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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할 걸 vs 하지 말 걸

by 고요

2022년 잡코리아에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직을 하지 않았을 때 후회하는 비율은 4명 중 1명 꼴이었다. 반면 이직을 했을 때는 3명 중 1명이 후회를 했다고 한다. 즉, 이직을 하지 않는 선택에 더 많은 후회를 한다는 이야기다.


사람은 늘 ‘해볼걸 ‘과 ’ 하지 말걸 ‘이라는 두 가지의 후회 사이에서 놓여있다.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는 이 두 개의 후회 중 내가 어느 쪽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사람인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작성한 두 가지의 상황으로 나라면 어떤 선택을 더 후회했을지 생각해 보자.


case.1)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직해볼걸

중견기업에 다니는 수진 씨는 연봉 20% 올려준다는 새로운 회사의 이직 제안을 고민 끝에 포기했다.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는 것도 자신이 없었고, 지금보다 업무강도가 높아질 게 뻔한 곳에 가서 개고생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이제 나이도 어느 정도 있고, 편하게 일하면서 최대한 버티다가 물러나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 같았다.


연봉에 대한 욕심, 성장 기회라는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결심을 하니 오히려 속이 후련해졌다. 평소와 같이 익숙한 사람들과 회의를 하고 티타임도 가지며 남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한 달 후 터졌다. 회사에서는 2025년을 앞두고 신년인사 대신 폭탄 메일을 직원 전체에게 보냈다. 제목은 [2025년 대비 선제 조치 안내]라고 적혀있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1. 임원 임금 삭감
2. 조직 축소 및 인력 구조 개편: 모든 인력 채용 중단, 25년도 정기 승진 미시행 및 연봉 동결, 희망퇴직 프로그램 도입, 권고사직
3. 원격근무 폐지
4. 예산 최적화: 모든 부서 예산 통제, 현금성 복리후생 중단


수진 씨는 메일을 읽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회사 사정이 안 좋은 건 알았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희망퇴직과 구조조정을 언급하는 건 처음이었다. 대표의 메일이 온 지 10분도 안돼 회사 오픈 채팅방은 난리가 났다. 경영진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부터 이직할 수 있는 사람들은 빨리 알아보라는 사람들, 탈출은 지능순이고, 이제 이 회사는 볼장 다 봤다는 등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의 거친 말들을 보며 스스로 차버린 이직 기회를 뼈저리게 후회했다.


case.2) 이직하지 말걸

수진 씨의 동료이자 비슷한 시기 이직을 했던 서연 씨는 수진 씨의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들었지만 밤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까지 회사에 남아있는 자신의 상황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이직 후 서연 씨는 거의 매일 12시간씩 회사에 머무르며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읽어도 읽어도 계속 쌓이는 메일과 기존 직원들의 텃세, 시도 때도 없는 성과 압박에 두 달 만에 살이 5kg이나 빠졌다. 워라밸은 고사하고 집에 가면 녹초가 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짜증도 많이 늘어 부부싸움을 하는 날이 잦아졌다.


누구보다 굳은 결심으로 이직을 했지만 서연 씨는 이직을 후회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황폐해진 마음이었다. 어느 출근길, 서연 씨는 지하철 2호선에서 3호선을 갈아타는 길목에서 누군가와 세게 부딪쳤고, 상대방은 사과도 없이 달려가버렸다. 순간 분노가 치밀어 욕설을 내뱉은 서연 씨는 아픈 어깨를 움켜쥐고 결국 그 자리에서 눈물을 쏟고 말았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산다는 것은 매 순간 선택이다.
설령 그것이 외나무다리라 해도 선택해야 한다.
전진할 것 인가.
돌아갈 것 인가.
아님, 멈춰 설 것 인가.

결국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시점은
과거 그 무수한 선택들의 결과인 셈이다.
그 작은 선택들이 모여 우린 지금의 현재를 맞았다.

그 어떤 길을 택하더라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남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후회 없는 선택이란 없는 법이고
그래서 삶에 정답이란 없는 법이다.

어떤 선택이든 정답은 없다. 그것을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리고 당신의 선택을 정답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도 당신 자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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