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모퉁이 그곳에 쉼이 어리다.
집안의 모든 곳을 만족할만한 컨디션으로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정성을 들여 정리한 공간도 이내 흐트러지기 일쑤다.
정리정돈의 마지막은 그것을 유지하는 습관에 있다지만 가족 구성원을 내 맘처럼 움직일 수 없으니 타협이 필요한 것이다.
저마다 공간을 필요와 효율에 맞춰 사용하되 서로의 고유한 영역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는 것 말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책상이 그러하고 남편은 거실장 속 수많은 전선들이 그러하다.
내겐 주방의 한 귀퉁이가 몹시 소중하다.
이렇듯 각자 정성을 쏟는 공간이 있는 것이다.
아침 7시가 되면 어김없이 제일 먼저 주방으로 향한다.
3월 중순의 7시는 불을 켜지 않아도 살림살이의 실루엣이 단박에 눈 안으로 가득 들어온다.
기역자 싱크대 상판이 서로 만나는 모서리의 여유공간에 좋아하는 미니오븐과 커피머신을 세팅했다.
좋아하는 조명도 켜고 우유를 따듯하게 데우며 커피 한 잔을 준비한다.
매일 같은 루틴으로 별일 없는 일상을 마주할 채비를 하는 것이다.
아침마다 싱크대에 기대서서 따듯한 커피를 마시는 호사를 누린다.
나는 이곳을 ‘라이크존 : like zone’ 이라 부른다.
집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
일정 공간을 가족들이 공유하며 몸과 마음이 쉼과 회복의 과정을 거듭하는 것이 집안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오롯이 서서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이 한 뼘의 공간은 넓고 좁다는 의미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공간의 힘을 가지고 있다.
사물이나 마음의 한구석을 의미하는 귀퉁이는 각이 진 모서리지만 내게 주는 의미는 결코 모나지 않은 것이다.
오롯이 혼자인 시간 불쑥 집안의 정적이 외롭게 느껴질 때, 살림하며 움직이는 시간들이 단조롭고 고루하게 느껴질 때 나는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해 이곳에 슬며시 기대 따듯한 차 한잔을 양손에 쥐고 거실을 향해 선다.
하늘이 시릴 때, 햇살이 달콤할 때, 바람이 풍요로울 때, 비가 보슬거릴 때, 눈이 꽃잎처럼 흐드러진 듯 내릴 때도 나는 그 모든 순간을 흠뻑 누리고자 라이크존을 서성이기도 한다.
집안에 뛰어들어 살림을 해치우듯 성급하게 움직이다가도 이렇듯 소박한 쉼을 찾을 수 있어 나는 이 공간이 무척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