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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목도리 둘러매고

by 오월

감사를 전해야 할 사람들 중 고르고 골라, 직장 동료에게 선물하기로 정했다.

하루 중 상당한 시간을 함께 지내는 사람들이었고 동료들 간 서로 시기, 질투 없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집단은 너무나 오랜만이었다.

사람이 지치고 힘들면 서로에게 날카로워진다. 말도 행동도 뾰족하게 나간다.

머리로는 상대의 잘못이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당장 나의 행동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모든 것이 뾰족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이직한 직장을 너무나 좋았다. 본인들의 업무가 바쁜 와중에도 도움을 요청하면 다들 친절하게 알려주셨기에 매번 감사합니다- 외치며 다니긴 했지만 소소하게나마 이 겨울과 함께 감사한 맘을 담아 전하고 싶었다.


맘 같아서는 각자의 취향대로 선물을 고르고 싶었다.

이 분은 커피를 좋아하셔, 이 분은 이런 걸 좋아하시던데, 내 물건 중 이런 걸 재미있어하시던데 이걸 선물해 드릴까? 각자의 분위기에 맞는, 각자에게 맞는 선물을 하고 싶었지만 아직 서로의 취향을 알아가기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을 함께 나누었다.

아쉽지만 역시 우리는 커피타임을 함께 나누는 동료니까 향이 좋은 드립백을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주 애용하는 사이트에 접속해서 서로에게 부담되지 않을 선에서의 선물을 고르고 골라본다.

목도리? 장갑? 양말? 귀여운 소품? 간단한 간식? 커피?

내 머릿속에 부유하던 여러 생각들을 한데 모아 드립백으로 정하면 뭐 하나_

여러 브랜드들이 화면에 즐비해 있었다. 수많은 브랜드에 수많은 리뷰들. 패키징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는 것으로 고르고 골라 장바구니에 담아 넣고 또다시 더 괜찮은 것은 없나 살피고 또 살핀다.

내 지갑을 위한 과정이 아니다. 더욱 즐겁고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선물을 골라 주문하고 고민 끝에 폭닥폭닥한 목도리를 휘휘 둘러맸다.

얼굴이 파묻힐 정도로 커다란 레몬버터 색감의 목도리는 털이 우수수 빠짐에도 불구하고 좋다. 목도리만으로 벌써 겨울이라고 소문내는 것 같아서. 시린 겨울날에도 나만은 행복한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진다.

방금 전 선물 결제를 했지만 나의 맘을 조금 더 잘 포장하고 싶어서 형형색색의 리본끈을 상상해 본다. 빨강과 초록으로 함께 꾸며진 리본장식이 얼마나 예쁠까? 아니면 금사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옷차림은 무겁지만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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