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발달장애인과 ‘오티즘엑스포’"
알립니다.
본 글은 저와 개인적으로 '51주 챌린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린 이야기를 당사자의 동의 하에 공유합니다. 실제 발달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사회이슈와 일상을 여과없이 드러낸 이야기인 만큼 편견없이 봐주시길 권합니다.
2024년 7월 12일부터 13일까지 ‘제3회 오티즘엑스포’가 개최되었죠. 자폐와 더불어 살아가는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마련한 행사라는 점이 인상적이었고요. 관련 단체와 소통 및 정보 등을 교류하는 장이기도 하여 좋았던 점도 있었습니다.
이번부터 3회에 걸쳐 ‘오티즘엑스포’ 이야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첫 시간은 먼저 국내 발달장애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다음 행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 및 에피소드 등을 다루고자 합니다.
‘오티즘엑스포’에 관한 소개에 앞서 문제를 하나 드립니다. 2023년 말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등록 발달장애인은 얼마나 될까요?
① 10만 명 ② 15만 명 ③ 20만 명 ④ 25만 명 ⑤ 모두 아니다.
정답은 5번입니다. 2024년 4월 18일에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23년 12월 말 기준)등록 발달장애인은 27만 2,524명 - 지적장애인 22만 9,780명·자폐성 장애인 42,744명 - 입니다. 이는 전체 장애인 264만 1,896명의 10.3%를 약간 웃도는 수준입니다. 보호자와 가족까지 포함하면 80만 명 정도 추정됩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는지요? 상당수의 발달장애인 가족은 심리적으로 어렵다고 합니다. 가족들이 헌신적인 노력을 하더라도 학교나 병원 등에서 거절당할 때도 있고요. 발달장애인에 대한 폭력과 학대 소식은 현재 진행형이며 성년 이후의 삶까지 많이 고민해야 하니 그렇습니다.
지난 5월 7일에 충북 청주시의 한 발달장애인 가정에서 일가족 3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된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6월 17일에 올라온 에이블뉴스 「‘청주시 발달장애인 가정 참사’ 충북도·청주시 정책간담회 진행」 기사의 일부분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청주 일가족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아버지가 2009년 고엽제 후유증으로 사망하면서 기초생활 수급 가구로 선정돼 급여를 받아왔습니다. 60대 어머니인 A 씨와 40대 아들 B 씨와 딸 C 씨는 모두 심한 장애 등급의 지적 장애가 있었습니다.
그중 상대적으로 장애가 심하지 않은 아들 B 씨가 어머니와 심각한 우울증을 겪은 누나를 돌봐왔다고 하는데요. 특히 최근 들어 입원하는 등 건강상의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추가로 해당 가구는 ‘공적급여를 지원받는 가정으로 단전·단수·채무 등의 위기 사유에 포함되지 않음’을 사유로 인해 일명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 대상, 일명 정부의 ‘복지위기 의심 가구’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위기 징후가 확인되지 않아 비극을 맞이했다는 것이죠.
지난 6월 20일에 열린 청주시의회 ‘제87회 정례회’ 5분 자유발언에서 남인범 시의원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5월에 있었던 청주 발달장애인 가족의 죽음에 대해 “이들은 차별과 난관을 겪으며 대인관계·사회적 교류·사회참여 활동 의지 등에 어려움이 생기고 외부와의 관계를 단절하고 칩거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라고 했고요. 그리고 “다수의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고 외부인의 출입이 필요한 주거지 청소·반찬 지원 등 복지 서비스를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며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세밀한 전수조사를 통해 이들의 생활 실태와 장애 유형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7월 1일에는 서미화 국회의원(비례대표)이 배포한 보도자료도 확인해봤는데요. 보건복지부와 청주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정부가 8차례 시행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조사 대상자에서 발달장애인은 총 1만 2,087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12월 말 기준 등록된 발달장애인이 약 27만 2,524명인 것을 보면 조사 대상자로 선정된 발달장애인은 4.4% 수준이라 앞으로 개선의 여지가 많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 사회서비스 용어 소개 :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
① 시행 : 연간 6회 격월로 진행
② 내용 : 단전·단수·건강보험료·가스요금 등 총 45종의 정보를 한국전력공사·상수도 사업본부·국민건강보험공단 등으로부터 받아 위기 가정을 사전에 파악하는 조사입니다. 정부에서 이 조사로 발굴된 복지 위기 가구에 기초생활보장이나 긴급 지원 등의 공적 급여를 지원하거나 민간 자원과 연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지난 6월부터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 돌봄서비스가 시작된 부분은 일부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최중증 발달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갈 길은 많이 멀죠. 추후 만 18세 미만과 만 65세 이상에서도 통합 돌봄서비스가 운영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 나아가 복지 사각지대를 더 줄이는 것과 함께 현실성 있는 발달장애인 가족 지원 정책이 개발되어서 발달장애인 가족의 삶이 더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 상황에서 개최되는 오티즘엑스포, 어떤 행사인지 어떤 행사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오티즘엑스포는 자폐성 장애 및 발달 지연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상담·제품 및 서비스를 한자리에서 통합적으로 제공하고요. 생애주기별 당면 과제와 미래 설계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합니다. 특히 오티즘톡스·오티즘스쿨·오티즘아트페스티발 등의 각종 부대행사를 통해서 자폐와 더불어 살아가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요. 강연·전시·공연·체험 등을 통해 함께 즐길 수 있고요.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와 사회적 인식 전환의 장입니다.
