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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Dec 10. 2024

인맥에 목숨걸 필요 없는 이유

드라마 미생에 수많은 명대사가 있었지만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이 대사가 아닐까 싶다.


살면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어. 파리 뒤를 쫓으면 변소 주변이나 어슬렁거릴 거고, 꿀벌 뒤를 쫓으면 꽃밭을 함께 거닐게 된다잖아.


고등학교 친구 S는 우연히 타 부서 상사의 눈에 띄어 이직 제안을 받았다. 이후 상사의 밑에서 커리어를 탄탄하게 쌓았고, 계속해서 그녀와 함께 점프 업하며 단 3년 만에 5천 언저리에 머물던 연봉을 억대 연봉으로 2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비슷한 사례로 직장 동료 Y는 전 회사에서 10년이나 일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우연히 옛 동료의 이직 제안을 받아들여 경쟁사로 이직한 그는 30%가 넘는 연봉상승은 물론 상사의 전폭적인 지지로 초고속 승진을 통해 이직한 회사에서 견고하게 자리 잡았다.  


이런 운 좋은 사례들을 보면 ‘나는 참 인복도 없지’라는 한탄이 저절로 새어 나온다. 하지만 일부 몇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인맥이란 생각만큼 달콤하지만은 않다. 


쓸모가 없으면 팽당하는 관계

사회에서 만난 대부분의 관계는 쓸모의 유무로 형성된다. '상대가 나에게 필요가 있는가, 얼마나 필요한가, 지금 당장 쓸모 있는가, 나중에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손을 잡았을지언정 쓸모 없어지면 언제든 손을 놓을 수 있는 관계다.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의 존재의 쓸모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친구 S는 상사의 과도한 업무 지시를 맞추기 위해 매일 밤 10시까지 일을 해야 했다. 워라밸은커녕 사생활도 없이 몇 년 동안 일에만 파묻혀 지냈지만 상사는 만족하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계속되는 피로 누적과 쳐내도 쳐내도 쌓이는 업무에 공황장애가 와서 휴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갑과 을의 관계

상대와 평등하지 않은 상하의 관계라면 그것은 '갑'과 '을'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이직을 하고, 자리를 잡았다면 그 사람에게 빚을 진 것이다. 빚을 졌으니 상대 앞에서 나는 항상 '을'의 포지션을 취할 수밖에 없다. 같이 일을 하는 경우가 아닌 다음에야 매일 마주쳐야 하는 직속 상사라면 상하 관계는 더욱 굳어지기 마련이다.


내 상사였던 J는 이직할 때마다 기존 사람들을 끌고 다니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강한 카리스마와 실력을 인정받고 있기에 그녀를 따라나서는 사람들이 꽤 있는 편이다. 그런 그녀가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걔는 나한테 엄청 고마워해야 돼."   

일부분 맞는 말이지만 기저에 그런 생각이 깔려있다면 그 관계는 금이 간 채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인맥도 기브 앤 테이크다

인맥의 기본 조건은 '실력'이다. 인맥이라는 것이 내가 어느 정도 기본기를 갖췄을 때 가능한 것이지 내가 아무것도 줄 것이 없다면 상대는 나에게 어떠한 제안도 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기대기만 하는 인맥이라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도움이 입장이 되었을 때만이 인맥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상사 J도 자신의 손발이 되어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직 제안을 한 것이지 단지 도움을 주기 위해서 손을 내민 것이 아니다. 




인생이 나에게만 난이도 上의 문제를 던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면, '나도 인맥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회사 내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40대가 되니 그런 생각이 더 자주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나를 이끌어줄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에서도 혼자 힘으로 발을 빼내 멈추지 않고 걸어가는 것이 가장 심플하고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그러니 인맥 없다고 억울해할 필요 없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서 전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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