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생각하고 있다면 지금 다니는 회사의 어떤 부분 때문에 이직을 하려는 것인지 명확할수록 다음 회사를 고르는 기준을 잡을 수 있다.
2,30대 때는 기준이 없었다. 연봉을 더 많이 준다고? 좋아! 지금 다니는 곳보다 네임벨류가 있네? 좋지! 직급을 더 높여서 갈 수 있어? 콜! 이런 식이 었다. 그렇게 여러 번의 이직을 통해 깨달은 건 회사는 어차피 다 똑같아서 아무리 좋은 회사로 가도 불만은 생길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기왕이면 돈을 많이 주는 곳이 좋은 곳이고, 연봉이 곧 복지라는 것이었다. 결국 직장생활은 돈으로 귀결된다. 그 제1 기준이 충족된 후에야 제2, 제3의 기준을 대입하는 것이다. 자, 그럼 40대의 이직은 어떨까?
40대는 이직 시장에서 어떤 포지션일까? 이직 그 자체가 힘들지언정 성공한다면 가장 몸값이 높을 시기이다. 즉 이 시기에 연봉을 깎아서 이직하는 건 스스로 가치를 낮추는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40대가 되면 생각의 범위를 조금 더 넓혀야 한다. 연봉이 제1 기준인 건 맞지만 돈을 더 많이 준다는 이유가 이직의 절대 조건이 될 순 없다는 말이다. 앞서 말했듯이 40대의 이직은 많은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에 반드시 이직이 답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수많은 이유로 이직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상사와의 불화, 직장 내 괴롭힘, 발전 가능성이 없는 업무, 과도한 업무량, 밥 먹듯 하는 야근 등 ‘이것만 빼면 괜찮은데’ 걸리는 그 ‘한 가지’ 때문에 이직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 경우에는 팀의 불명확한 역할, 이로 인한 팀 통합의 불안함, 정체된 커리어가 가장 큰 이유였다. 퇴사할 무렵 이 문제를 상사에게 말했을 때, 상사는 진심으로 놀랐다. 나 혼자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나에게서 비롯된 불안이었을 뿐이고 정작 내 상사는 나와 우리 팀에 대해서 만족도가 높았고, 내 생각보다 팀의 역할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역량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연봉이 불만이라면 이 또한 회사에 제안해 볼 수 있다. 이번에 퇴사 의사를 밝힌 후, 회사는 나에게 연봉 인상을 제안했다. 전 직원 연봉동결은 물론이고 회사의 작은 지출까지도 다 막아버린 상황이었지만 필요할 시 연봉을 올려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지금 당신이 가지고 있는 불안 혹은 불만도 스스로 만든 허상일 수도 있다. 이직을 하려는 이유가 뭔지, 해결을 위해 이직이 아닌 다른 방법은 없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의외로 상사 혹은 팀원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질문 리스트-(A)]
이직을 하려는 명확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사와 이야기해 보았는가?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이 회사에 남을 의사가 있는가?
문제 해결과 관계없이 무조건 이 회사를 떠나는 것이 목표인가?
마흔이 넘어가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내 직장생활이 그리 길게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즈음이 되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굳이 지금 아등바등 살아야 할까? 남은 시간 동안 편하게 직장생활을 하다가 은퇴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
정답은 없다. 누군가는 적당히 편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업을 하면서 돈을 더 잘 벌기도 하고, 취미생활을 하면서 삶의 기쁨을 찾기도 한다. 나 역시 지난 몇 달간 내가 정말 이직을 원하는지, 그게 정답인지 답을 찾지 못했다.
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작가가 되는 것인데, 지금 이직을 해서 돈을 조금 더 버는 게 중요한 건지, 아니면 편하게 회사를 다니면서 글을 쓰는 것에 집중하는 게 맞을지 도무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때 나만의 질문리스트를 만들어봤다. 그리고 결론에 다다랐다.
[질문 리스트-(B)]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나의 5년 후, 10년 후는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가?
이직을 했을 때 장단점은 무엇인가?
단점을 무력화시킬 만큼 이직의 장점이 강력한가?
이직을 했을 때 인생의 목표와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물론 모든 선택은 자기 합리화에서 비롯된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따져보고 판단하려고 해도 결국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고민의 시간을 충분히 가져보길 권하는 이유는 40대의 섣부른 이직은 후회로 점철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삶에서 많은 경우, 얼마나 침착했는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