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머릿속을 정리하라
팀장이 되면서 맞닥뜨리는 여러 어려움 중 하나는 바로 '상사에게 보고하는 일'이었다. 나는 매번 보고를 할 때마다 최대한 꼼꼼하게 자료를 준비하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 상황을 최대한 상세히 전달하려고 애썼다. 보고서 하나 문에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기도 부지기수, 하지만 보고가 끝날 때쯤 돌아오는 말은 늘 비슷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죠?"
나는 상사의 질문이 당황스러웠다. '그건 부장님이 결정해야 할 몫 아닌가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결국 한 마디도 하지 못 한 채 다시 책상 앞에서 보고서를 수정했다.
그때까지도 '어떻게'는 '상사가 결정하는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반면 같은 부서 다른 팀장은 달랐다.
그녀는 늘 짧은 보고로 상사의 빠른 OK를 받아냈다. 하루는 그녀에게 상사공략법이 뭐냐고 넌지시 물어봤다.
"2~3개 선택지를 던지고, 그중 내가 생각하는 베스트 안을 가장 먼저 강조해요."
짧은 대답이었지만 나는 그 순간 내 보고서에서 무엇이 빠져 있었는지 깨달았다. 내 보고 구구절절 '상황'만 나열되어 있었고, 그래서 'What?'이 없었다.
신뢰받는 보고의 말머리 설계
그렇다면 상사에게 신뢰받는 보고는 어떤 구조를 갖을까?
수없이 많은 보고를 까인 경험자로서 성공 확률이 높은 구조는 다음과 같다.
1. 상황: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간결하게 요약
2. 판단 포인트: 상사가 지금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지 명확히 설정
3. 선택지: 가능한 해결 방안을 최소 2개 정도 제시
4. 제안: 팀장으로서 생각하는 우선 제안 방향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흔히 이렇게 보고한다.
"지금 개발 일정이 계속 밀리고 있고, 협업 부서 컨펌도 딜레이 되고 있어서 아마 프로젝트 오픈 일정이 더 늦춰질 것 같습니다."
이런 보고를 받은 상사는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일정이 늦춰질 거 같다고 통보하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설상가상 나를 '능력 없는' 리더로 오해할 수도 있다. 이럴 때 보고 말머리 구조를 따르면 어떻게 될까?
1. 상황
“지금 개발 일정이 예상보다 2주 지연되고 있습니다. 원인은 A 파트의 승인 지연입니다.”
2. 선택지 및 판단 포인트
“승인을 기다릴지, B파트 작업부터 선행할지를 확인부탁드립니다.”
3. 제안
“제 생각으론 병렬 진행이 리스크는 있지만 납기 측면에선 더 현실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고하면, 상사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 즉각적으로 이해수 있다. 게다가 팀장이 상황만 보고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안까지 생각하고 설계하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결국 좋은 보고는 상사의 머릿속을 먼저 정리해 주는 일이다.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상사의 판단을 설계하는 것이다. 애매하게 말하지 말고, 판단의 핵심을 정리해서 들고 가라. 어느새 상사의 머릿속에 당신은 '일 잘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