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하고 낯선 환경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나면 슬슬 회사와 팀 내부의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부서 간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와 팀원 간 업무 불균형, 불명확한 R&R 등 손 볼 것들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이때 의욕이 앞서는 팀장들은 이것들을 바로 바꾸려고 시도한다. 그리고 이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의기소침해진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은 대개 오랜 시간 조직 내에서 매우 고착화되어 있어 바꾸기 위해서는 조직 내 모든 구성원의 동의가 필요한 일들이다. 매일 바쁜 업무에 치여 일하는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진행해 오던 것들을 바꾸자고 건의하고 모두의 동의를 얻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서 중요한 건, 모두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에겐 불공평하고, 어떤 면에서는 비효율적이지만 굳이 지금 바꾸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기 때문에 조금의 불편함은 서로 이해하기로 합의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제 막 새로 온 사람이 그것들을 들쑤시며 바꾸려고 한다면 기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직 초반에는 해야 할 일들보다 하지 않아야 할 것들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1.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말 것
내가 오기 전 이미 형성된 타 팀과의 관계, 팀 내 문제, 팀원 간의 갈등 문제 등에 처음부터 손을 대려 하지 말고 일단은 지켜보길 바란다. 새로운 팀장이 오면 팀원들은 문제를 쏟아내기 바쁘다. 새로운 팀장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내 편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우리 팀의 히어로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뒤섞여 있을 것이다.
신경 쓰지 말고 그대로 흘려버리자. 아직 업무 파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팀장이 팀원들의 목소리에 신경 쓰는 건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다. 또한 자칫 잘못되거나 변질된 소문에 휩쓸려 경험하기도 전에 오해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이직 초반에는 문제점을 찾기보다 돌아가는 판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2. 섣불리 바꾸려고 하지 말 것
이 회사, 이 부서, 이 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프로세스를 파악하고 나면 바꿔야 할 것들이 보인다. 앞서 말했듯이 이런 것들은 어차피 당신이 바꿀 수 없는 문제인 경우가 많고 상사, 타 팀과의 관계 형성 이후에 시도해도 늦지 않다.
최소한 나에게 석 달간의 적응기간을 주자. 그 후에 반드시 바꿔야 하는 것들이 있다면 그 이유와 변경했을 때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상사에게 정식으로 보고를 하는 형태로 진행해 보길 바란다.
3. 사람을 판단하지 말 것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기간에는 자칫 판단미스를 범하기 쉽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그런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때 단순히 상대의 말투와 표정, 태도 등을 잠깐 보고 판단해 버리기 쉽다. 특히 이 시기 나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는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열게 되는데 이는 최대한 경계하길 권한다. 가끔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너무 높은 사람들이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하지’라면서 첫인상으로 오판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는데, 그런 사람치고 제대로 사람 볼 줄 아는 사람 없고, 또한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이기에 항상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줄 때는 신중해야 한다.
이직 직후에는 내 생각을 최대한 배제하고 기존 문화와 프로세스를 최대한 빠르게 익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몇 번이나 강조했듯 이직 초반 3개월 간의 시간은 적응의 시기이지 결과를 내는 시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