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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유나 Oct 01. 2023

마음이 아픈 유학생

feat. Min Lee UK

어느날 엄마가 나에게 실수로 무릎에 주사를 맞는단 이야기를 했다. 언젠가 발목을 세게 한번 접지르신 이후 가끔씩 다시 삔 것 같다며 불편해 한의원을 다니시는  알고 있었다. 무릎이? 뭐가 얼마나 안 좋길래 주사를 맞아? 다급하게 튀어나간 내 목소리에 반응하는 엄마를 카카오톡 너머로 보면서 내게 이야기하지 않으려던 일이었구나를 알 수 있었다.

 

어느날 친구들과 단체 구글밋을 열었을 때 누군가는 석달 전 교통사고를 당해서 쉬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른 두 친구들도 저마다의 무언가 과거 일과 결정들이 있었고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지나간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었다. 저희들끼리는 아마 어느 정도 아는 내용일 텐데 오랜만의 나를 위해 어디서부터 복습할지 사건을 골라내야 하는 걸 알 수 있었다.


해외 생활이 길어지면 가족과 친구들의 관계에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누가 먼저 말하지 못했고 누가 먼저  못했는지 따질 겨를도 없이 그저 단절된 에피소드가 일어날 뿐이다.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집을 떠나 유학길에 오른 내 탓이 되겠고 가족과 친구들은 나의 결정을 지지해 준 결과로 현재 진행형이 아닌 과거 추억으로 안부를 전하는 사이가 되었다. 무기력함을 넘어 우울함까지 느끼는 순간이다.


출국을 앞두고 아무리 병원 투어를 다녔어도, 아플 줄 몰랐던 부분까지 예측할 수는 없는 한계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 부분이 정신 건강이다. 영국에서 마음이 아픈 유학생은 어떻게 해야 하나, 민님의 영상에서 기본적으로 도움 청할 수 있는 기관들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엄마와의 전화에서, 당황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상황을 살펴보니 관절 통증을 가라앉히고 연골 재생을 돕는 주사 시술을 받는게 어른들 사이에서는 흔한 것 같았다. 어르신으로 높여부르던 나이대 분들에게 이제는 우리 엄마아빠도 해당이 된다는 걸 내가 미처 몰랐다. 여러 날 시간 간격을 두고 총 세 번의 주사를 맞는 거라는 데 기대만큼 효과를 잘 얻기 위해 날짜를 잘 맞춰 병원에 가야하는 상황에 신경을 쓰던 엄마가 무심코 내게 병원가는 날이라며 이제 마지막 세번째를 밝혔다.


보이스톡을 연달아 서울에 지내는 동생에 걸었다. 최초 시술부터 두어달 된 것 같고 이제 세 번째 마지막이 내용을 혹시 알고 있었냐고 물었다. 적당히 기대어 있던 비스듯한 몸을 일으켜 목소리를 바로 올리는 기척을 들으며, 정작 나도 방금 몇 분간 전해 들은게 전부인 주제에 이상하게 괜찮은 '척'을 하는 스스로를 느꼈다. 엄마와 나는 달랐다고 변명한다.


벌써 1년 단위가 넘는 시간이 흘러 앞뒤 사실 관계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요즘 같아서는 이러한 엄마의 실수가 있을 때 직접 여쭤본다. 동생에게는 이야기하셨냐고, 걔는 알고 있는 내용이냐고. 열에 아홉은 아니라 답하는 엄마를 가만히 기다리며 그러면 이제 나와 전화 끊으면 동생에게 전화해서 알려주라고 타이른다. 그래, 괜찮아. 옆에 아빠도 있고 큰 일이 아니니까 이야기 않았겠지. 그래도 앞으로는 엄마가 말해줘야 해, 우리가 바빠서 그래. 끝내 미안하다는 말은 서로가 삼킨다. 감정의 10%는 마지막까지 내보이지 않고 지켜야한다는 걸 어쩌다 배웠는지 대구에서 서울이나 런던은 너무 많이 다르진 않다는데 위로를 찾으려는 나를 숨겨야 할 것 같다.



최근이었던 친구들과의 통화는 다시금 그렇구나를 연속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랬는데 지나가서 다행이구나. 이제는 나도 더 이상 상상속에 우울하지 않고 현실에서 건강하게 상황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어 말한다.




... to be continued.

글과 사진 ©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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