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역경매가 무엇인지 아시는지요?
역경매의 사전적 의미를 검색해 보면 다음과 같이 검색됩니다.
"경매 방식의 하나로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경매와는 정반대 개념이다."
경매는 판매를 원하는 제품을 내놓으면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다가 최고가격을 제시한 사람에게 거래가 성사(낙찰)되는 전통적인 거래인데 비해서 역경매는 경매와는 반대로 제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해당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제품명을 제시하면 많은 판매자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좀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다가 최저가격을 제시한 판매자에게 낙찰되는 거래방법이다. 한마디로 얘기해서 같은 물건이라면 인터넷 쇼핑 최저가를 검색해서 구매하는 것입니다. 이런 역경매 방식은 소비자입장에선 가격의 거품이 빠져 손해볼 일이 아니지만, 생산자와 판매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경쟁이 치열해지고 부익부 빈익빈이 발생할 수 있어 크게 반길 일만은 아닐 것 입니다. 행사대행 사업은 같은 물건을 파는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수주에 있어서 가격이 중요하게 작용하면서 역경매 방식화되어가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다시말해 과열 경쟁으로 인해 최저가 입찰자가 사업을 수주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다보니 역경매화처럼 되어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행사대행 사업은 크게 3가지 점수 합산으로 사업자를 선정합니다.
하나는 정량적 평가점수(회사의 신용도, 실적, 재직 직원수 등), 다른 하나는 정성적평가(제안서 평가점수),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가격점수(투찰가)입니다. 그 중에서 가격은 보통 20%의 영향력을 갖지만 갈수록 앞선 2가지 평가요소의 차별화가 없어지니 가격의 중요성이 높아져가는게 현실입니다. 오늘은 가격점수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투찰 가격은 사업비 및 수익과 바로 연결되기에 수주시뿐 아니라 사업의 완성도에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만큼 비밀스럽고 조심스러운 사항입니다. 제가 행사대행업에 뛰어든 것이 2007년입니다. 기억을 되돌려보면 그 당시에는 사업비의 90% 이상을 투찰했었고 최대로 낮게써도 80%대는 유지했었습니다. 업계 선배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투찰가 80%는 마지노선이고 그 이하로 쓸 경우 사업의 완성도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그 당시의 중론이었습니다.
2014년 8월 7일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개폐회식 경쟁PT에서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날은
업계가 시작된 이래로 처음으로 투찰가 80%가 붕괴된 날
입니다. 100억원이 넘는 사업비의 매우 큰 사업이었고, 한 차례 유찰로 인해 당시에는 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경쟁이 치열한 사업이었습니다. 이 사업의 사업자 선정에서 기술평가(정량점수와 정성평가점수의 합)에서 3위였던 KBS 미디어 컨소시엄이 투찰가 78%로 입찰해서 합산점수에서 0.0677점 차이로 뒤집기해서 1위가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전략의 승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당시 투찰가격 80%는 업계 불문율과 같았는데 이 금기사항을 깨고 역사상 처음으로 70%대 시대를 열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한다면 이 때부터 행사대행업은 채산성 악화와 가격의 출혈 경쟁이 시작된 날이라고 보는 시각이 대다수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 이후에는 70% 투찰가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부터도 평창 동계패럴림픽의 가격투찰을 70%대로해서 수주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4년이 지나 더 큰 사건이 발생합니다.
2018년 12월 3일 다시 한번의 행사대행업 역사에 기록될 사건이 발생합니다. 위의 같은 그룹사 중 하나인 또 다른 KBS 아트비전이 경북도민체전 개폐회식을 수주했는데 투찰가격이 놀랍게도 60%대였습니다. 80%의 투찰가가 깨지기까지 20년 이상이 걸렸다면 70%가 붕괴되는데에는 불과 4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제 행사대행업도 60%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단순히 수주 경쟁이 치열하기때문이라고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행사대행업은 인터넷 쇼핑 역경매처럼 완성된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닙니다. 인터넷 쇼핑업체는 중간 유통자입니다. 즉, 생산자가 완성된 물건을 만들면 중간 유통자는 본인의 마진을 축소해 제시하지만 결국은 판매를 늘리는 방식으로 수익을 복구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행사대행업에 선정된 업체는 중간 유통자가 아닌 생산자입니다.
생산자가 적정 생산가를 포기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너무 당연하지만 위의 예를 든다면 부품을 몇 개 덜 쓰던지 성능이 떨어지는 싸구려 부품을 쓰겠죠. 즉, 완성품의 퀄리티가 떨어지겠죠. 납품가를 맞춰야 되니 너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게 아니면 부품납품업체의 납품단가를 후려치겠죠. 그것도 아니라면 생산자가 본인이 본인의 수익을 낮추거나 포기하는 경우인데요. 이런 일이 얼마나 있을까요? 또 다른 문제는 생산자의 출혈경쟁은 소비자 즉, 사용자들이 생산단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몇차례 물건을 사용해 본 사용자는 생산자들이 제시한 판매가격을 보고 가격에 대한 그들만의 적정성을 정해 놓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올해 100원이라는 예산을 정해놨는데 결국 70원만 사용한 사용자는 향후에 아예 70원이라는 가격을 예산으로 정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위의 사실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얘기인데도 불구하고 왜 이런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역사적인 불명예 행위들이 그것도 하필 KBS 그룹사들이 만들어 가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공영성에 있습니다.
