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커피축줄기
친구 회사 근처 2층에 작지만 아기자기한 커피집이 있다.
내 또래 여주인이 운영하는 작은 커피집이다.
데코레이션도 그렇고 틀어주는 음악도 그렇고 우리가 대학 다닐 때 자주 보고 즐겨 듣던 음악들이라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커피집 자체가 old 하고 엔틱 해서 그래서인지 찾는 손님이 비교적 뜸했다.
가끔 나이가 지긋한 손님들이 다녀가지만 커피맛 자체는 기존 체인점에서 파는 커피보다 향이 진했고 맛이 좋았다.
그리고 시끄럽지 않고 그냥 친구집에 놀러 온 것 같아서 가끔 들리는 곳인데 며칠 전 들렸을 때 가게 문을 닫는다고 했다. 난 아쉬운 마음으로 이젠 맛난 커피맛을 못 보겠네요. 아쉬움을 나타냈다.
쓰시던 커피기계 싸게 파실 거면 제가 살까요? 했더니
웃으면서 이미 가져갈 사람들이 다 정해 졌단다.
난 아쉬운 마음으로 나오는데 선반 위에 오래된 커피 축출기가 눈에 띄었다.
"주전자같이 생긴 저건 뭐죠? "
"아! 그건 요즘 커피기계가 나오기 전에 유럽 쪽에서 커피를 축출하던 기계죠 한 두세 잔은 나올 거예요.
오래된 것이라 장식으로 나둔 거죠 진하게 하면 에스프레소도 뽑을 수 있죠. 요즘은 사용 안 해요"
난 에스프레소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지난겨울 이태리에 갔을 때 에스프레소 맛에 푹 빠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거기서 에스프레소 맛을 알게 된 것은 다름 아니라 화장실 때문이었다.
이태리는 화장실이 개방되어 있지 않고 1유로를 내야 들어갈 수가 있다.
하지만 카페에 가서 1.5유로를 내면 에스프레소를 한잔 마시고 화장실을 공짜로 이용할 수가 있다.
그러니 1유로 내고 화장실만 이용하긴보단 1.5유로 내고 향긋한 에스프레소 한잔하고 화장실 이용하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서 이다.
단 서서 마셔야 1.5유로이지 테이블에 앉아서 마시면 3유로를 내야 한다.
어떤 때는 하루에도 대여섯 번씩 이용할 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 에스프레소 맛에 젖게 되었다.
서울에 와서 이태리에서 마시던 에스프레소 맛이 그리워 커피체인점에서 가끔 시켜보지만 맛은 그 맛이 나지 않았다.
그 기계 저에게 파시면 안 될까요?
여주인은 웃으면서 잠시 고민하더니" 그냥 가져 가세요.
커피를 좋아하시니 선물로 드릴게요".
난 그 커피기계를 하선재로 갖고 왔다.
주석과 스텐으로 만들어진 작은 주전자 같은 이것에서 과연 이태리에서 맛보았던 그 맛을 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깨끗이 닦은 다음 원두를 서둘러 갈고 세잔정도 분량의 물을 붓고 불위에 올렸났다.
시간이 좀 지나고 수증기가 조금씩 나기 시작하더니 증기기관차의 기적소리 같은 큰소리가 나면서 커피가 끓어올랐다.
하지만 물을 너무 많이 넣어서 인지 커피가 흘러넘쳤다.
하지만 커피 맛은 정말 맛있었다.
지금처럼 커피체인점이나 커피기계가 흔하지 않을 때 이런 식으로 커피를 내서 마셨던 것이다.
좀 불편하고 old 한 방법이지만 맛은 좋았다.
그리고 집안에 커피 향이 가득했다.
다시 물조절을 하고 재도전했다.
이번엔 조금 넘쳐흘러긴 했지만 그런대로 안정적이다.
커피 두 잔을 내고도 조금 남는다.
그리고 주석으로 만들었서 그런지 커피가 오랫동안 식지 않았다.
나에겐 너무나도 훌륭한 커피 기계가 생긴 것이다.
아내와 정말 맛난 커피를 마시게 된 것에 너무나 행복했다.
향긋한 커피 향이 온 집안에 퍼져 있는 것도 기분이 좋다.
알라딘의 마술 램프처럼 엔틱한 커피기계가 추운 겨울 산속에 있는 이곳 하선재를 커피 한잔으로 행복을 채우고 향기를 채운다.
앞으로 함께할 좋은 친구가 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