행사의 판도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제1회 때는 87곳이 참가했으나 이번 3회에서는 150여 곳으로 늘어 행사가 커졌고요. 이제는 2만 명이 넘게 관람할 정도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박람회로 성장했습니다.
참고로 2017년 9월부터 총무를 맡고 있는 국내 최초의 성인 자폐성 장애인 자조 모임 ‘estas’의 경우 ‘제1회 오티즘엑스포’때부터 참가했습니다. 2013년 9월에 생긴 국내 최초의 자폐성 장애인 자조 모임인데요. 오티즘엑스포 참가뿐만 아니라 여러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에 그 존재를 알렸습니다.
첫 행사에서는 당사자 모임은 ‘estas’만 참여했지만, 제2회 행사부터는 다른 장애인 자조 모임도 참가했기 때문이었죠. 이 부분은 뒤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습니다.
2019년 초여름이었을 겁니다. 에이블뉴스를 보다가 국내 최초의 발달장애인 관련 박람회인 ‘제1회 오티즘엑스포’가 열린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죠. 엑스포 참여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대학교 졸업을 앞둔 시절, 사회생활을 하고 싶은 간절함이 커서 300곳이 넘는 직장에 이력서를 넣었는데요.
하지만 면접까지 간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시작되기 전이기도 했고, 발달장애인과 일하고 있는 기업체가 적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지금보다 좋지 못한 경우도 많았죠. 나중에 그 간절함이 통하여 2013년 1월에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 인턴 기간 만료와 취업성공패키지를 했기 때문에 취준생이 다시 될 수밖에 없었죠.
‘제1회 오티즘엑스포’는 그런 제 어려움을 해소해주고 비슷한 경험을 한 당사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두근하더라고요. ‘제1회 오티즘엑스포’ 이틀째 오전 행사로 「자폐 당사자와 가족, 자조모임 이야기 “다름과 같음을 말하다”」가 있었는데요.
‘에이블뉴스’에서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조정자 친구가 ‘estas’ 자조모임 및 활동들을 잠시 소개한 일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2018년 ‘장애 청년 6대륙 드림팀’으로 참가하여 영국종단 여행기를 잠시 다뤘는데요. 이 순간 국외로 나간 것이 부러웠습니다. 2005년 7월 태국 방문 이후 대한민국을 벗어난 적이 없어서 더욱 느낄 수밖에 없었지요.
이뿐 아니라 유년기부터 성인기까지 자폐성 장애 당사자가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여러 이야기를 했습니다.
든 생각은 라이벌 의식이 더욱 생겼다는 겁니다. 특히 같은 달에 태어난 동갑내기라는 점과 고등교육을 받았다는 점이 있어서 크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뒤에 자세하게 소개하겠지만 ‘제2회 오티즘엑스포’ 때 주제발표자로 참여하게 된 동기부여도 되기도 했고요.
3년 후 열린 ‘제2회 오티즘엑스포’에서는 두 가지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안방극장에 돌풍을 일으키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자폐성 장애에 대한 관심이 쏠려서 행사장뿐만 아니라 ‘estas’ 부스에도 사람들이 더 몰리니 바빠졌던 기억이 납니다. 이때 영국 스코틀랜드 지역의 자폐 당사자들이 알려주는 특별한 진실을 소개한 홍보자료를 폼 보드에 고정해 놓아 준비했는데요.
해당 내용은 자폐성 장애에 대한 여러 속설과 오해 등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홍보 현수막이었는데 반응이 괜찮았습니다. 그래서 역대 오티즘엑스포 중에서 구성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경남 창원시에서 온 미등록 당사자가 새로 가입하기도 했죠.
제1회 행사 때 장애 당사자 자조 모임은 ‘estas’만 참여했는데요. 2022년 7월에 진행된 제2회 행사에서는 신경다양성 지지 모임 ‘세바다’뿐 아니라 서울 광진·성북 피플퍼스트 조직이 참가하여 자폐 관련 당사자 그룹이 성장하고 있음을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피플퍼스트는 지난 1974년에 미국의 한 발달장애인이 “나는 장애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 대우받고 싶다!”라고 말하면서 시작된 발달장애인 당사자 인권운동입니다. 이후 캐나다·영국·일본을 거쳐서 지난 2013년에 대한민국에 상륙했고요. 2016년 10월에 한국피플퍼스트가 정식으로 출범했습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권리의 주체임을 선언하고 직접 기획·섭외·시행·평가한다는 점이 ‘피플퍼스트 대회’의 특징입니다.
제2회 행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주제발표자로 참가했을 때가 생각이 납니다. 주제발표의 내용은 취업 과정과 직장생활 이야기였는데요. 직장생활이 쉽지 않아 우울증 및 공황장애로 인해 휴직한 직후여서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발표를 통하여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준비했죠.
이날 발표에는 2015년 초부터 알았던 친구인 조형준 사회복지사도 함께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준 것뿐만 아니라 발표 영상을 촬영하고 릴스로 올려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주제발표를 통하여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방문해 준 조형준 사회복지사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7월 13일에 방문했던 ‘제3회 오티즘엑스포’를 참관한 부분을 나눌 예정입니다. 제2회 때보다 현장이 풍성해진 느낌이 있었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와서 좋았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