위 회사들은 수익만을 위한 지나친 상업화를 방지하기 위해 정년을 보장합니다. 정년을 보장해주니 수익압박에서 벗어나 오직 수익만이 아닌 공공성과 공익을 위해서도 일을 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공영성에 입각한 신분의 보장은 다른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바로 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에 대한 부담이 덜 하니 수익성보다는 판매 즉, 가격을 낮추더라도 수주가 더 중요한 것으로 반대현상이 일어난 것입니다. 사실 수익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면 KBS 관계사 만큼은 가격에 대한 마지노선을 정해 퀼리티도 높이고 해서 다른 수익추구 업체와 다르다는 것으로 런칭하고 업계의 질서를 지켜주었다면 더 좋았을것 입니다. 하지만 함께하는 회사들의 요구도 있었을 것이고, 여러가지 이유로 KBS 관계사들이 먼저 가격 마지노선을 붕괴하는 불명예를 만든었다는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대행사의 한계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직접 생산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관리만 합니다. 즉, 대행사는 누군가가 생산한 제품에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유통이라고 할 수만도 없고, 그렇다고 생산이라고 할 수도 없는 정확하게 관리라고 하는게 맞는것 같은데 어쨌든 포지션이 많이 애매합니다. 생산된 물건이 불량해 환불과 교환이 되더라도 생산자와 맺은 계약에 의거해 그만큼의 손해를 배상받으면 되고, 판매된 상품에 대해 판매 금액의 일정부분을 수수료 수익을 취하다보니 당연히 판매가 우선시됩니다. 생산원가를 낮추어 남는지 안남는지보다는 판매행위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니 판매가 즉, 투찰가는 그들에게 있어서 크게 중요치 않은 것입니다. 이는 비단 KBS 관계사 뿐만 아니라 업계의 유사한 사업자들에게도 동일한 이야기입니다. 결과적으로 보니 위 두가지 이유가 모두 수익과 관련된 것이네요.
세번째 이유는 위 회사들은 행사대행업이 주요 사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직 이 사업만으로 직원들 월급주고 회사를 운영한다고 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이 사업만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회사라면 쉽게 말해 수익이 안되는 사업에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서 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있어서 행사대행업은 부대사업 혹은 메인 사업을 보조하는 역할 정도입니다. 물론 담당자는 자신에게 있어 전부이겠으나 회사로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각 회사들의 주요 사업(광고제작, 광고판매, 콘텐츠판매, 방송장비 설치운영 등)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익에 대한 압박과 관심이 덜 할 수 있습니다. 손해만 보지 않는다면 실적이 생기니 할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 또한 판매 즉, 수주가 우선시 되는 이유중 하나 입니다. 그럼 실제 생산을 담당하는 생산자 즉, 기획사들은 왜 그럴까요? 물론 모든 기획사가 그런다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닙니다. 이 또한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위의 일은 전체 사업비가 많을 경우, 기획사 규모가 작은 경우에 많이 발생합니다. 사업비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중간 중간에 생산비용을 절감할 요소들이 많다는 것이구요. 회사 규모가 작다는 것은 고정비용이 적으니 그만큼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또다른 이유는 추가예산에서 부족한 수익을 녹일 수 있다고 판단해서 입니다.
그래서 일단 수주부터 해놓자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유사한 시기에 유사한 사업들은 묶어서 진행할 수 있기때문에 일단 수주부터 한다면 납품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고요. 이도저도 아니라면 결국 납품업체의 단가를 대폭 낮춰서라도 어떻게든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물론 극소수이겠지만 손해만 보지 않는다면 인건비라도 나온다면 실적이라도 올리겠다고 생각하는 회사도 있을 것입니다.
얼마전 일본이 수주한 터키 원전을 건설 공사를 포기한 기사가 나왔습니다.
저는 기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터키의 지금 심정이 어떨까하고요. 원전 건설을 수주한 일본이 협상과정에서 협상해보니 계약금을 물어주고라도 채산성이 악화되어 포기했습니다. 행사대행업으로 비유해서 이야기하자면 분명 재입찰을 하던지 2등업체와 협상을 해야겠죠. 하지만 수주업체가 먼저 포기했을 정도라면 그땐 처음과 비교해 태도와 요구가 달라지겠죠. 전문가라면 늘 을이 갑에게 끌려다니는 일만 발생하지는 않을텐데, 우리가 우리 자신을 여러가지 요소에서 너무 깍아내리는게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