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직 후 번아웃을 극복하는 현실적인 방법

by 고요

번아웃이 오는 요인으로 3가지 감정을 들 수 있다. 바로 자괴감, 부담감, 책임감이다. 특히 이직 후에는 낯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허탈감, 민폐 캐릭터가 된 것 같은 열등감 등 부정적인 감정이 더해지면서 우울감으로 번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직 후에는 의식적으로 멘탈관리를 해주어야 하는 이유다.


나를 믿어주고

나만의 기준을 세우기


이직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 밤 9시가 다 되어가는 사무실에서 실장님이 퇴근을 하다 말고 내 자리로 발길을 돌렸다. 밀린 메일들을 읽고 있는 나에게 실장님은 인자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팀장님, 천천히 하세요. 너무 열심히 하면 빨리 지쳐요. “


이때까지만 해도 지치지 않을 지신이 있었다. 이대로 한 달 정도만 집중적으로 몰입하면 금방 업무 파악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근무시간 12시간을 넘기는 날들이 한 달을 넘어가고, 두 달째까지 지속되었을 때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업무 파악은커녕 놀라울 정도로 끊임없이 밀려드는 일에 치이고, 그 와중에 팀원과의 좁혀지지 않는 의견, 잦은 보고와 미팅 등 갖가지 스트레스들이 겹치면서 나는 빠르게 지쳐갔다.

‘내가 원래 이렇게 무능력했나?‘라는 자괴감에 빠져갈 무렵, 그제야 번아웃 위험단계라는 것을 인지했고, 극복 방법들을 하나씩 찾기 시작했다.


1. 나만의 칼퇴 요일 정하기

이직 후 한동안의 야근은 정상이다. 내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빠르게 조직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9-6 워킹 타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이 회사에서 한 두 달 만에 업무를 파악하고 능력을 보여주는 것보다 중요한 건, 길게 다닐 수 있는 적응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지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내가 가장 먼저 세운 원칙은 나만의 칼퇴 요일을 정하는 것이었다. 매주 수요일, 나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칼퇴를 하기로 했다. 월요일과 화요일 늦게까지 야근을 해도 내일 칼퇴를 한다는 생각에 큰 부담이 없었다. 수요일은 출근을 할 때부터 기분이 좋았고, 남은 이틀을 보낼 힘이 생겼다.


이 방법은 멘탈관리에 꽤 효과적인데, 중요한 건 반드시 칼퇴 요일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날에는 미팅도, 회의도 가급적 다른 날로 미뤄야 한다. 러프하게 주 1회 칼퇴라고 정하면 우리같이 조급하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결국 매일 야근하는 굴레로 다시 빠져든다.


2. 급 연차로 멘탈 지키기

정말 회사 가기 싫은 날이 있다. ‘오늘 그냥 가지 말까?‘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꾸역꾸역 회사에 간다. 신기하게 그런 날엔 중요 미팅이 있거나 꼭 내가 확인해야 하는 업무가 있다.

얼마 전 출근하는 지하철 환승장 벤치에 앉아 10분 정도 멍하니 앉아있었다.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너무 출근하기 싫었던 날인데, 하필 그날 오픈하는 프로모션이 있어 가야만 했다.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이대로 앉아 있다가는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아 얼른 마음을 추스르고 일어섰다.


할 일이 산더미라서, 오늘 반드시 끝내야 하는 일이 있어서, 내가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등 우리가 급 연차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널리고 널렸다. 급 연차는 적어도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로 아플 때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내가 오늘 출근하지 않는다고 해서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오늘 내가 그 일을 하지 않아도 회사는 잘 돌아가고, 누군가는 대신하게 되어있다. 설령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대부분은 수습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조금은 그런 강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정말 출근하기 싫은 날엔 회사를 쉬어보자.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깜짝 놀랄 것이다. (물론 어쩌다가 한번 정도 하는 것이지, 습관적으로 급 연차를 쓴다면 나 스스로를 깎아먹는 행동인 것은 우리 나이대에는 다 아니까 패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으로 자존감 높이기

모든 역경 앞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넣어보자. 예를 들어, 말도 안 되는 일정으로 업무 지시를 받았을 때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 보겠다고 하다니, 나 진짜 대단한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대응하다니, 나 진짜 많이 성장했네 ‘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법을 찾아내다니, 나 생각보다 능력자네 ‘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회사일이 늘 뜻대로 되지만은 않고, 그 과정에서 오는 좌절과 자괴감은 우리의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특히나 이직 직후에는 더욱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낮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내가 나에게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말들을 많이 해줘야 한다.




내 컴퓨터 모니터 앞에는 ‘할 수 있는 만큼만’이라는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이 문구는 욕심이 앞서는 순간마다 다시 차분하게 머리를 식혀주는 마법의 한 줄이다.

잘하겠다는 마음이 모든 것을 망친다. 처음의 서투르고 어색한 스스로를 인정해 주자. 책임감과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천천히 회사에 물들어가는 시간을 준다면 이직 후 찾아오는 번아웃도 극복할 수 있다.




[퇴사는 두렵고, 이직은 어려워] 정주행 하기

https://brunch.co.kr/brunchbook/fortycareer


keyword
고요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회사원 프로필
구독자 846
이전 24화잦은 이직 경력, 불이익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