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눈깨비가 휘날리는 아침 화장장을 매서운 추위가
막아서 보지만 늘 그렇듯이 운구차들은 차례로 들어와 줄을 선다
피로에 지친 유족들은 영정사진을 들고 마지막 떠나는 고인과의 이별을 슬퍼하고 있다
고인과의 마지막 인사로 고인은 화장장으로 들어가고 두터운 문은 닫힌다 그 문이 다시 열릴리는 없겠지만 유족들은 영원한 이별을 서러워하며 마지막까지 남은 설음을 토해낸다
이제 한 시간쯤이면 유족의 어머니는 한 줌의 뼛가루가 되어 차가운 항아리에 담겨 유족의 가슴에 안길 것이다
오 년 전 나 또한 이곳에서 어머니의 유골함을 가슴에 안았다
유난히 키가 작으신 어머니였지만 한 줌의 뼈로 남았을 때 너무 작아 정말 내 어머니가 맞나 의심이 들었다 어머니의 틀니와 무릎에 박혀있던 철심이 어머니가 맞다는 걸 증명사진처럼 보여주었다
제분 사라고 하는 이 가 어머니의 뼈를 작은 절구에 넣고 쇠공으로 빻을 때 어머니가 많이 아프실 것 같아 가슴이 미어졌다
그렇게 어머니는 한 줌의 재가 되어 내 가슴에 안겼다
팔십칠 년의 한 많은 삶이 이 세상에서 떠나가 버렸다
그날은 비가 내려 땅이 질척거리는 날이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춥다 올 들어 제일 추운 날씨라니
고인은 떠나는 날 끝까지 남은 자식들을 힘들게 할 만큼 섭섭한 것이 있으셨는가 생각이 든다
유골함을 챙겨든 유족들은 피곤에 지쳤는지 친구와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타고 온 영구차에 오른다
화장장을 빠져나온 영구차는 고속도로에 접어들고 유족의 선산으로 향한다 어떤 이는 묻힐 곳이 없어 납골당으로 가거나 산이나 강에서 뿌려지기도 한다
때론 나무밑에 묻히기도 한다
인생의 종말은 그가 살아서 유명한 정치가이던 부자이던 가난한 농부이던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냥 한 줌의 재 일뿐이다
며칠전만 해도 특급 병실에서 수많은 사람의 병문안을 받았을지라도 죽으면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사람은 살아 있을 때 사람인게다
죽으면 과거이고 잊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영원히 살 것같이 산다
내일을 믿는다 그래서 오늘을 살 수 있는 거다
선산에 도착한 유족들은 차례대로 내리고
갖고 온 음식으로 적은 제사상을 차리고 술을 따라
잔으로 고인에게 마지막 예를 올린다
하얀 입김이 나오는 매서운 추위에 남은 소주잔을
입에 털어 넣으니 뱃속까지 찌릿함이 타고 내려온다
그렇게 장례는 모두 끝났다 삼일동안 제대로 자지 못한 졸음이 쏟아지듯 밀려온다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선 모두가 잠이다
이제 고인의 빈자리를 세월로 채우든 뭐로든지 채워야 할 것만 남았다 그건 남은 자들의 몫이다
아침부터 내리던 눈은 어느새 함박눈이 되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