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긴 했다. 경영 성과 회의에서 올해 매출이 마이너스가 확실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전 부서의 채용이 중단되었을 때도, 각종 복지 혜택이 보류되고, 팀장 이상 법카 한도 마저 반으로 깎였을 때도 일이 이렇게 돌아갈 줄은 몰랐다. 지난 주 회사는 권고사직을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대표 이하 본부장, 실장이 소집되었고, 이어 팀장들에게 각 팀에서 1~2명씩 권고사직 대상자를 뽑아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지금 당장은 권고사직 대상자가 내가 아닐 수 있지만 그 다음은 내가 아니라는 보장도 없었다. 음산한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40대가 되면 언제든 해고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젊은 친구들에게 점점 밀리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자리는 점점 줄어든다. 이제는 기술의 발전까지 더해져 점점 회사에서 나오게되는 시간이 빨라질 것이다. 40대 때 해고되는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일까? 그리고 우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새로운 업무 스킬 러닝을 하는가
최근에는 AI 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업무 영역에도 AI를 사용하는 회사가 많아졌다. 아마 앞으로는 점점 더 그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예상되는데 주변을 둘러보면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40대 직장인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AI 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업무 툴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40대는 기존에 해오던 방식을 고집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경계, 배움에 대한 거부감으로 새로운 방식을 꺼려하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아마 몇 년 안에 시대를 따라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팀원들과의 소통조차 어려울 것이다. 하드 스킬에 대한 러닝은 직장인의 의무이다.
관리형 팀장인가
지인 중에 대리급일 때 팀장을 달고 이후 실무에서 완전히 손을 뗀 친구가 있었다. 똑똑한 친구였기에 윗 사람의 눈에 들었고, 남보다 빠르게 팀장을 달았지만 너무 빠르게 실무에서 손을 놓은 탓인지 이후 이직할 때 오랫동안 애를 먹었다.
실무에서 손을 뗀지 꽤 시간이 지났다면 당신은 관리형 팀장일 것이다. 실무는 팀원들이 하고, 그 로우데이터를 바탕으로 방향을 설계하고 전략을 세울 것이다. 지금까지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아가는 사람을 해고 우선순위로 생각할수밖에 없다. 더구나 관리만 하는 사람이라면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업무 성과를 내고 있는가
누가봐도 묵묵히 자신의 업무를 잘 해내는 팀장이 있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도 자신의 맡은 바 일은 반드시 하고야 마는 사람, 말수가 적고, 자기를 드러낼 줄도 몰랐지만 결과물 만큼은 누가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팀원으로 강등되었다. 이유는 하나, 자신의 성과를 티 낼 줄 몰랐기 때문이다.
조직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중간 중간 보고하지 않으면 제 아무리 열심히 하고 있어도 돌아오는 말은 “쟤는 무슨 일을 하느냐”는 말이다.
당신이 하고 있는 업무를 상사에게 티내야 한다. 작은 일을 중대한 일로 포장하는 것도 능력이다.
당신은 스페셜리스트인가
직장생활 10년이 넘어가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실제로 프로그램을 다루는 개발, 디자인 직군이 아닌 다음에는 일반 사무직에서 스페셜리스트가 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이들도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인건 마찬가지다. 회사는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간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나를 대체할 사람은 항상 있다. 그러나내가 어떻개 준비하느냐에 따라 그것을 어렵게 만들 수는 있다. 집 앞 음식점을 가도 그 가게만의 시그니처가 있다. 40대는 바로 나만의 시그니처를 더 뾰족하게 만들어야하는 시기이다. 당신은 어떤 분야의 스페셜리스트인가. 이 물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실무를 놓치 않고, 자신의 업무 성과를 충분히 어필하며 나만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 이를 통해 회사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40대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