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의 마음을 여는 피드백 말머리의 기술
연차가 올라갈수록 동료에게 피드백할 일은 점점 많아지지만 팀장이 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팀장의 하루는 곧 피드백의 연속이다.
나는 원래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 하는 걸 잘 못하는 성격이었다. 딱히 남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걸 싫어하는 성향이기도 해서 팀장이 되기 전까지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만 조심스럽게 개입하곤 했다. 하지만 팀장이 되고 나니 내 성향이 내향이든, 외향이든, 개인주의든 상관없이 팀의 크고 작은 일에 관여를 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다.
문제는 한 번도 '피드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는 거다.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의 선을 지키면 되는 줄 알았는데, 팀은 그렇게 간단히 굴러가지 않았다.
팀장이 되고 처음에는 팀원들에게 자율성을 주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기대와 달리, 팀원들은 스스로 방향을 잡지 못했고, 업무는 점점 느슨해졌다. 팀장이 기준을 잡아주지 않는 팀은 순식간에 무너진다는 걸 그때 배웠다.
결국 나는 가장 쉬운 방식, 즉 감정을 실은 직설적인 피드백으로 돌아섰다.
"이게 며칠 동안 고민한 결과예요?"
"업무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이걸 몇 번이나 말했죠?"
이런 말들은 익숙하고, 빠르고, 강력했다. 약간의 위압감과 함께 순간적인 집중효과를 주고, 팀원의 뻔한 변명과 핑계를 차단할 수 있었다. 이후 나는 스스로를 이렇게 설득하기 시작했다.
'항상 좋은 얘기만 해줄 순 없어. 팀장이 너무 유하면 오히려 팀원들이 팀장을 휘두르려고 한다니까.'
초반에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팀원들의 결과물은 전보다 좋아졌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고민의 흔적이라도 보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팀원들은 자료를 찾고 의견을 정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내가 내리는 결정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제야 나는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팀원들과의 거리는 이미 멀어질 대로 멀어졌고, 우리 팀은 회사 내에서도 가장 조용한 팀이 되었다. 말할 것도 없이 팀원들의 창의성이나 사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감정이 실린 피드백으로 인해 상대에게 비난이나 공격처럼 느끼게 했고 결국 대화 자체가 끊겨버렸다. 팀원들은 나를 감정 기복이 있는 사람으로 인식했고, 이는 스스로 신뢰를 깎아버린 셈이었다.
그제야 진짜 문제를 알게 됐다. 팀장이 할 일은 감정을 푸는 게 아니라 ‘감정보다 구조’를 선택하는 사람이다.
'말머리' 프레임이 다시 가져와보자.
기대 이하의 결과물을 가져온 팀원에게 말할 때 '사실-맥락-의도-제안'의 구조에 맞춰 피드백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사실(Fact) - 감정 없이, 사실 그대로의 결과를 전달
"이번 보고서에서 시장조사 데이터가 예상보다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어요. 자료 출처가 한 곳에만 집중돼 있고, 비교 분석은 빠져 있었어요."
맥락(Context) - 그 사실이 왜 중요한지, 어떤 영향이 있는지 설명
"이번 보고서는 임원진 의사결정을 위한 자료였기 때문에, 데이터의 다양성과 깊이가 중요한 기준이었어요. 하나의 시각만 제시되면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해지거든요"
의도(Intent) - 이 피드백의 목적은 지적이 아니라 '성장하기 위함'임을 분명히 전달
"이건 잘못을 지적하는 게 아니고, 앞으로 더 설득력 있는 자료를 함께 만들기 위해 하는 말이에요. 충분히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요."
제안(Suggestion) - 다음에 어떻게 할지 함께 설계
"다음부턴 조사 방향을 먼저 정리하고, 중간에 한번 공유해서 같이 검토해 봐요."
감정을 걷어낸 피드백은 팩트와 기대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다. 무엇보다 팀원이 ‘비난받았다’가 아니라 ‘기대를 받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감정 차이가 실행력과 신뢰를 좌우한다.
우리는 때때로 '확실하게 한 마디 해야겠다'는 생각에 빠져 감정적인 피드백을 두서없이 쏟아내 버리는 실수를 저지른다. 팀장 입장에서는 이런 속 시원한 사이다 한마디가 가장 쉽고 편리한 방법이 되기도 하지만 진짜 팀을 움직이는 건 구조화된 말이다.
화를 내고 위에서 찍어 누르는 것이 아니라 말을 설계하고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진짜 리더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