사고가 나면 골절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는 몸 상태가 나빠지기도 하여 주의가 필요합니다. 상황에 따라서 진료당사자를 잘 지지해주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가만히 한 자세로 있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이석이나 도전적 행동이 심한 당사자의 경우에는 자원봉사자를 포함하여 4~5명이 옆에 붙어있어야 할 정도이고요. 작은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진료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귀마개나 이어폰을 꽂아서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상을 틀어주면서 진행한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청각장애인의 경우에는 당사자가 선호하는 수화‧구화‧필담 등 의사소통법 활용도 필요하고요. 중요한 진료 내용은 진료 전에 서로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재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진료 모든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진료에 사용하는 기구 등을 만져볼 수 있게 안내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장애인·아동·노인 등을 위한 특수장비를 새로 설치하는 곳뿐만 아니라 이미 특수장비가 있는 곳의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모두를 위한 치과가 되기 위해서는 의료진과 장애인이 더욱 편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장비 확충 및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불어 장애인이 치과를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 확충도 중요합니다. 중증장애인이 진료받을 수 있는 동네 치과 병의원의 참여를 위한 지원 및 인센티브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현재 총 15곳에 ‘권역별 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가 열악한 지역은 불편함이 적지 않게 있죠. 그래서 장기적으로 10,000㎢ 이상의 면적을 가지고 있거나 도서 지역이 있는 도 지역은 권역별 중심지까지 ‘권역별 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경북 지역은 안동(북부권)·구미(중부권)·포항(동부권)에 두는 것처럼 말이죠. 전제조건이 있다면, 참여하는 병원의 장려금을 확대하는 부분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관련 예산을 더욱 확보하여 양질의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아프면 당연히 동네 병원에서 진료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장애인도 건강한 삶이 되어야 삶의 질도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