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억대 연봉’이라는 말이 쉽게 들리기 시작했다. SNS, 유튜브 상에선 너도나도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심지어 연봉 1억 이하 사람들은 패배자 취급하는 현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이런 글이나 영상을 보면 약간의 패배감에 젖어들 때가 있다. 분명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여전히 나에게 연봉 1억은 넘지 못할 큰 숫자이다.
한 5년 전만 해도 억대 연봉은 대기업 임원정도 되는 사람들이나 만져볼 수 있는 큰돈인 줄 알았는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40대면 다들 억대 연봉 받지 않나요?
며칠 전 한 취업 커뮤니티에 올라온 짧은 제목을 보자마자 바로 게시글을 확인했다. 참고로 나는 연봉 1억에 한참 못 미치는 40대인데, 설마 나만 빼고 다른 다들 그 정도의 연봉이 평균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댓글들을 보고 나서 안도의 숨을 내쉰 나는 패배자일까?
2024년 임금직무정보시스템 사이트에 가면 나이대별 연봉 정보를 볼 수 있다. 여기서 40대 연봉 수준을 찾아보니, 40세~44세 평균 연봉 수준은 5,724만 원, 중위 4,887만 원, 상위 약 7,000만 원 정도다. 45세~49세 평균 연봉 수준은 5,978만 원, 중위 4,850만 원, 상위 7,546만 원이다. 다시금 안도하는 나를 발견한다.
물론 40대에 1억, 그 이상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40대 중후반 이후부터는 차 부장 이상 임원으로 올라가는 케이스가 많기도 하고 직장인 몸값이 가장 높을 때 이기 때문이다. SNS에서 유독 그런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것은 그런 사람들만 자랑을 하기 때문일 것이고, 처음엔 그 사람들을 대단하게 보던 사람들도 그 수가 많아지니 이게 마치 평균인 것처럼 인식하게 된 게 아닐까 싶다. 그러나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이 얼마를 벌든, 그게 진짜든 아니든 우리랑은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연봉 1억이 받고 싶다면 내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과 ‘이번 생은 글렀다’는 좌절감에 주저앉지 말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연봉 점프업을 위해 이직을 결심한다. 현 직장에서 연봉을 원하는 만큼 높일 수 없다면 이직에 도전하는 것도 필요하다. 40대는 이직할 수 있는 기회 자체는 적지만 철저한 준비를 통해 이직하게 된다면 가장 많이 연봉을 높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실무가 아닌 관리자 포지션 이동이기 때문이다.
이직할 준비가 안되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해야 한다. 내 경력에 도움이 될만한 업무들을 찾거나, 자기 계발을 통해 내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가고 싶은 회사가 있지만 지금 능력이 부족하다면 그곳에 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해 보는 것도 좋다. 내 경우에는 가고 싶은 외국계 회사를 위해 화상 영어를 시도했다.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몇 년 안에 그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 꾸준히 영어 공부를 지속할 생각이다. 40대에 시작하기 늦은 거 아니냐고? 그런 생각만 한다면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이직 생각이 없다면 N잡을 통해 부수입을 늘리는 방법도 있다. 말이 쉽지 평범한 직장인이 N잡을 한다는 건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퇴근 후 저녁시간에 배달을 하거나 주말에도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온라인상품 등록을 통해 판매를 하는 등 직접적으로 돈을 버는 일을 할 수도 있고, 혹은 아무 반응도 없는 SNS에 지치지 않고 영상을 업로드하는 일,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블로그나 브런치에 열심히 쓰는 것 등 지금 당장보다는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일들이 있을 수 있다.
평범한 사람이 가장 빨리 억대 연봉으로 점프 업하는 방법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지치지 않고 계속해나가는 것뿐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가만히 있는다고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뭐라도 해야 변화가 시작된다. 설령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다른 기회의 문이 열릴 것이다. 그러니 ‘나도 40대인데 내 연봉은 겨우 이거밖에 안되네’라고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들 필요는 결단코 없다.
부디 당신이 ‘난 안돼’라며 지레 포기하고, 온갖 남 탓과 세상 탓을 하며 스스로의 값어치를 연봉 얼마짜리라고 한정 지어 버리는 사람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