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상만두 Oct 21. 2020

먹다가 손에 냄새 배긴 귤

요즘은 귤을 계절에 맞춰 먹지 않아서 계절과 연관해서 생각하기 힘들어졌다.

그렇지만 3~40년 전에는 찬바람이 불고 겨울에 가까워져야 간신히 먹어볼 수 있는 게 귤이었다.

제 지인 중 귤을 유독 좋아하던 이가 있는데 박스에 있던 귤 몇 개가 상해 있어 고르면서 집어 먹다가 어느새 귤 박스에 남아있는 귤이 없더라는 전설적인 분이 있다. 이분 말씀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데 "순식간에 많은 귤을 먹었더니 손에 귤 냄새가 배긴 데다 손끝이 노래졌다"라는 말에 얼마나 웃었던지. 아직도 귤을 보면 그래서 슬며시 웃음이 나오게 된다. 손이 노랗게 물들게 먹어본 적 없는 사람은 제대로 귤을 먹어 본 적 없는 것이다.


오랜만에 학교에서 후식으로 나온 귤

아니 벌써 귤이 나오다니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조금 차졌다

생각은 했지만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을 줄이야~~

지난겨울 코트 주머니에 넣어두고

먹다가 손에 냄새 배긴 귤

그 귤향기를 오랜만에 다시 맡았더니

작년 이맘때 생각이 나네~

찬 바람에 실려 떠나갔던 내 기억

일 년이 지나 이제 생각나네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로

나는 얼마나 고민했었나~~

중략


才州少年 (앨범 : 재주소년, 작사 : 박경환, 작곡 : 박경환)


2003년 '재주소년' 데뷔 앨범에 실린 재주소년의 대표곡입니다. 한번 듣고 나면 중독성이 아주 강한 곡입니다. 이때 이후로 귤을 보면 무조건 먼저 떠오르는 노래니까요.

매년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의식하지 못하다가 이렇게 사소하지만 정감 있는 먹거리로 일 년이 지났음을 알게 되었다는 귀여운 가사가 어렵지 않고 쏙쏙 머릿속에 들어옵니다.

갈수록 글도 그렇고 그림도 음악도 모두 이렇게 쉽고 정감 있는 게 점점 더 좋아집니다.

지금은 마트에 가면 사시사철 언제나 귤을 사 먹을 수 있지만 이 계절에 먹는 귤이 더 저렴하고 맛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착각이겠죠. 그래도 제철 과일이 참 좋습니다.



최근 들어 주변에 아이를 가진 사람들을 보지 못했는데 와이프 친구의 동생이 느지막이

임신 사실을 알려와 백화점에 배냇저고리라도 사려고 갔다가 발견한 귀여운 신발

인형에다 신길 것만 같은 저 귀여운 신발에 홀딱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신발이 하나같이 다 예뻐 보였습니다. 무조건 작아지면 귀엽지 않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너무 어린 아이라 신발은 아이쇼핑만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이 신발을 보다 보니 헤밍웨이의 유명한 일화가 떠올랐습니다. 

어느 날 헤밍웨이가 친구들과 내기를 했습니다. 내기 내용은 10 단어 미만의 단어로 소설을 쓸 수 있냐는 내용. 

헤밍웨이는 단 6 단어로 소설을 쓰는 데 성공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팝니다: 아기 신발, 단 한 번도 신지 않았음.


단 6글자일 뿐인데, 아이를 가진 엄마의 기쁨과 설렘,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죽은 것을 슬퍼하는 어머니의 애통한 마음, 그리고 나중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면서 느낄 수 있는 전율까지 들어있다.

어쩌면 진리는 이렇게 짧은 글 안에 있을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와치 충전 하기가 영 불편했는데 딱 어울릴만한 제품을 발견 바로 온라인 주문을 해서 구입했습니다.

게다가 이 제품에 맞춰지기라도 하듯 충전이 되면 녹색 시계 화면이 보이니 완전 세트처럼 보입니다.

아 그리워라 매킨토시! 그리고 플로피 디스크!

이렇게 추억을 살려주는 상품들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스케치노트 #sketchnotes #제로스케치 노트 #zerosketchnotes #매튜 #Metthew #데일리저널 #dailyjournal #다이어리 #diary #기록 #recording

이전 15화 낙서 타투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