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대의 이직과 40대의 이직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 연봉이나 직급, 복지 같은 조건들도 다르겠지만 무엇보다 달라지는 것은 '적응의 속도'다. 40대에 이직을 하면 바로 뒤따라오는 생각이 하나 있다.
'내가 이렇게 적응을 못했나?'
어렸을 때와는 달리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는 게 녹록지 않다. 물론 그때보다 능숙하고, 겉보기에 여유로워 보이는 스킬도 갖추었지만 낯설고 어색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직장생활이 왜 이렇게 외로운지 그것을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넘겨야 하는 것도 이 나이대의 일이다.
첫째,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적응이 어렵다.
나이가 어느 정도 넘어가면 모르는 것도, 물어보는 것도 괜히 더 신경이 쓰이는 법이다. 남들도 으레 알겠거니,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사원, 대리 시절 이직할 때처럼 누구도 내 옆에서 알려주는 이가 없다. 사수도 없고, 인수인계도 팀 관리와 보고 체계 등 굵직한 것만 쓰여있다 보니 회사 내 시스템에 대한 적응은 오로지 내 몫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혼자서는 무엇을 어디서부터 물어봐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묻는다 해도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묻는 것은 기억에 오래 남아 있지도 않아 결국 이런 일들이 수차례 반복되다 보면 팀원은 팀원대로 지치고, 팀장은 팀장대로 무력감에 빠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럴 땐 차라리 팀원 중 가장 연차가 오래된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모르는 것을 빠르게 인정하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또한 회사 시스템은 가급적 빠르고 집중적으로 익히는 것이 좋으니, 이직을 하자마자 한 달 내로 모든 시스템을 파악하려고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둘째, 이전 회사에서 인정받고 다녔던 사람들이 오히려 이직 후 적응이 어렵다.
40이 넘어서 이직을 하는 사람 중에는 이전 회사에서 인정을 받았던 사람들이 많다. 그 자신감으로 40대가 넘었음에도 이직을 감행했을 테니까. 그런데 오히려 이렇게 인정을 받았던 사람들이 새로운 직장에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일까?
이직을 하면 처음엔 아무래도 어리바리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스스로의 모습을 못 견디는 사람들이 있다. 대개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누군가에게 지적을 받거나 실수를 하는 것에 예민한 사람은 더더욱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닌데'라고 회의감과 무력감에 빠져 더욱 자신을 위축시킨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어설프다. 그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채우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지금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있는 것이다. 잠깐의 어리바리함을 실력이라고 착각하지 말자. 그동안 쌓아온 경험의 힘을 믿어보자.
셋째, 아랫사람과 소통이 어렵다
새로운 곳에 적응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는 팀원들과의 관계가 핵심이다. 팀원들이 새로 온 팀장에 대해 호의적이고 먼저 다가와준다면 이보다 감사한 일은 없지만 괜한 텃세를 부리고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회사 적응의 난이도는 극상으로 올라간다. 더군다나 나이 어린 직원과의 소통이 서투른 사람이라면 적응기간은 더 길어진다.
팀원들에게는 멘탈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힘들지언정 내색하지 않는 편이 낫다. 이걸 기본 전제로 깔고 친절하되 분명한 사람으로 천천히 팀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좋다. 친절하다는 것은 '존중'이 내포되어 있다. 즉 관계의 시작은 팀원들을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더불어 팀원 중 재직기간이 길고 회사 내 입지가 탄탄한 직원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그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오랜 고민 끝에 이직을 했는데, 적응을 못하고 겉도는 상황이 지속되면 슬럼프를 겪게 되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심한 경우 우울증까지 오기도 한다.
이럴 땐 그저 시간의 힘을 믿고 하루하루 오늘 할 일에만 집중하며 보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조급함을 버리고, 매일 조금씩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나가면서 스스로를 다독여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