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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2월이라니

by 오월

반팔을 입고 다녔던 가을날부터 크리스마스를 생각했다.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졌던 크리스마스가 너무나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하루아침 새 코끝에 스치는 공기가 달라졌고 새로 장만한 목도리를 하고 다니기에 부담스럽지 않을까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길거리에 폭신한 목도리를 칭칭 둘러맨 사람들이 많아졌다.

최대한 맨살을 보이지 않는 옷 차림새가 거리에 늘어났다.


설렘 반, 아쉬움 반 섞인 마음으로 노트와 펜을 꺼내 들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적어야 할까.

그냥 지나쳐간 하루였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감사를 보낼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그저 그런 하루 가운데서도, 특별할 것 없는 하루 중에서도 감사할 일은 언제나 있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뭉클함이 피어난다. 내가 생각보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괜스레 뺨이 붉어지는 것만 같다.


누구에게 무슨 선물을 보내야 하나, 어떤 것을 좋아했더라.

나 또한 행복한 고민을 빠져버렸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잊지 말자던 유명한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이번에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잘 전달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신중히 선물을 골라본다.


가족들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는 사람.

물건을 볼 때마다 저마다의 이름들이 떠오른다.

생각나는 이름들을 다 적어내려 갔다. 많다면 많기도, 적다면 적기도 한 숫자였다.

그중에 특히나 감사했던 사람의 이름을 다시 읊어본다.

이름 석자 읊는데 추억도 함께 새겨진다.


광활하기만 했던 노트의 빈 페이지가 어느덧 새까맣게 물들어갔다.

감사한 사람 중에 특히나 더 감사한 사람의 이름을 곱씹어보고, 다시 한번 괜찮은 선물을 둘러본다.

주는 이도 받는 이도 부담스럽지 않을 만한 선물에 마음은 한가득 담아 보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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