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글 저런 글
<보내지 못할 편지>
내가 온몸으로 덮고
지나온 길을
너는 자꾸 헤집는다
찢기고 덧난
내 상처보다
밝은 내일로 선뜻
나아가지 못하는 네가
안타깝고 서럽다
최선을 다해도
닿지 못하는 마음이,
잘못 전달된 사랑이,
그래서 아팠던
그날에 머무른
어린 네가 안타까워
눈물이 솟는다
심통 애통의 뜻을
부모가 되고야 알았다
어떤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골수에 스며
우리를 잠식하는 상처들.
그러나
네게는 미래만 있기를.
내 아이야,
너는 앞으로 가거라
헤집은 감정은
내가 다 덮고
기도로 씻으며
네 뒤에 서 있을 테니.
가다가 지쳐
돌아보는 날
나는 또 방패가 되어
네 아픔을 안고 갈 테니.
내 아픈 아이야
불안해하지 말고
너는
앞으로 가거라
위의 내용은 지난 8월에 힘들어하는 아들을 보며 쓴 날것의 문장이다.
평소 나는 대부분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온 편이다. 그러나 브런치를 시작한 후 달라진 점이 있다. 좀 더 정제된 글을 만들기 위해 수정을 여러 번 하게 된다. 그것이 독자에 대한 예의라 생각해서이다.
그럼에도 어떤 글은 최초에 쓴 것을 손대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 다듬을수록 그때의 독특한 정서가 희석되고 사라지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위의 끄적임이 그렇다. 아들을 향한 기도처럼 쓰인 글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 어쩌면, 우리가 모든 것을 계획하고 살지 못하듯 그저 써내려간 글도 있을 법하지 않은가.
때로는 기억 속에 박제된 추억처럼, 더는 정제되지 못할 나의 편린도 있기 마련이다.
다시 돌아가 살 수 없는 삶도 그런 듯하다. 어제까지의 내 삶을 반추하기보다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을 사는 것이 옳다. 이 점을 배울 수 있었으니 때로는 상처도 나를 키우는 요소였다.
오늘은 내가 왜 글을 쓰는가,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돌아본다.
마음이 전해지는 따뜻한 글을 쓸 수 있을까.
사랑하는 이들에게 글로 평화를 선물하고픈 날이면,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 글을 꺼내보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