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공장 알바를 다니다 퇴사한 소감

한달 남짓한 빵공장 이야기

by 채은경


카카오 브런치에 돌아오게 된 지 한참 되었다.


그동안 나는 한참 방황하다가 제빵 클래스를 다 듣게 되었고, 집에서 두어번 식빵을 연습했으나 그 후엔 일절 제빵에 손대지 않았다. 왠지 손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길이 내 길이 아닌 건가 싶었으나 어떻게든 돈이 필요해 알바 자리나 취직처를 구직하곤 했다.


그러다가 만난 곳이 바로 빵 공장 알바였다.


딱 집어 어디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HACCP) 해썹 매장이라고 읽고 청정 구역이라고 읽는 이곳에서 나는 한달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 들어가기 전 안전교육 강의를 이수하고, 나는 위생복으로 갈아입고 바로 현장에 투입됐다.


1. 아이싱

매장에 가기 전, 2차 공정까지만 끝내놓는 이곳은 빵에 진한 식용 색소가 든 가지각색의 아이싱들을 빵에 묻히고는 한다. 그래서 별다른 일이 없는 한 물량을 맞추기 위해 빵을 중탕기에 녹인 아이싱에 넣어 흐르지 않게 한 다음, 토핑을 찍어 얹고는 한다. 하지만 어떤 빵이든 간에 몇개만 먹으면 췌장을 박살내는 빵이 분명하긴 하다. 나는 배우지 않았지만(손이 느려서 진도가 느렸음) 필링이라고 안에 잼을 넣는 공정이 있었기에 맨빵이 아닌 크림이 들어가고 그 위에 달달한 아이싱까지가 포인트인 곳이었다.


2. 빵 받기

아이싱이 익숙해질 찰나, 나는 막 구워진 빵을 레일을 따라 상자에 담고, 포장하는 일을 했다. 그 후에는 트레이에 혼자 받는 연습을 했는데 이 과정이 원래는 혼자서도 다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손이 느리다고 반복적으로 혼났다. 사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것도 이 과정 때문이다. 아니, 근데 원래라면 빵 받는 게 느리면 다른 사람을 상시로 붙여서 하면 되는 거 아냐? 싶은데 신입이 들어왔다가 하루만에 런하기를 많이 하는 곳이라(일이 빡세서) 그런 것도 불가하다고 한다.


3. 아이싱 후 뒷정리(세척 등)

세척은 뜨거운 물이 뿜어져 나오는 워터 건으로 한다. 처음에는 뜨거웠는데 나중에는 익숙해지더라. 그 외에도 중탕기를 닦거나 테이블을 닦는 등의 일이 있었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이었다.


4. 검출

빵에 이물질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검출기를 써서 검출을 한다. 나는 많이 해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검출할 때 근육을 많이 쓰는 것 같아서 안 좋아 했다. 특히 아침 말고 저녁에 빵 받을 때 8시 정도 되면 눈이 풀릴 지경이 되는데, 검출을 하고 빵을 받으면 가뜩이나 느린 손이 계속 느려져 발전이 없다고 빨리 하라는 말을 엄청 들었다.



아무튼 대충 이런 일들을 해왔는데 손이 느려서 빵을 받을 때도 밀리는 일이 왕왕 있었다. 때문에 빵이 레일에 끼어 으스러지거나 도와줬는데도 5분만에 또 밀리는 등...이런 일들이 반복 되다 보니 빵 공장 1개월 하고 조금 다니면서 왜 사람들이 런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버티려면 손이 빠르고 전신에 근육이 강해야 한다.


ㅠㅠ...아무튼 사람들은 다 좋아서 계속 버티고 싶었는데 내가 일을 너무 못해서 눈치 보였다. 민폐를 엄청 끼치는 느낌. 그래서 나는 오늘 아르바이트를 때려쳤다. 30대 초중반. 공백기도 길고 짧은 경력들. 나는 과연 어디로 가야 하는지 요즘 계속 고민 중이다. 제빵은 나의 길이 아닌 것 같다고 이곳을 겪으며 알게 되었다.


언젠가 나와 어울리는 곳에서 날개를 펼칠 수 있기를.

모두가 그럴 수 있기를 바라며.



※아, 그런데 커다란 벌레를 두 번이나 봤다. 안에서. 한 번은 밥 먹다가 회의실 겸 밥 먹는 곳에서 내 다리 아래로 기어가는 걸 봤고, 한 번은 송풍 되는 곳 안으로 문 열고 들어갔을 때 까꿍하고 봤다. 근데 한 번은 직원에게 말했지만 차마 두번째는 나랑 다른 사람까지 봐서 말하기가 좀 그렇더라...세스코가 필요할 거 같긴 한데.....(끔찍) 여튼 나의 빵 공장 도전기는 이걸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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