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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대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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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헌일 Jul 26. 2020

내가 아는 서울.

너로 인해 바뀌어버린


난 예전부터 서울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수많은 유동인구로 인해 드리워지는

지옥 같은 러시아워와

인공적인 건물과 구조물들이

내겐 너무나도 낯설었고

싱그러운 자연과 사람 냄새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삭막한 도시라고 생각해

장점보단 단점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그런 곳으로 와 닿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어떻게 우연히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이 서울에서

그대를 만나 너의 손을 잡고

평소에는 가보지도 않았던

밤하늘에 물든 청계천을

난생처음으로 연인과 함께 산책했다.


선선한 밤바람을 타고

흐르는 천에서 풍겨오는 물의 내음이

무척이나 좋았던 것 같다.


부끄러움에 서로가 말을 아끼는

긍정적인 긴장감과

동시에 설렘으로 인한

두근거리는 심장박동 소리 때문인지

우거진 버드나무도

우리와 함께 밤바람에 흔들리며

이쁜 장면을 만들어낸다.


그 모습에 문득 말을 꺼내렸는데

“좋아해”라는 그 한마디가 어려워

일부러 인공 폭포 앞을 지날 때에

나지막이 내뱉었다.


못 들은 척 돌아보며

괜히 되물어보는

너의 모습에 반해,

부끄러운 마음에

귀엽게 속삭이는

내 모습에 반해

우린 서로 입을 맞추었다.


내가 아는 서울이

오늘만큼은 참으로

근사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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