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100일의 기적은 있었나?

100일의 기적을 위한 벼락치기 노트

by 일상여행가


200일이 조금 지난 지금, 우리 아이는 저녁 10시 즈음 잠들어서 아침 7시에 일어난다. 낮잠은 여전히 30분씩, 아주 가끔 1시간을 잔다. 깨어있는 시간 동안 한 번에 200ml씩 총 4번 분유를 먹고, 이유식은 하루에 한 번 간식처럼 먹는다. 최근에 보행기를 타기 시작했고, 아직 엄마와 아빠를 찾진 않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낯을 가리기 시작했다. 벌써 까마득한 옛날 같이 느껴질 정도로 100일 동안의 삶과 지금의 삶은 확연히 다르다. 결론부터 말해서, 우리 가족에겐 100일의 기적이 찾아왔다. 이제는 웃으면서, 마치 야생의 동물 같았던 아이와 함께했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됐다. 과연 100일의 기적이 올까 두려운 엄마, 아빠에게 조금만 더 힘든 이 순간을 버텨내면 어떤 삶이 펼쳐질지 적어본다.






점점 더 이뻐지는 내 새끼



솔직히 수술실에서 처음 만난 내 아기의 얼굴은 엄청(!) 못생겼다. 신생아 기간 내내 그랬는데, 반도 뜨지 못한 눈에 납작한 코와 신생아 황달로 인해 누런 얼굴, 울 때마다 빨개지는 얼굴과, 태열로 인해 오돌토돌한 피부가 내가 상상했던, 천사같이 뽀얀 아이의 모습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그런데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황달, 태열이 사라지고 뽀얀 피부가 올라오고,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큼지막한 눈을 서서히 뜨기 시작할 때부터, 진짜 아이의 얼굴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더 이뻐 보이는 것도 당연하지만, 실제로도 아이는 태어난 직후보다 점점 더 이뻐진다!! (아이는 태어나서 12번 바뀐다는 말을 실감했다) 백일의 기적을 맞이할 즈음부터 내 아이가 정말 이뻐 보이기 시작하고, (실제로 웃는 것은 아닌 건 알지만) 배냇짓이라도 보게 되면, 그날의 피로가 싹 사라지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규칙적인 삶의 행복



처음 아이를 데리고 집에 왔을 때는 우리 부부의 모든 시간이 아이에게 맞춰졌다.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아이는, 밥도 잠도 제때 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24시간을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했다. 백일의 기적이 찾아올 즈음 (생후 3개월 무렵)은 아이에게 낮과 밤을 구분하는 능력이 생길 때라고 한다. 백일의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가장 큰 변화가 아이가 밤에 자면서부터이다. 제때 밤에 자기 시작하고, 수유를 하는 간격이 점차 일정해지면, 부모는 어느 정도 규칙적인 일상을 계획할 수 있게 된다. 아이의 패턴이 예측이 되고 나면, 스트레스가 정말 많이 사라진다. 미리 아이의 울음을 대비할 수 있고, 긴장을 풀어도 되는 순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울 때마다 왜 우는지 알아내야 하고, 한밤중에도 울음을 달래기 위해서 밀려오는 잠을 쫓아내던 시간들이 추억으로 남게 된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버티면 이 시기가 반드시 온다!





되찾은 일상



산후조리원에서 처음 아이와 함께 집에 온 이후로 (병원 갈 때를 제외하고) 백일 동안은 집 밖에 나가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이 기간 동안에는 다른 사람들의 방문도 극도로 예민하게 굴었다. 여전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기도 했지만, 임신 말기 즈음 맞는 백일해* 주사가, 백일 동안은 (백일해 예방접종을 안 한) 모든 사람들의 접근을 금지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백일 동안은 엄마와 아빠가 온전히 아이를 돌보면서, 모든 사회활동을 차단하고 우리만의 전쟁을 치렀다. 덕분에 우리 부부는 전우애가 쌓였지만, 스트레스도 점점 쌓여갔다. 백일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순간이 찾아오고 나서, 우리는 한 껏 높였던 경계심을 낮췄다. 가족과 친척들, 그리고 친구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와서 우리 아이를 축복해주고, 우리 부부를 응원해 주었다. 경계심을 낮추고 나니, 우리 만큼 아이를 이뻐해 주고, 우리를 대신해 아이도 돌봐줄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 백일의 기적이 찾아오면, 답답했던 집에서 벗어나 가끔씩 부부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게 되고, 다시 각자의 일상을 계획할 수 있게 된다.



*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Bordetella pertussis, 그람 음성균)에 의한 감염으로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으로, ‘읍’ 하는 소리, 발작,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된 14일 이상의 특징적인 기침 양상을 보인다. 연령이 어릴수록 사망률이 높아 1세 미만의 사망률이 가장 높다. 현재는 예방 접종으로 발생이 현저히 감소하였다. (참고 : 네이버 지식백과)





백일의 기적은 가족마다 조금씩 다르게 올 수 있다. 조금 일찍 올 수도, 조금 많이 늦게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모두에게 백일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시기는 시기는 찾아온다. 우리 아이가 100일이 한참 지났는데도 여전히 한 밤중에 깬다고 스트레스받지 말자. 중요한 건, 우리 아이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고, 우리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완전한 가족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아이가 우리를 힘들게 하고, 아이의 변화가 더딜수록 , 우리는 더 관심을 가지고 아이를 들여다보면서 우리 아이에 대해 알게 되고, 나아가 우리가 한 가족임을 느끼게 된다. 혼자서는 꼼작도 못하는 아이가 뒤집어져 있는 것을 처음 발견한 순간, 어제까지는 배밀이만 하던 아이가, 엉덩이를 들썩이면서 기려고 하는 순간, 멍하게 바라만 보던 장난감을 손을 뻗어서 잡으려 하는 순간, 젖병을 손으로 잡아당겨서 먹는 순간, 엄마의 눈을 똑바로 보고 환하게 웃어주는 그 순간들이 쌓이면서 우리는 가족이 된다. 모든 가족에게는 백일의 기적이 반드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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