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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7

by 오월

한 해가 끝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물론 대략 10일 남은 상황이지만 마음만은 이미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크리스마스까지 맘 편히 놀며 24년 한 해를 잘 보내주기 위해 휴가를 냈다.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부유하고 있다.

나는 올 한 해 잘 살아내었나. 사랑을 베풀고 살았나.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나. 스스로를 잘 돌아보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을 계속 생각해 낸다. 그때마다 나의 대답은 그냥 지냈다_ 정도로 끝을 맺는다.

한 해를 시작할 때 언제나 완벽한 한 해를 맞이하고 마무리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것이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임을 잘 알고 있지만 마음 한 편에 그러한 소망이 자리하고 있다.

말도 안 되지만 그런 기적을 바라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24년을 맞이하고 작성했던 다이어리와 스케쥴러를 확인했다.

아쉽게도 일기는 가을까지의 기록만 남아있고 겨울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지만 스케쥴러에는 나의 1년의 모든 기록이 남아 있었다.

찬찬히 기록물을 살펴보았다. 새해를 맞이한 첫날부터 부정적인 글이 적혀있었다.

상대방과 의사소통의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고 상대의 말투와 무신경함에 기분이 상했던 경험, 그럼에도 나의 잘못도 생각하게 되는 경험.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지 다짐했던 것들 까지도.

이전 직장에서 퇴사하기까지 힘들었던 사회생활과 퇴직 후 즐거움을 만끽하기보다는 불안감을 느꼈던 일주일. 이후 난생처음 경험하는, 새로운 직종으로 이직을 준비했고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이직 확정 후 여유 기간이 있어 힘들었던 기간들만큼 노는 것이 더 힘들어질 정도로 많은 곳을 다녔다.

엄마와의 여행, 나 혼자만의 여행, 2년 만에 만나는 지인들과 보낸 행복했던 시간들. 그 모든 시간들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간단하게 작성한 일정표에 그때의 감정과 기억들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한 해를 잘 보내주기 위해 여수에 왔다.

숙소 창문 틈으로 빼꼼 보이는 드넓은 바다에 숨이 탁 트인다.

다들 이래서 겨울 바다를 찾는 걸까.

고작 열흘의 기간으로 나의 24년을 다 마무리할 순 없지만 흘러간 지난날을 다시 돌아볼 시간쯤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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