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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고인물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의 기술

by 고요

이직을 하면 어김없이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 바로 회사 내 '고인물'이다. 한 회사에 재직 기간이 최소 5년 이상되어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그만큼 이 조직 내에서 살아남는 노하우도 빠삭하다. 위, 아랫사람들이 바뀌는 것을 유유히 지켜보며 흔들리지 않고 버텨냈고, 그에 대한 자부심도 있다. 그러나 너무 잘 아는 것도 병이라 조직을 평가 절하하며 한계를 두고, 지금 이상의 목표는 쓸모없다고 단정 짓는 사람도 이들이다. 오래된 것들에 익숙해진 탓에 변화를 싫어하고 권태로움을 즐긴다. 당연히 새로운 시도, 새로운 사람에 대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우리는 그걸 '텃세' 또는 '꼰대질'이라고 부른다.

나이가 많은 사람만 꼰대가 아니다. 만약 이 글을 보는 당신이 다음과 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산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당신이 바로 꼰대, 즉 고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고인 물 식 화법

1. 예전에 다 해봤는데~
2. 그런 사람 많이 봤는데~
3. 어차피 이거 안 돼요~
4. 저희는 그렇게 일 안 해요


이런 고인물 식 화법은 새로 온 사람을 위축되게 만들고, 적응을 더 어렵게 한다. 그렇다고 이들을 무작정 비판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회사 생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차라리 이들을 적절히 이용해 내 편으로 만들고 빠르게 조직에 흡수되는 것을 단기 목표로 삼는 것이 현명하다.


경계를 허무는 대화법


먼저 인정해 주세요.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길 원한다. 고인물의 특징은 매일 같은 얼굴들 속에서 매일 같은 업무를 하면서 권태의 늪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을 공략해서 인정욕구를 채워주는 방법이다. 그동안 티도 안 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일을 평소와 똑같이 했을 뿐인데 갑자기 나타난 뉴페이스가 실력을 인정해 준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괜히 우쭐한 마음도 들고, 상대에 대한 호감도도 상승할 것이다.

도움을 청해 보세요.

상대의 자기 효능감을 올려주는 대화법이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필한다. 이때 업무에 대해 물어보거나 어려운 주제의 이야기를 꺼내면 일을 미루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자칫 대화가 무거워질 수 있으니 사소한 질문으로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 회사에서 통용되는 프로세스나 프로그램 같은 것들을 넌지시 물으며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그 사이에 약간의 엄살 섞인 농담을 건네며 상대의 굳게 닫힌 빗장을 조금씩 풀어보자.


불평불만은 긍정어로 돌려주세요

고인물들은 보통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산다. 회사에 대한, 경영진에 대한, 동료에 대한 것 등 불만의 요소도 다양하고 끝이 없다. 이렇게 불평들을 늘어놓는다는 건 어느 정도는 내가 편해졌다는 신호다. 이때 같이 욕을 하며 맞장구를 치기보다 긍정어 화법을 사용해 보자.


예를 들어 상대가 회사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을 때는 ”그건 좀 안 좋기는 한데 “라고 먼저 그의 말에 동조해 주고, ”전 회사는 여기보다 더 심했어요. 오히려 저는 이직하고 나서 이런 부분은 더 좋아졌어요 “와 같은 긍정어로 대화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긍정어를 사용하면 상대에게 긍정의 이미지를 주게 되고 결국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신호를 주게 되어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사실에 근거해서 문제점을 말하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로남불'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전가하는 커뮤니케이션이 계속된다면 이는 분명하게 잘못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는 그와 했던 대화, 메일 등을 토대로 사실에 근거해서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발뺌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항상 팩트를 내밀고 대화를 해야 한다.

상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화이기 때문에 가장 난이도가 높지만 가장 확실히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대화의 핵심은 “당신이 잘못했다”가 아니라 “이렇게 개선하자”라는 제안의 방향으로 접근해서 상대가 기분 나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즉 상대가 발뺌하지 못할 팩트들을 손에 쥐고 내 포지션을 우위로 만든 후,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 개선점에 방점을 찍는 것이 포인트다.



고인물을 덮어놓고 배척하기보다는 그들을 내편으로 만드는 편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혼자서 가면 힘겨운 싸움이 되겠지만 그들과 함께 가면 여유롭게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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