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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Oct 12. 2024

40대 이직이 힘든 현실적인 이유

우리도 그런 때가 있었다. 사직서를 내는 데 한 톨의 망설임도 없던 시절, 새로운 일과 사람에 적응하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던 시절, 대기업은 아니더라도 웬만한 중소-중견기업은 마음대로 고르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그러나 40대가 들어서자마자 거짓말처럼 갈 데가 사라졌다.


나를 원하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업데이트를 한지 꽤 지났는데 헤드헌터로부터 오는 연락은 거의 없었다. 가뭄에 콩 나듯 오는 연락도 스타트업이거나 지금 다니는 곳보다 규모가 작은 회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헤드헌터만 기다릴 수 없어 직접 지원서도 넣어보려 찾으면 그마저도 대부분 경력 10~15년 이하를 모집한다. 신입으로 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경력이 많은 것도 문제가 되는지는 미처 몰랐다. 심지어 태어난 년도로 지원 자격을 박탈하는 곳도 있었다. ‘1984년 이하’라고 못 박은 곳을 보면 뇌가 서늘해진다. 아... 이제 정말 갈 데가 없는 모양이다. ‘내가 이렇게 효용가치가 없는 사람인가?’하는 생각이 들면 결국 그날은 우울함이 한도 초과에 이른다.


40대는 이직이 왜 어려울까?


관리자는 소수다

생각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40대면 실무자가 아닌 관리자급이다. 회사에는 다수의 실무자와 그들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존재한다. 즉, 공급 물량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그렇게 줄어든 공급량에 수요는 많으니 희소성이 있을 수밖에. 40대의 이직은 그 소수의 자리가 난 바로 그 순간 낚아채야 하는 것이고, 내가 선택될 수 있는 준비가 미리 되어 있어야 한다.


버티는 위치다

나도 그렇지만 팀장급들은 대부분 회사를 오래 다닌다. 오래 다니고 싶어서 다니는 게 아니라 다른 데 가고 싶어도 1번의 이유로 갈 수 있는 곳이 적다. 또 이쯤 되면 ‘버티는 게 답’이라는 걸 안다. 어차피 다른 데 가도 일하는 것은 똑같다.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느라 고생하느니 차라리 지금까지 몸담은 익숙한 이곳에서 편하게 일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오죽하면 40대의 베스트 이직 전략은 ‘이직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까.


눈을 낮추지 않는다

 지금 다니는 곳보다 더 낮은 네임벨류의 회사로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업무량이 과도할 게 뻔히 보이는 스타트업에 가고 싶지도 않다. 최소한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보다 네임벨류도, 연봉도 더 나은 곳으로 가고 싶은 건 당연하다. 그렇게 하나, 둘 따지다 보면 안 그래도 갈 데가 없는데 더 갈 데가 없다. 그러니 지금 다니는 직장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은 간절하지 않다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이직이 간절한가? 지금 여기, 이곳이 안락하고 편하지 않은가? 매일 보는 얼굴, 똑같은 업무가 익숙하다 못해 지루하지 않은가? 머리와 손을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하는 실무자에 비해 관리자들은 이 지루함의 늪에 빠지기 쉽다. 가끔 동료 팀장이 이직에 성공하면 잠깐 의지가 타올랐다가 금세 식어버린다. 우리는 지금 간절하지 않다.


그럼 언제 간절해질까? 회사 경영이 어려워져서 희망퇴직을 받는다는 소문이 들려올 때, 갑작스러운 퇴직통보를 받을 때, 더 이상 이 회사에서 내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우리는 간절해진다. 그때가 되면 늦었을지도 모른다.

십여 년의 ‘경력’은 무기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경력은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경력직이 경쟁력이 되는 나이는 7~10년 까지다. 그럼 40대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40대의 이직은 이 부분부터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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