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목으로 테이블 만들기

깎이고 갈아져야. 아름다워진다

by 김재선

밴드 회원 중 한 분이 호주의. 캄포 나무 원목을 싸게 판다고 했다.

캄포 나무 도마를 자주 써봤던지라 캄포 나무가 얼마나 좋은지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사겠노라 덜컥 약속하고 말았다.

막상 가격을 지불하고 물건이 도착했는데 무겁긴 엄청 무겁고 상태도. 별로라 괜한 짓을 했나 걱정이 앞섰다.

나무로 만들어 본거라곤 어릴 적 사과담던나무상자로 닭장을 만들어 병아리 몇 마리 키워본 것과 형과 부서진 책상으로 강아지 집 만들어 본 게 전부인 나로선 나무를 보니 난감할 수밖에

8번 나무인데 가운데 커다란 옹이가 들어가 있고 테두리 자체도 울퉁불퉁한 게 초보자가 다루기가 어려운 상태라

나로선 난감하기만 했다

아내는 곁에서 "나무 상태가 이러니 싸게 팔았겠죠 혼자서는 들지도 못하는 걸 어쩌려고 해요 반품시켜요"라고 걱정을 한다.

반품시키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그들 또한 다 팔고 남은 것을 싸게 팔았으니 반품을 받아줄 리가 없다.

어쨌든 창고에 놔두고 한 주일이 지났다.

물건을 찾으러 창고 문을 여는데 캄포 나무의 특유의 향이 강렬하게 코끝을 찔렀다.

가끔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음식점에서 조그만 캄포 나무 도마에 빵을 올려놓거나 스테이크를 올려놓아서 줄 때 나던 기분 좋던 향기가 커다란 원목에서 내어 뿜으니 강렬할 수밖에ᆢ

호주에서 캄포 나무 조각으로 퍼즐을 만들어 어린이 장난감으로 쓰게 하는데 항균 기능이 있고 벌레를 쫓는 기능이 있어 좋고 향 또한 정서적으로 좋다고 한다.

나무 조각을 쌀독에 넣어두면 쌀벌레기 없어지고 신발장에 넣어두면 냄새가 없어지고 편백나무처럼 베갯속에 넣으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고 한다.

아시아에서 많이 자라고 일명 감포 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쨌든 창고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잘라서 도마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나눠주던지 원목을 가공해서 사용하던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원래 테이블을 만들어 거실에 놓고 아내와 차를 마시려고 산 것이니 테이블로 만들기로 했다.

그동안 하선재를 지으면서 조금씩 모아 두었던 연장을 전부 꺼냈다.

인터넷에서 가공하는 방법을 찾아보며 오전 내내 나무와 씨름하고 사포질 하니 제법 표면이 매끄러와지면서 나뭇결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온통 나무가루 먼지를 뒤집어쓰고 전동 그라인더를 사용하는 게 서툴러 손가락도 베었지만 나무가 가려 나갈 때

기분 좋은 향기가 코끝을 찔렀다.

썩은 부분은 파내고 굴곡진 부분은 그라인더로 갈아내고 끌을 이용 해서 깎아내고 각을 맞추고 하니 제법. 그럴듯하다.

시계를 보니 오후 네시가 훌쩍 넘었다.

점심도 거르고 하루 종일 씨름한 결과다.

이번 주는 여기까지 하고 다음 주는 칠을 하고 다리 부분을 평철로

만들어와서 마무리할 생각이다.

한 주일이 지나고 난 구로 공구 상가에 나가서 여러 가지 재료들을 준비하는 중에 그동안 살까 하고 별러왔던 에어컴프레서를 큰 맘먹고 하나 장만했다.

공기로 나무가루를 불어가며 작업을 하니 한결 수월하고 깔끔해서 좋다

붓을 꺼내서 천연 오일을 밑면부터 칠하고 몇 시간이 지난 후 다리를 먼저 달았다

테이블을 안정시키고 다시 한번 윗면을 고운 사포로 갈아내고 오일을 고르게 발라주었다.

오일은 세 차례 이상 고르게 발라 주어야 하는데 한번 바르고 적어도 일곱 시간 이상 충분히 마르게 하고 다시 발라주어야 하니 오일 바르는 것만 해도 꼬박 하루가 걸린 셈이다.

세 번째 오일을 바르고 마른 후에 집안으로 들여와 제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테이블 하나 바꾸었을 뿐인데 거실과 집안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내와 난 올봄에 만들어 두었던 생강나무 꽃차와 비트를 잘게 잘라 말린 비트 차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마셨다

아내는 이게 정말 처음 봤던 그 나무가 맞냐고 묻는다.

처음 보기에 부담스러운 나무일지라도 갈리고 잘리고 파이고 기름칠하면 이렇게 좋은 테이블이 된다.

사람도 그렇다. 인격을 다듬고 인고의 시간을 거치면 부담스러운 사람이 아니라 늘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이 된다.


오늘도 새로 만든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면서 사는 것에 대해 또 하나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