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사람들

남는 건 사진뿐

by 김재선

퇴근하고 들어오는 나에게 아내는 결혼 35주년 기념으로 하고 싶은 게 생겼다고 말했다.

갖고 싶은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게 생겼다고? 나는 짐짓 놀라면서 되물었다.

아내는 늘 선물 받기를 좋아한다. 나는 내심 이번 35주년 결혼 기념으로 무슨 선물을 바라고 있을까? 생각해 오던 터에

갖고 싶은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거라니 좀 의아했다.

아내는 "이번에 나 혼자 행복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같이 행복한 걸 할 거야" 했다.

우리 같이 여행 가자?

어딜?

크로아티아에.

아내는 평소에 크로아티아에 가보고 싶어 했다.

텔레비전 모 프로에 소개가 되어서 한때는 여자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최고의 여행지가 된 곳이기도 한 곳이다.

하지만 난 오랜 시간 비행을 싫어한다.

뉴욕이나 캐나다 갔었을 때도 이태리나 파리 런던을 가야 했을 때도 이코노믹 좁은 좌석에 꽉 조여가던 기억 때문이다.

크로아티아도 직항이 없으면 독일로 가서 오스트리아를 거처 슬로베니아를 거쳐. 크로아티아까지 버스로 가야 한다.

독일도 열 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ᆢ

여행의 즐거움보다도 비행기 타고 갈 일이 걱정이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아내가 원하는 대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마침 홈쇼핑에 나오는 좀 저렴하고 내용이 알찬 상품이 있어 예약을 했다.

여행을 떠나는 날 서둘러 인천공항으로 가서 가이드할 분과 미팅을 했다. 가이드는 성격 좋게 생긴 노처녀였다.

함께 가는 인원은 총 27명이다.

부부가 아홉 팀 열여덟 명, 자매팀이 세 팀 여섯 명, 엄마와 어린 학생인 딸 두 명 그리고 한 부부의. 현지에서 만난 아들 한 명 이렇게 27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오랜 시간 비행이 끝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해서 가볍게 팀원들이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올라 숙소로 향했다.

아침에 호텔 조식 뷔페에서 식사를 하고 짐들을 챙겨 모두들 버스에 올랐다.

옆자리 사람들과 서먹하지만 인사를 나누고 목적지로 이동하는 동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난 결혼 35주년 기념으로 아내가 졸라서 왔는데 저들은 무슨 이유가 있어 왔을까?

난 궁금증에 옆자리에 않은 중년의 부부에게 이번 여행의 어떤 의미나 계기가 있나 물어보았다.

식사할 때 함께 않거나, 버스로 이동을 할 때 , 함께 차를 마시거나, 사진을 찍어 줄 때, 틈만 나면 그들의 이번 여행 목적이나 동기 아니면 의미를 물어보았다.

그들의 이유는 다양했다.

아내가 아파서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먼 거리 여행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온부부,

여행을 좋아하는데 안 가본 곳이라서 기회가 돼서 온 사람.

동생이 힘든 일을 겪었는데 기분 전환시켜주려고 온 자매

텔레비전 보다가 갑자기 가고 싶어서 언니 갈래 물어봤는데 좋다고 해서 의기투합해서 온 자매.

아내가 저기 좋겠다 가자고 해서 따라나선 남편.

그들의 생각과 목적은 다르지만. 공통점인 것은 새로운 것을 보려는 것 그걸 직접 느끼고 싶다는 생각일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은 행복해지고 싶다는 갈망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 또한 여행의 목적이고 의미이기도 하다.

그들의 환경과 거기에 적응해 사는 사람들의 색다른 문명과 문화를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것 그게 여행이다.

어쩌면 지금 처해진 현실에서 벗어나고파 여행을 떠나는지도 모른다.

전에 이혼하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 여행한다는 부부를 만난 적이 있다. 고등학생 아들과 중학생 딸 하나를 둔 중년부부였는데 서로 가치관이 달라서 자주 싸우다 이혼하기로 결심하고 이별여행을 왔다던데 며칠 지나고 나서 보니 그들은 함께 사진도 찍고 여행 내내 손을 잡거나 꼭 끌어안고 다녔다. 주위 사람들이 제2의 신혼여행 삼고 집으로 돌아가서 행복하게 사세요 했더니 그들은 쿨하게 웃으면서 우린 이래도 돌아가면 이혼할 겁니다.

그냥 좋은 친구로 지내기로 했어요. 대답했다.

여행이 끝나고 정말 이혼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어쨌든 여행은 현실 속의 삶을 잠시 멈추고 새롭게 정비하고 생각하는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힘들거나 외로울 때도 행복하거나 즐거운 일을 하고 싶을 때도 여행을 하려고 한다.

여행하는 이들이 열심히 사진을 찍는 이유는 여행의 감동을 오래 간직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아름답거나 특이한 것을 봐도 아름다운 곳에서도 많은 사진을 찍는다.

요즘은 휴대폰 사진기가 많이 좋아져서 사진이 잘 찍힌다. 그러니 저마다 사진작가요 모델이다.

거의다 손에는 셀카봉이 들려있어 서로 사진 찍어주는 일도 적다. 찍고 마음에 안 들면 지워버리니 여행지에서 찍는 사진이 엄청나다.

그중에 잘 골라보면 사진 속 같은 작품도 나오기도 한다.

여행에 남는 건 사진이라고 했던가? 우리 부부도 많은 사진을 찍어댔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사진들을 바라보면서 오늘을 생각할 것이다.

그것이 여행이 주는 선물 추억이다.

여행은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혼자 가는 여행도 좋지만 좋은 사람과 함께 가면 더 기쁘고 행복한 것이 여행이다.

혹 사사건건이 건드리는 사람이 있다면 결코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없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은 신나고 재미는 있겠지만

난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는 여행이 가장 즐겁고 행복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언제나 내 곁에 머무르지 않을 수 있다면 사랑하는 그 사람이 곁에 있는 지금이 여행 떠나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

여행 떠나기에 대부분 꽃이 피는 봄을 좋아하지만 사실 여행은 어느 계절이고 다 좋다. 그 계절에 맞는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늘 다람쥐 쳇바퀴 도는 반복되는 삶에 활력을 넣기 위해선 여행만큼 좋은 게 없다.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여행을 떠나라!

아픈 아내가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부부의 여행이 그래서인지 더 아름답고 애잖해보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