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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Apr 21. 2024

마흔은 외로워

10대는 혼란스럽고, 20대는 조급했으며 30대에는 불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이제 두번째 챕터가 시작되었다.


격동의 청춘을 지나 40대가 되었다. 40대라고 해서 뭔가 하루아침에 폭삭 늙는다든가, 갑자기 심경의 변화가 찾아와 귀농을 한다든가 하는 것은 아니다. 40대도 20대처럼 매일이 똑같이 반복될 뿐이다.


다만 좀 외롭달까. 


 ‘집-회사-집’만 오가며 잠깐 눈 한번 감았다 뜬 것 같은데 훌쩍 몇년이 흘렀다. 그 사이 하루가 멀다고 보던 친구와의 만남은 일년에 손꼽을 정도로 줄었다. 저녁에 술 한잔 기울이며 이런저런 시덥지않은 고민들을 털어놓던 시간이 언제였더라.

오늘 남자친구가 이러저러 해서 서운했다든가, 소개팅을 했는데 특이한 사람이 나왔더라며 푸념을 늘어놓는다든가하는 그런 소소하지만 젊음의 달큰한 냄새가 베여있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스물 즈음, 삶에 대해 호기심이 가득하고 친구와의 관계가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할 때 우리는 결혼을 상상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 결혼을 하면 뿔뿔히 흩어진대.

- 헐,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우린 그러지 말자. 가까이 살자.

- 왠만하면 이 동네에서 같이 살면 좋겠다!


그렇게 이야길 나누던 친구들은 의정부로, 인천으로, 순천으로, 심지어 일본으로 흩어져버렸다. 남편을 따라 가기도 하고, 사정 상 지방으로 가기도 하고, 아예 나라를 떠나기도 했다.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게 연락이 끊긴 친구가 하나 둘 생기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멀리서 문자로만 안부를 주고받게 된 지인도 있다. 뜨문뜨문 이어지는 연락으로 간신히 인연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어느새 나눌 수 있는 마음에는 선이 그어져버렸다.


마흔이 외로운 이유는 기쁨과 슬픔의 간극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나뭇잎만 굴러가도 까르르 뒤집어지던 열일곱, 열여덟 나이가 지나고 훌쩍 지나 마흔이 지나니 나에게 남아있는 감정은 오래된 칼 끝처럼 무뎌졌다. 아침에 눈 뜨자 마자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이라곤 족저근막염의 발뒤꿈치 고통과 뻐근한 근육통, 지옥철의 후덥지근한 공기와 매너없이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한 대안 없는 분노, 집에 돌아올 때와 잠들 때의 깊은 무기력함, 그 사이 사이 아주 짧게 스치는 기쁨 정도다. 슬픔과 짜증, 기쁨 사이에 그렇게 큰 감정의 차이는 없다.


첫 키스의 심장이 터질 것 같던 설렘, 가슴이 가득 차던 기쁨,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던 슬픔 같은 극단의 감정을 잊은지 오래다.

크게 기쁠 일도 슬플 일도 없는 마흔은 그래서 이런 말들을 자주 읖조린다.


- 뭐 재미있는 거 없어?


재미있는 일 같은 건 없다. 그래서 만들어야 한다. 내가 스스로.


혼자 행복하기


유유히 시간은 흐르고 점점 감정은 바닥나고 결국 혼자가 되었다.

물론 곁에는 남편이 있고, 사회에서 만난 친구도 있고, 1년 한두번 만나는 친구도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 나는 혼자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것이 나이듦의 여러 조각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사람은 혼자가 된다. 어차피 마지막 끝에는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혼자 행복하기'는 중년의 새로운 미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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