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매섭게 몰아치던 한겨울 창가에 고드름이 기둥처럼 매달리던 날 어린 샬롬이는 힘들게 새끼를 낳았다
아직 한돌이 안된 어린 개가 어미가 된 것이다 이제 태어난 지 열 달째인데 어찌 어미 노릇을 할지 걱정이다
더구나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내가 서울에 가 있어서
산후조리를 시켜야 하는데 문제다
다행히 출산한 날이 일요일이라 예배가 끝나자마자 미역과 북어를 사다 한 냄비를 끓였다 북어 삶은 국물을 먹이면 젖이 잘 나온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배가 홀쭉해진 샬롬이는 개집에서 한참 만에 나왔다
정신없이 먹이를 먹을 때 두꺼운 담요로 개집에 덮어주고 앞에 찬바람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이불로 둘러쳐주고
전등을 켜주었다
살짝 들여다보니 여섯 마리가 추운지 꼭 붙어있다
병아리 같은 소리를 내며 어미를 찾는다 아직 눈도
뜨지 못한 것이 인형 같은데 어미가 얼마나 핡었는지
갓 목욕시킨 것처럼 깨끗하다
어미가 집에 들어와 눕자 새끼들은 본능적으로 어미의 가슴으로 파고든다 어미가 크지 못해서 인지 4마리밖에 품어주질 못한다 두 마리는 겉돈다 억지로 끌어다가 가슴에 붙여보지만 다른 새끼들의 몸부림에 다시 밀려난다
새끼가 새끼를 낳았다는 것이 더 안쓰럽고
잘 돌봐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더 걱정이다
서울로 올라가는 발걸음이 이래저래 무겁다
아래 펜션을 관리하는 김실장에게 북엇국 한 냄비를 끓여다 주고 사료를 챙겨줄 것을 부탁했다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는 것을 어찌할 수 없이 늦은 시간 서울로 떠나왔다
윌 요일 실장에게 급하게 전화가 왔다 새끼 두 마리가 죽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겉돌던 두 마리였으리라
여섯 마리를 다 품지 못하는 어미가 결국 적극적이지 못한 두 마리를 포기하고 만 것이다
포기하는 어미의 마음이 어땠을까? 죽은 새끼를 보는 마음이 어땠을까? 냉정한 삶의 현실이다
다시 금요일 시골에 왔을 때 어미가 집 밖으로 나와 맞아준다 배가 홀쭉해졌고 잔뜩 불은 젖은 처져있었다
개 집안의 새끼 네 마리는 한데 엉켜 붙어 있었다
그동안 젖을 잘 먹었는지 포동포동하다 내가 없는 동안 혼자 잘 키운 것 같다 경험도 없는 것이, 시집간 큰딸이 생각난다
손자 하진이가 급성 장염에 걸려 응급실로 갈 때 어찌할지 몰라 울면서 전화하던 때가 생각난다 첫아이를 키우려니 경험이 없어 몹시도 불안했으리라
샬롬이는 이제 초경을 치뤄으니 사람 나이로 따지면 열두. 세 살 정도다 그런 어린 개가 어미가 됐으니 어찌 어미 노릇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내가 돌봐주지 못한 시간을 잘 넘긴 것이다
어미가 너무 어리면 새끼를 돌보지 않아 다 죽이기가 쉽고 심지어는 잡아먹는 경우도 있단다
샬롬이는 처음 새끼 때부터 하는 행동이 달랐다
처음 엄마 자궁에서 나왔다고 "문열"이라고 하는데
처음 나온 강아지는 덩치가 다른 강아지보다 작다
그래서 먹는 경쟁에서도 뒤 처진다 어미가 도태시키려고 했는지 물은 자국이 목 뒤에 커다랗게 있었다 그 이유인지 몰라도 처음부터 구석에 숨기만 하고 소극적인 아이였다
그 아이가 마음을 열기까지 많은 사랑을 주고 함께 걷고 하면서 몇 달이 걸렸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며칠씩 집을 비워도 샬롬이는 집을 혼자 지키곤 했다 배가 고프면 아래 펜션에 내려가서 밥을 얻어먹고 놀다가도 해 만지면 집으로 올라와 빈집을 지키곤 했던 샬롬이다
그런 샬롬이 가 새끼를 나서 혼자 기르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이제 밥 먹는 시간과 운동할 시간을 가려 가끔 집 밖으로 나와 산에 올라가 한 바퀴씩 돌아 내려온다
샬롬이 가 비운 개집에는 새끼 네 마리가 꼭 붙어 자고 있다 샬롬이는 젖을 충분히 먹이고 강아지들 재워놓고 산책을 하는 것이다
누가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어미 노릇을 하는 것을 보면
대견하고 신기할 뿐이다
그게 어미의 모정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