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워터멜론을 위하여 - 2

by For watermelon

시간은 속절 없이 흘러간다


K와의 이별 이후,

처음 일주일 동안은

계속 울었던 것 같다


반짝거리던 모습이 아까워서...

힘들었을 영혼이 불쌍해서...


몰아치는 생각을 잠잠하게 하고

정신을 가다듬고자,

밖에 나가서 자주 달렸다


그렇게 뛰다가

갑자기 밀려오는 슬픔에

꺼이꺼이 오열하며

달리던 날들도 있었다


마주오는 사람들의 얼굴에

'저 사람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나'

라는 궁금증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겠지만

내 모습이 어떻게 비쳐지는지,

그런 것 까지는 도저히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속에서 들끓었던 슬픔이

헐떡거리는 숨과 함께

같이 토해져 나왔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고 나면

육신의 고달픔에

슬픔은 살짝 묻혀져 지워지는 듯 했다


그러다


"손톱이 자라듯 매일이 밀려드는데, 안 잊을 재간이 있나"


폭삭속았수다의 이 대사처럼

나에게도 매일의 일상이 밀려들어왔고

3주가 훌쩍 지난 지금은

그럭저럭 잘 잊고 사는 듯 하다


오히려 지금은

K는 본인을 힘들게 하고 있던 것들에서 자유로워졌고,

필리핀 혹은 사이판처럼

짙은 코발트블루 빛 바다 속에서

생전 그녀가 좋아했던 다이빙을 하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여유마저 생겼다


얼마전에는

K가 꿈에 나왔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천상도 인간계도 아닌

중간 지대에서 만나서

그녀와 평온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꿈이었다


아직 그녀의 49재가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꿈을 꾼 것 같기도 하다


K가 있는 곳이 어디든

진심으로 자유롭고 평안했으면 좋겠다


그녀가 떠난 후,

내게 남겨진 그녀의 흔적을 찾아보았다


그녀를 알게된지 꼬박 10년차였으므로

우리 사이에 쌓인

메시지와 기록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세상이 좋아져,

그 모든 것들이 소실되지 않고

온전히 내 폰안에 남겨져 있었다


그간 오고갔던 메시지들을 톺아보다가

K가 본인이 쓴 브런치 글을

나한테 공유한 메시지를 발견했다


하고 싶은게 참 많고 실제로도 이것저것 많이 했던 K는

언젠가 본인이 브런치 작가로 승인받았다며

watermelon이라는 필명으로

자신이 쓴 글을

한번 나한테 봐달라며 공유했었던 것이다


그 땐

사실 바쁘게 살면서

자세히 들여다볼 겨를이 없었던터라,

빠르게 스캔 후 '대단하네요'라며

기계적으로 반응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제와 바쁜 일상을 핑계대며

변명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어쨌건 이번 기회로 브런치 글 속에 담긴

그녀가 갖고 있던 생각/감정/일상을

다시 한번 볼 수 있게 되었다


일을 사랑하는 그녀

하고싶은게 있던 그녀

고군분투 했던 그녀

늘 배우고자 했던 그녀

후배를 생각했던 그녀

CEO가 되고 싶다던 그녀

...

꿈과 미래가 있던 그녀


많은 글 들 속에 있는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노력했던


안쓰럽고

아까운

그런 인재


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추모하고 싶다

그리고 계속해서 기억하고 싶다


그래서

나만의 추모 방식으로

그녀의 글들을 이어서 써보고 싶다


그녀가 사랑했던 일터로 돌아가

그 일터에서 일어나는

"우당탕탕" 소란스러운 일들을 한번 써보고 싶다


그래서 이 일을 사랑하거나

혹은 미워하면서

일하는 사람들한테

조금은 덜 외롭도록

조금은 덜 지치도록

그런 긍정적인 메시지들을 주고 싶다


워낙 생각만 많고

실행에 주저하는 나이다보니,

이 일을 온전히 완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쓰는 글들이 이어져 감을 통해

그 시간마다 K를 떠올리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


그게 내가 이 글들을 쓰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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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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