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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디좁은 인간관계를 추리고 골라내어

by 오월

좁디좁은 인간관계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어릴 적에는 두루두루 친하게 지냈으며 모든 친구들의 생일을 다 챙겨줘야 하는 의무감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게 눈에 보이지도 않고 내가 주는 사랑의 크기만큼 돌려받지도 못한다.

이제는 마음의 크기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지만 너무나 어렸던 시절에는 그 사실을 용납하지 못했다.

'나는 이만큼 상대를 생각했는데, 왜 내게 돌아오는 것은 없지?'

사실 이 고민은 성인이 된 현재까지도 가지고 있는 고민이긴 하다. 덜하면 덜했지 결코 사라지는 고민은 아니다.

낯선 곳에서 익숙해지기 위한 첫 관문처럼 이용되었고 다른 이들과 친해지면 정작 나는 잊혀간다.

관계란 그런 것이다. 입이 썼다.

내 마음의 무게가 상대에게 버거울 수 있겠구나 생각은 하면서도 막상 덜어내는 것이 쉽지가 않다.


해를 거듭해 갈수록 생일에 대한 감각도 무뎌져갔다.

나와 친하다 생각했던 이가 생일 축하한다는 그 인사말조차 없을 때 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다. 내가 선물을 바란 것도 아니고 그저 생일 축하한다는 고작 다섯 글자의 타이핑조차 전하기 쉽지 않은 존재라는 사실에 상대방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회의감을 느꼈다.

시간이 흐르고 알았다. 일상에 치여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머릿속에 맴돌게 두고 시기를 놓쳐 안부를 전하지 못했음을.

연락 오지 않던 이를 원망할 게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 연락해 준 이들에게 더욱 감사를 전했어야 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예상치 못했던 이에게 연락을 받을 때면 감동은 더욱 배가 된다. 생일 축하한다는 그 한마디 하는 것이 그리 쉽지도 않다는 것을 깨달은 이제야 관계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저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생일 알림을 보면 그저 말 한마디 축하한다고 연락을 보내자고.


크리스마스날을 기념하여 어떤 이에게 감사를 표할까, 연락처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여전히 수백 개의 연락처 가운데 연락하는 이는 열 손가락 안에 꼽는다. 하지만 이전처럼 회의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저 내가 감사를 느낄 수 있다면, 감사함을 전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다.

좁디좁은 인간관계 목록을 추리고 골라내어 이번엔 직장 동료들에게 선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엇이 좋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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