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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뭐라고

by 오월

크게 바라보면 언제나 나의 1년은 별다를 것이 없었다.

학창 시절이 끝나고 비로소 20대에 접어들었을 때 나의 인생이 크게 달라졌다. 활동처가 학교에서 회사가 되었다 뿐 마음가짐이나 나의 말투, 행동이 어른스러워졌다거나 상상 속 멋진 어른의 모습은 전혀 아니었다. 10대의 나의 모습이나 20대의 나의 모습, 이제는 30대에 접어든 나의 모습까지도 변함없는 나다.

물론 사회생활을 경험하며 조금씩 나의 편협했던 생각이나 생각의 방향성은 달라졌지만 나를 구성하는 큰 가치관은 여전히 변함없었고 나의 고민의 질도 크게 달라진 것 없었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큰 고민을 하며 살아갔지만 이제는 직장동료와의 갈등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 학창 시절보다 옅어졌지만 나는 여전히 같은 주제의 문제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모두가 자신만의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경중이 과거와 달라졌다 뿐이지 나는 여전히 나다.


10년의 세월 속에서도 크게 변화한 것이 없는데 1년을 두고 보면 뭐 얼마나 달라졌겠는가.

작년도 재작년도, 크게 변화한 축은 없었다. 나의 1년은 매우 행복하지도, 그렇다고 불행하지도 않았던 그냥 보통의 하루들이 모인 집합체였다. 그럼에도 크리스마스가 뭐라고 겨울옷도 꺼내지 못한 가을부터 크리스마스를 바라보며 설레는 맘을 품고 살아간다.


친구와 함께 크리스마스 홈파티를 즐기고 싶다는 로망이 있어 숙소 일정을 살펴보았다.

크리스마스나 연말이나, 똑같이 설렘은 가득한데 어째서인지 연말보다 크리스마스 기간 숙소를 잡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서울에 갈 것도 아니지만 괜히 서울 호텔을 검색해 본다.

평소에도 20만 원은 우습게 보던 1박 이용요금이 크리스마스라고 30만 원대, 더 나아가서 예약 불가창을 만난다.

괜히 짜증이 올라온다. 도대체 크리스마스가 뭐라고 이리들 밖에서 즐겁게 놀고, 먹고, 시간을 보내는 건가. 나도 그 사람들 중 하나이면서도 치솟는 이용요금과 괜찮은 호텔이 예약불가로 뜰 때마다 이 짜증은 멈추지 않는다.


다들 1월부터 치열하게 지내온 데에 상을 주고 싶어서였겠지.

열심히 뛰다가 걷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잠시 방황도 했지만 어떻게든 올 한 해도 살아냈다.

살아냈다는 나 자신이 기특해서 스스로를 아끼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것이 크리스마스였던 것뿐이다. 별 이유는 없다.

신년은 마냥 열심히 살아야만 할 것 같아서, 아쉬움도 보듬어줘야 하기에. 부족했던 나의 모습도 사랑으로 감싸주기 위해 선택한 날이 그저 크리스마스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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