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실현하지 못한 크리스마스의 로망이 있다.
현실은 천장까지 닿을 크리스마스트리는 아니지만 그 주변을 가득 채운 선물 상자들. 특히, 양말에 담긴 선물은 내가 실현하지 못한 로망이었다.
트리 주위에 선물보따리도 경험하지 못했지만 괜히 크리스마스라면 양말 한 켤레 머리맡이나 트리에 걸어두어야 할 것만 같다.
애니메이션이나 동화책에서나 보았던 양말 한 짝은 너무나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했다.
밝고 즐거운 분위기 속 위트 있는 캐릭터들은 자신이 신던 낡은 양말 한 짝을 머리맡에 걸어둔다. 새 양말도 있을 텐데 왜 칙칙한 신던 양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조되는 분위기가 괜히 더 설레게 만든다.
마치 우리의 일상을 담은 것 같다. 어우러지지 않는 낡은 양말 한 짝.
지독한 현실을 크리스마스 환상 속에 잠시 던져둔다. 그때만큼은 현실을 잊는다. 현실과 환상 그 어딘가에 나는 위치해 있다.
선물을 그냥 머리맡에 두어도 될 텐데 항상 양말에 선물을 담아둔다.
크리스마스 양말은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보관하는 장소이다. 왜 조그마한 양말에 그리도 선물을 꾸역꾸역 집어넣는 걸까. 어른이 되어 생각해 보니 납득이 가지 않는 비효율적인 일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그저 양말에 선물을 담아주시니까 커다란 양말을 준비하면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당연히 양말이 없다고 선물이 없지는 않다.
사실 선물의 값어치가 크기랑 비례한다고 볼 수도 없다. 그걸 깨닫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니, 그동안 당연한 것을 잊고 지내왔다.
길을 걸을 때 보이는 커다란 양말을 보고 잠시 시간을 내어준다.
만약 저 양말의 크기만큼 선물이 담기는 게 아니라 사랑이 담기는 것이라면.
양말의 크기만큼 사랑이 담기는 것이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을 양말에 담을 수 있는 것이라면 어땠을까? 마음이 눈에 보이는 것이라면 양말은 무조건 큰 것으로 준비해 둘 것이다. 선물상자로 사랑의 크기를 재단하기엔 섭섭하니까. 사랑이 눈에 보이는 것이라면 무조건 커다란 양말을 머리맡에 준비해 둘 테다.
양말도 낡은 양말이 아닌, 소중한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짜올린 니트 양말을 준비할 것이다. 커다란 사랑에 걸맞은 소중한 마음을 준비할 것이다.
사랑을 준 이도, 받는 이도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소중한 마음을 크리스마스날까지 마음 한편에 고이 보관해 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