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윤채’의 자아정체성은?"
알립니다.
본 글은 저와 개인적으로 '51주 챌린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린 이야기를 당사자의 동의 하에 공유합니다. 실제 발달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사회이슈와 일상을 여과없이 드러낸 이야기인 만큼 편견없이 봐주시길 권합니다.
자아정체성은 다른 사람의 영향만 받는 것만이 아닌, 자기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도 있어야 의미가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은 마치 샌드위치의 빵과 소스, 재료 등을 선택하여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죠.
자아정체성에는 경험과 가치관뿐 아니라 성격 및 목표도 있겠습니다. 또 문화적 배경과 같은 요소들도 복합적으로 작용하죠.“어떤 사람을 만나고 일을 경험하는가?”에 따라서도 달라지겠네요.
오늘은 제 자아정체성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자아정체성의 정확한 뜻을 살펴보면요.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기 인식 그리고 자신을 규정하는 가치관과 신념 및 성격 등을 포함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자아정체성은 개인이 스스로 정의함은 물론, 삶의 방향도 설정하며,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을 위치 지을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합니다.
자아정체성은 각자 살아온 삶과 신념, 문화 등을 근거로 사회적·개인적·문화적·심리적 정체성 등의 네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Chat GPT에게도 물어본 정리 내용은 하단의 표를 참조해주세요.
문득 제 자아정체성을 생각해보면요. "사회적 정체성"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소속감을 느낄 때요. 예로, 학교에서의 제 사회적 정체성은 '단국대학교'와 '대구대학교'가 있겠고요. 지역에서는 '롯데하이마트(주)'와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사' 등이 그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사회적 정체성을 크게 느꼈던 곳은 단연 경영학을 전공한 '단국대학교'입니다. 제가 원했던 대학에 들어갔다는 것 자체는 좋았으나, 입학을 앞둘 무렵 한 가지 걱정이 있었거든요. 바로 "O.T"였습니다.
오리엔테이션 참여를 통하여 몰랐던 정보 등을 얻는 것은 좋았습니다. 다만 술에 약한 점, 뒤늦게 입학하여 한 학번 높은 친구들과 말을 놓을지 아니면 선배라 불러야 할지 고민스러웠던 점은 참여를 망설이게 하였죠. 처음부터 어중간한 관계는 좋지 않을 거 같아 결국 오리엔테이션을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동기들과 친해지는 것도 그렇고 적응에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이를 보완하고자 스스로 했던 노력들이 몇 있었는데요. 맨 앞자리에 착석해서 강의를 열심히 듣거나 틈틈이 예습 혹은 공들여 발표 자료 작성을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같이 수업을 듣던 한 학우가 제게 <창업동아리> 참여 제의를 할 정도로 동기들과 가까워진 것은 물론이고요.
이러한 제 "사회적 정체성"은 학사 졸업 후에도 단국대에 관한 관심과 사랑으로 이어졌습니다. 작년과 올해 여섯 차례나 캠퍼스를 방문했을 정도로요. 2019년과 2023년에는 두 차례의 학교 발전 기금을 냈고요. 작년 7월에는 총동창회 평생 회비까지 냈답니다.
궁금들 하실거예요. 다른 주제도 많은데 왜 정체성에 대해 다뤘는지를요. 여담이지만 제가 실제 태어난 날과 주민등록상 생년월일이 다른 이야기부터 해야 이해가 되실 겁니다.
처음으로 제가 ‘자아정체성’을 가진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주민등록상에 나온 생일이 진짜인 줄 알았죠. 어느 날, 집에서 우연히 제가 태어날 당시의 출생기록부를 발견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여 열어보니 주민등록상에는 1990년 1월인데 실제로 태어난 건 1989년 12월이었던 겁니다.
현재는 실제로 태어난 날에 생일을 보냅니다. 다만 복지 혜택을 받거나 전 직장에서 선물로 케이크 쿠폰을 받을 때에는 주민등록상에 기록된 생일날에 받았죠.
'왜 주민등록상 생일을 새해 첫날로 했을까?' 나중에 알고보니 12월에 태어난 아이들의 출생 신고를 늦게 할 때가 생각보다 많았다고 합니다. 취학 전까지는 봄에 태어난 아이들보다 발달이나 발육 등에서 뒤쳐지는 경우가 있다고요. 그렇기에 일부 부모들은 해당 월에 태어난 자녀들 입학을 일부러 1년 늦게 보냈습니다.
이로인한 해프닝 하나가 있었습니다. 전 직장에서 90년대생 동료들이 제게 말 놓자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하더라고요. 예전에 찍어놓은 출생기록부 기록 사진을 바로 보여주니 저를 89년생이라고 인정하더군요. 재밌죠?
2022년 봄부터는 심리적 정체성도 서서히 느꼈던 듯 합니다. 아무래도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인한 휴직 그리고 전 직장 퇴사 후 경제적 공백기 등을 겪어서였죠.
한번 휴직한 적이 있었습니다. 퇴사 직전까지 갈 뻔했기에 스스로 브레이크를 건 것이죠. 오죽하면 '병으로 인한 해고로 처리 후 실업급여를 받을까?'생각도 했었다니까요. 한편으로는 제가 복직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기다리고 있는 직장 동료들이 생각나더라고요. 며날 며칠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직장 생활을 좀 더 하자는 방향으로 마음이 움직였죠.그리고 상담 및 치료 비롯한 회복에 집중한 결과, 그해 12월에 복직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병행하고 있는 대학원 공부에 사회생활, 또 경제상황 등 여러모로 고민이 많습니다. 그로 인하여 '자아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미생(未生)의 상태라고 해야 할까요?
여러분들도 한때는 일이 잘 안 풀려 자아정체성에 적지않은 영향을 주거나 또는 받으셔겠죠. 주어진 상황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간다면, '자아정체성'을 새로이 찾거나 지키는 것은 물론, 힘든 일까지 이겨냄에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