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워터멜론을 위하여 - 1

by For watermelon

그것은 정말 비보였다.


...


금요일 밤 10시가 넘은 시점,

저녁을 먹은 후, 유튜브를 보면서 히히덕 거리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을 때

친한 후배한테서 카톡이 왔다


'차장님 어디예요?'


원래 밤늦게 전화할 친구는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우리집 근처로 놀러왔다가,

내가 생각나서 전화했나보다 했다


'나? 지금??'

'집이지!!'


내가 보낸 답장의

읽음 표시가 없어지자마자

전화가 걸려왔다


뭔 일인가 싶어

바로 전화를 받았는데,

후배의 목소리가 운 목소리였다


"차장님,, 소식 못 들으셨구나.."


순간

온갖 상상이 들었다

후배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나?

아니면 전에 같이 모셨던 팀장님한테 무슨 일이 생긴건가?

짧은 찰나에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들었다


"왜,, 무슨,, 왜 무슨일있어? 왜그래?"


서럽게 우는 목소리에

이건 분명 우리가 아는 누군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하려 하는 것임을 직감했다

이윽고, 후배의 입에서는

예상치 못한 사람의 이름이 툭 튀어나왔다


'K 차장님 돌아가셨대요..

차장님 지금 올 수 있어요?'


K.

내가 지금 회사에서 알게된 동료였었다

알게된지 어느덧 10년차

같은 일을 하며, 서로 의지하던 사이였다

지금은 그녀는 회사를 떠났지만

회사를 떠난 이후로도 한달에 한번씩은 계속 연락했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어안이 벙벙하여

알겠다 하고 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 때까지는 실감을 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


믿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어서

K와 함께 알고 지내던 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


퉁퉁 부은, 울음이 섞인 목소리.


언니는 이미 연락을 받았나보다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그랬구나,

그녀가 세상을 떠난게 맞구나


그 사실을 명확히 인지한 순간

자꾸 울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정말 허겁지겁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환히 웃는 그녀의 영정사진을 마주하자

정말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저 사진...

K가 당당한 여성리더 컨셉으로 찍은 거라고

자랑했던 사진이었는데

왜 저 사진이 저기에 걸려있어...


핑크색 자켓을 걸치며

화사하게 웃는 그 얼굴에

자꾸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빈소에 들어가자

그녀와 매우 닮은 그녀의 어머니가

얼굴이 다 상한채로 계셨다


하릴없는 펑펑 우는 모습 때문이었는지

어머니께서

혹시 D차장이냐며 나를 알아보셨다


순간 나를 어떻게 아실까 싶었는데

K가 D차장한테

이러한 소식을 전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단다


K가 마지막 순간에 나를 떠올려

한마디를 남겼나 보다


...


K는 안좋은 선택을 했다고 한다


회사를 갑자기 떠난 그녀가

우울하고 힘들어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스스로를 집어 삼킬만큼의 큰 우울과 마주하고 있었는지는 몰랐다


불과 한달 전 만났었고,

일주일 전 연락을 했던 사이였는데도 말이다


마지막 만난 그녀에겐 분명 미래가 있었다

새로운 일에 도전중이라고도 했고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도 하고 싶고

아이도 낳고 싶다고 했다


그녀의 인생이 현재 힘든 난관에 부딪히긴 했지만,

그래도 그 상황을 깨고 부술 힘이 있다고 느껴졌다


마지막 전화에서는

1월 중 우리집으로 놀러오기로 약속까지 했었었다


K가 놀러오면

우리집 근처 핫플에서 놀다가 맛있는거 먹고

커피를 못마시는 그녀를 위해 차 한잔을 마시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미약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던 그녀는

미래를 꿈꾸고 있던 그녀는


1월 중에 놀러오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새해가 시작된 다음 날에 우리 곁을 떠났다


...


그녀가 안좋은 선택을 했다는 것만 알 뿐

정확한 사인이나, 죽음의 이유에 대해서는 모른다


다만 짐작이 가는 부분은 있다


K는

늘 열정적이고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었다

특히 일과 회사를 진심으로 좋아했던 친구였다


추진력이 있었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브레이크 없이

열정이 넘쳐나는 모습 때문에

오해를 많이 산 것 같다


K를 아는 친한사람들은

K는 정말 악의없고 투명하며

그저 자기 일을 열심히 하려는 사람임을 알고 있지만


사회에서 마주치는 모든 인연들이 그녀의 그런 점을 알기에는 만무했다


K는 열정적이었지만

그 에너지를 발산하는 과정에서

조금은 서투르고 둔탁했다

때문에, 그녀를 오해하는 사람이 종종 있었던 것 같다


오해를 하게끔 만든 사람이 잘못인지,

오해를 하는 사람이 잘못인지,

답도 모르겠고

갑론을박할 생각도, 필요도 없다


그저, 자신을 둘러싼 오해 속에서

해명할 수 없는 기회조차 없이

많이 힘들어했었던 것 같다


마지막 전화에서 그녀는,

회사 근처에 약속이 있어서 갔는데

약속이 끝나고도 회사 근처를 떠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회사로 돌아가서 사죄하고 싶다고 했다

특히 그녀가 신입사원때부터 잘 해주셨던 Y수석님한테 미안하다고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서

회사로 찾아가지 못하고

주변을 4-5시간 정도 서성이고 있었다고 했다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한번 연락해볼까요?'


이에, 나는 그녀에게

그렇게 목구멍에 걸린 가시만큼

그게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거라면

한 번 연락해보라고 했다


일단 내가 아는 Y수석님은 좋은 사람이라 이해해줄거라고,

연락해서 되면 만나고

안되면 다음 약속을 기약하면 되니까

그럼 회사 근처를 떠날 수 있는거 아니냐고..


그렇게 말하면서

한번 연락해보고, 바쁘셔서 불발되면

나한테 다시 전화하라고 했다


K는 알겠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 이후로, 그녀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연락이 없기에,

나는 다행히 K가 Y수석님을 만났으려나 싶었다

그래서 내가 따로 전화를 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전화해볼걸.. 그 때 다시 전화해볼걸...'

그 순간이 이다지도 사무치게 후회로 남는지 몰랐다


그녀의 장례식장에서 Y수석님을 만나서 그 때의 이야기를 했다

그 때 K를 만났는지를 여쭤보니

그날 회사에서 가장 바쁜 시즌이어서

결국 만나지 못하고, 다음에 만나자고 했다고 했다


그 말을 하시면서

'만나볼걸, 아무리 바쁘더라도 짬내서 만나볼걸...' 이라며,

펑펑 우셨다


K와의 마지막 접점을 회상하며

후회하는 초상 위로

내 모습이 겹쳐보였다


그녀의 우울은

너무나도 깊고 날카로워서

내가 그 때 다시 전화를 했어도

Y수석님과 만났어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그녀의 마음이 조금 더 나아졌을까,

그리고 나의 마음이 조금 더 편안했을까 싶어

자꾸 후회로 남는 것 같다


지금 바라는 것은

그녀가 이제 조금이라도 편안해졌길

남겨진 사람한테 미안함과 원망없이

평안에 이르렀길 바랄 뿐이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