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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에 갈까요?

by 오월

가끔 인터넷에 나도는, 입이 떡 벌어지는 표현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중 하나가 ‘삿포로에 갈까요?’였다.

삿포로가 그렇게 낭만적인가?


최근 부쩍 삿포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일본 여행하면 오사카와 도쿄 아니었던가? 어느 순간 인스타그램 피드를 살펴보면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삿포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춥디 추운 겨울날 추운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니.

내게 여행은 휴양보다는 관광은 의미가 더 컸기에 추운 겨울에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기에 썰매장, 스키장 같은 곳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눈사람 만들기나 눈싸움 등 내가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다. 그저 내 시선에 옭아맬 뿐이다. 내 손에 닿는 차가운 감촉은 순간 없어질 허상에 불과했기에 굳이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다.


삿포로는 어떤 곳일까?

최근 삿포로 여행이 많이 들리면서 나도 궁금한 마음에 검색을 했다. 삿포로는 무슨 재미로 가는 걸까?

새하얀 설경에 무릎까지 눈이 쌓여 있는 풍경은 어느 특정한 장소의 모습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숙소, 이동하는 길목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애써 만들어낸 사진이 아닌 누군가의 일상 한 조각에 자신을 담아낸 사진이었다. 그렇기에 동일한 해시태그가 존재하지 않았다.

어릴 적에나 상상했던 눈 쌓인 동네의 모습에 괜히 설렜다. 눈 쌓인 풍경 사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추위가 몰려왔다. 어느 순간 눈 쌓인 삿포로의 모습이 궁금했다. 러브레터라는 옛날 영화에서 잘 지내시나요! 하고 외치던 주인공이 서 있던 곳의 모습과 같을까.


삿포로에 갈까요 라는 말의 의미는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언제부터 삿포로가 그런 낭만적인 도시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오랜 전 작성된 글이 살아났다는 것이겠지. 삿포로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방문하고픈 이가 있었던 거겠지.

슬슬 피부에 감기는 공기가 달라지니 입가에 아쉬운 말이 맴돈다. 삿포로에 갈까요?

오늘도 아쉬운 말이 내 입가에서 맴돈다. 입 밖으로 내고 싶었던 언어는 결국 내 입 안에서 뭉그러져 생명을 얻지 못한다. 다만 언젠가는, 언젠가는 함께 삿포로에 가자고. 그리 말하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며 뭉그러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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